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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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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큰딸! 생일 축하한다!

다보등 2020. 12. 27. 00:02

"여보세요? 엄마?"

"응, 큰딸! 생일 축하한다!"

생일날 아침 엄마가 축하 전화를 하셨다.

"미역국은 먹었냐?

코로나만 아니면 미역국이라도 한그릇 나눠 먹을 것인데 어쩌다 세상이 이래되었누."

"엄마 내 생일을 잊지 않았네?"

"니 생일이 크리스마스 뒷날이잖냐. 니를 낳을 때 진통이 길어서 고생했지. 그렇지 않았으면 크리스마스날 낳았을 것인데. 그나저나 내가 새끼들 생일을 어찌 잊을 수 있나."

목이 메였다.

이삼년 사이 부쩍 이상하다 싶어, 검사를 받은 결과 엄마는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지난 여름 엄마를 혼자 지내게 해선 안되겠다며 세째 동생이 모셔갔다. 식사도 혼자 해결하기 쉽지 않고, 냄비란 냄비는 다 태워서 꼭지가 제대로 남아있지를 않으니 혼자 계실 수 없다 생각하고 모셔갔는데, 엄마는 한두달 잘 계시더니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한다. 요양원으로 가실 정도는 아니라 모실 수 있을 때까지는 동생이 모시겠다는데, 그래도 엄마 혼자서 생활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아무도 없는 집이건만 그래도 집이 그리운 모양이다. 엄마를 위한다고 모셔왔는데 엄마를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2015년 중국여행
2018년 3월

 

 

 

 

엄마생각/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