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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실크로드의 악마들>/피터 홉커크 본문
<실크로드의 악마들>의 목적은 금세기의 첫 사반세기 동안 외국인들이 중앙아시아의 저 후미진 오지에 줄을 이으며 행했던 고고학적 침략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탐험가 6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위너, 일본의 오타니가 그들이다.
'중국령 투르기스탄의 사원, 무덤, 유적들에서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진기한 유물들이 캐러밴의 행렬에 실려 외국의 박물관으로 빠져나가, 중국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리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 외국인은 중국인이 제기하는 항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에릭 테크먼 경우 1935년 외무성에서 파견돼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한 경험을 쓴 저서 <투르키스탄의 여행>에서 그와 같이 썼고, 그리고 덧붙였다. '초기 불교 문화에 속한 고대 필사본, 프레스코와 유물들을 투르키스탄 전역을 다니며 어떻게 실어나갔는가에 대해 기술한 외국 탐험가들의 저술을 중국인들이 읽을 때마다 그들은 끓어 오르는 분노로 몸을 떤다'고.
중국이 유물 반출에 대한 금지령을 내릴 때까지 그들은 경쟁적으로 실크로드의 사라진 도시들에서 벽화, 필사본, 조상彫像, 그 밖의 유물들을 말 그대로 톤 단위로 빼내갔다. 이 방대한 중앙아시아 수집품은 최소 13개국의 박물관과 연구기관들에 흩어져 있다. 그 중 어떤 것은 관리 소홀과 자금 부족으로 지금도 망가져가고 있는데, 더욱 애석한 것은 많은 유물들이 이미 과거에 행방불명되었거나 파괴돼 버린 것이다.
영국의 오렐 스타인 경은 외국인 고고학자 중에서 가장 악한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다음이 프랑스의 펠리오 교수이다. 이들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돈황의 천불동에서 이른바 '비밀의 서고'를 들어내 갔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블랙리스트에 세번째로 올라 있는 스웨덴의 스벤 헤딘 역시 모래에 파묻힌 누란 유적에서 극히 중요한 역사 문서를 파내갔다. 중국인들을 '분노로 들끓게 하는' 것은 위대한 벽화나 다른 어떤 미술품을 뜯어간 것보다도 과거 자신들의 기록 문서를 소실하게 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오타니 탐험대는 세 번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가져온 유물들의 적절한 기록이나 목록을 작성하지 않아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알 수가 없다. 오타니의 수집품은 일본으로 오자마자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타니 백작이 갑자기 재정압박에 시달리면서 방대한 양의 유물이 새 주인의 소유로 넘어갔다. 새 주인이 된 부호는 조선의 채광권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조선총독부를 통해 유물들을 서울의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대략 잡아서 수집품의 3분의 1이 한국에, 또 3분의 1이 만주에, 나머지 3분의 1이 일본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서울로 온 유물은 박물관의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는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무사히 살아남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잘 보관돼 있다. 대략 1,500점의 유물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60여 점의 프레스코와 프레스코 단편이다.
세계 어느 박물관의 중앙아시아 유물에 견주어 보아도 전혀 뒤질 바 없는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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