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내일의 기억/일본영화 본문
2006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어느날 우연히 보게되다.
관심있게 본 건 아마도 치매진단을 받은 엄마 때문이리라.
영화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님을 알았다. 너무 마음이 아파 소리내어 울었다.
49세, 광고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사에키(와타나베 켄)는 거듭된 건망증으로 생활도 일도 차질이 생기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진단이지만 결국은 인정해야만 했을 때의 그 절망감.
손놀림이 치매에 좋다고 젊었을 때 하던 도자기를 하면서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옛 추억도 떠 올린다.
아내의 이름을 잊지 않기위해 직접 만든 컵에 '에미코'라고 새겨 넣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사에키가 이름을 물었다.
에미코는 '나뭇가지에 열매가 맺는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알려주었더랬다.
어느날, 남편을 찾아온 에미코.
그는 아내를 몰라본다.
누구냐고 이름을 물어 본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알려준다. "에미코"라고.
참 좋은 이름이라고 한다.
구운 컵에는 '에미코'라고 새겨져 있다.
기억을 잊는다는 게 슬프다.
어느 날 내 가족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누구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울까.
알츠하이머 치료약은 없다. 다만 진행을 더디게 할 수는 있단다.
본인도 가족도 모두 불행한 병이다.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혹은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 사에키에게 젊은 의사가 말한다.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 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아닙니까? 인간은 태어나서 십수년 간을 제외하곤 점차 쇠퇴해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미리 겁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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