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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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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여름의 전령사 접시꽃

다보등 2021. 6. 30. 11:32

무심코 지나다니던 아파트 화단에 접시꽃이 피었다. 가만보니 내가 아는 접시꽃은 붉은색 한 가지인데 오늘보니 꽃잎 모양도 다양하고 꽃의 색도 여러가지이다. 접시꽃은 의외로 키도 커서 어른 키를 넘을 정도이다.

 

6월에 피는 접시꽃은 여름의 전령사다. 꽃말은 단순.편안이다.

봄이나 여름에 접시꽃 씨앗을 뿌리면 그해는 잎만 무성하다가 이듬해 줄기를 키우면서 꽃이 핀다고 한다. 

접시꽃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꽃잎이 옆으로 퍼진 큰 꽃의 모습을 접시에 비유해서 불려진 이름이라고 한다. 시골집 담벼락이나 길가, 마을의 어귀 등 아무곳에서도 잘 적응하고 잘 자라는 꽃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접시꽃하면 제일 먼저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먼저 떠오르긴하나 이번엔 오래된 한시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잘 자라는 접시꽃은 역사가 오래된 꽃으로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의 '촉규화'라는 한시가 전해오고 있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촉규화蜀葵花>라는 한시를 남겼다. 촉규화는 접시꽃의 한자어이다.

골품제가 존재했던 신라에서 최치원은 6두품이라는 출신의 한계로 관직에 오를 수 없었고 신라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주지 않았다. 신라 사회의 엄격한 제도를 뛰어넘고자 큰 포부를 갖고 12세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을 가 6년 만에 당의 빈공과에서 장원으로 급제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멀고 먼 당나라에서조차 그는 변방 소국 출신의 이방인에 불과했다. 숱한 차별의 설움을 접시꽃(최치원)으로 비유하였다.

 

얼핏 무궁화 꽃처럼 생겼다

 

<촉규화>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 시대의 현실을 한탄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노래한 시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거칠고 쓸쓸한 곳에 피어있는 촉규화(접시꽃)에, 그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수레에 탄 사람들로 비유하였다.

 

<촉규화蜀葵花>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거친 밭 언덕 쓸쓸한 곳에

繁華壓柔枝(번화압유지)   흐드러지게 핀 꽃 한 송이 가지 눌렀네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매화비 그쳐 향기 날리고

影帶麥風의(영대맥풍의)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수레 탄 사람 누가 보아 주리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벌 나비만 부질없이 찾아드네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