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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양원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적'/넥플릭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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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양원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적'/넥플릭스

다보등 2022. 2. 26. 23:17

 

경북 봉화에는 승부역에서 양원역을 거쳐 분천역까지 낙동강을 따라 아름다운 비경길 트레킹 코스가 있다. 2015년 개장한 이 길은 완만한 길로 이루어져 트래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만족감을 안기곤 한다. 그 길은 첩첩 산중에 가려 하늘 참 좁구나 싶은 그런 곳이다. 하늘이 세평밖에 보이지 않아 낙동강 세평하늘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중간 부분인 승부역과 분천역 사이에 있는 양원역이 영화 '기적'의 장소이다.

앞은 강이요 뒤는 산으로 고립된 마을이다.

차로 가는 길이 없는 마을에 철도역(경북 봉화 양원역)을 만든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듯, 양원역을 만드는 일은 많은 품이 들어갔던 일이었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주민들이 역 건물을 짓고, 승강장을 가다듬고, 그리고 역 이름까지 직접 지어서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는 3.7km 떨어진 승부역에서 철길을 따라 집까지 가는 위험천만한 길을 가야만 했던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배우 박정민(준경 역), 윤아(라희 역), 이성민(아빠 태윤 역), 이수경(누나 보경 역)이 맡았다.

박정민이나 윤아는 당연하고, 누나 역을 맡은 이수경의 연기도 참 좋았다.

 

 

2009년 4월, 승부역으로 가는 영동선 열차

 

2009년 4월, 태백 황지에서 시작하여 낙동강 1300리를 걸으며 만났던 '양원역'이 나의 사진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날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그리고 양원역을 거쳐 분천역까지 낙동강을 따라 기찻길을 걸었었다.

 

 

2009년 4월, 양원역

 

2009년 4월,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양원역

 

2009년 4월, 양원역
2009년 4월, 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오지역, 승부역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기적' 영화 속에 나오는 '양원역'

 

 

♣ 영화 뒷 이야기...

영화 스탭롤에서는 양원역은 2011년 열차운행을 중단했다가 2013년 O-Train과 V-Train이라는 관광열차의 운행으로 다시 부활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 말이 뭐냐하면?

참고로 영화에서는 첫 번째 양원역을 만드는 '기적'을 다루었다면, 양원역이 맞이한 두 번째 '기적', 나아가 관광열차가 운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11년 양원역의 영업 중단 위기에서 한 데 모여진 주민들의 힘이 또 있더라.

23년동안 주민들이 지켜낸 역이 '수요 부족'을 이유로 양원역은 2011년 폐역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양원역에는 영주 방면으로 하루 두 번, 도계와 동해 방면으로 하루 두 번의 열차가 운행했지만 당시 개정이 벌어지면 양원역에 정차하는 모든 열차의 운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역이 사라지면 주민들은 너무나도 큰 불편을 겪을 것이 뻔했다. 양원역 앞에 있는 원곡마을서 기차 대신 버스를 타려면 5.8km의 산길을 걸어 광비 정류장까지 나가야 했다. 자동차 역시 산세가 험해 접근이 어려웠다. 주민들은 정차역에서 제외되게 생긴 양원역을 살려내려 머리를 맞댔다. 결국 주민들은 격일로 열차를 타는 '작전'에 돌입했다. 보통이라면 장이 서는 날에만, 도회지에 볼 일이 있을 때에만 열차를 타곤 했던 주민들이 매일매일 열차에 올랐다. 하루는 태백 철암까지 갔다 오기도 하고, 다른 하루는 봉화를 갔다 다음 열차를 타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결국 주민들의 노력은 한국철도공사의 마음을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양원역의 두 번째 '기적'이었다.

양원역은 역도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2013년 경북 내륙을 관광하는 관광열차인 중부내륙관광열차(O-Train)과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개통한 것이다. 영동선의 협곡 가운데를 지나는 두 관광열차는 양원역에 일제히 정차하게 되었다. 그것도 무궁화호 열차들처럼 짤막하게 정차하지 않았다. 짧으면 5분, 길면 10분까지도 열차를 멈춰세웠다. 역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장이 서서 음식도 팔고, 막걸리도 팔고, 그리고 직접 기르고 채취한 임산물도 팔았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이런 장이 큼지막하게 열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