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일본 영화 <모리의 정원>/넷플릭스 본문
재밌게 시청하는 티비 프로 중 하나인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얼마 전에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님이 출연한 것을 보았다. 현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시며 한국 자연과학계의 대부라 불리는 생태학자시다.
최재천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주로 동물들은 무슨 짓을 하나 연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개미연구에 40년, 까치 연구에 25년, 긴팔원숭이 15년, 돌고래 10년!!!!!
하...최재천 교수님에 대해선 끝도 없이 놀라움의 연속인 업적들이 너무 많아서 다 거론할 수가 없다.
정말 방송을 보는 내내 존경심이 절로 나왔다.
문득 최재천 교수가 개미연구에 40년은 보냈다는 이야기에 예전에 보았던 일본영화 '모리의 정원'이 생각이 났다.
30년 동안 정원을 벗어난 적 없는 94세의 화가 모리카즈, 그의 아내 히데코와 조용하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사는 영화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 모리카즈는 30년 동안 자신의 정원을 벗어나지 않고 그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정원에서 보내며 그 안에서 모리카즈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작은 생명들의 움직임이다. 그 중 매일 개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개미는 걸을 때 어느 다리부터 움직일까? 모리카츠는 '왼쪽 두 번째 다리'라고 한다. 최재천 교수님이 동물들은 무슨 짓을 하나 연구한다고 하면서 개미 연구를 40년 했다는 이 대목에서 문득 영화 '모리의 정원'이 떠올랐던 것이다.
집을 찾아온 사진작가와 조수가 아무리 집중해서 개미를 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개미를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을 웃었다. 웃기기도 하고 따분하기도 한 이 영화는 잘 보이지 않는 정원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이다.
매일같이 낮에는 정원의 작은 생명들을 관찰하고, 밤에는 '학교'라고 부르는 자신의 화실에서 붓을 잡는데, 명예욕도 금전욕도 없이 오직 좋아하는 일만을 쫓았던 그의 이런 아이같은 행동이나 생각 등은 바쁜 일상에 쫓겨사는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운 것 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라는 의심도 품게 된다.
어느날엔 정원에서 낯선 돌멩이를 발견하고는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며 하루 종일 손바닥에 돌을 올려놓고 하염없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 장면을 볼 때는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하더라. 어린아이처럼 정원에 누워 하늘도 보고, 벌레도 보고, 마주치는 생명들에 안부인사도 하고...
영화 말미에 모리의 정원을 인근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글쎄...그냥 평범한 작은 정원에 불과하였다.
30년 동안 정원을 떠나지 않았다는 그 정원이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정원이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느리게 흘러가는 영화이다. 뭐지?
영화는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모리의 정원과 그 정원에 매일 출근하는 모리카즈의 이상한 끌림으로 끝까지 보게 되더라. 최재천 교수님의 개미 연구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모리의 정원>이었다.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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