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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영화 <자산어보> 본문
조선 후기 정조의 신임을 받았던 남인 출신의 정약용, 정약전 형제는 1800년 정조가 죽고 노론 벽파의 탄압이라고 하는 정치적 박해인 신유박해가 순조 1년(1801)에 있었다. 서학, 천주교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정약전이 처음 유배된 곳은 신지도였다. 동생인 정약용은 포항 장기곶으로 유배를 갔다. 이것이 신유박해였다. 조선왕조의 천주교에 대한 최초의 대대적 박해다. 이로인해 많은 천주교도가 처형되거나 귀양을 가자 천주교도였던 조카사위인 황사영이 천주교 박해를 막기위해 서양군대의 도움을 요청한 편지(황사영백서사건)가 탄로 나면서 황사영은 처형당하였고, 두 형제는 서울로 압송되어 국문을 받고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이배되었던 것이다.
자산어보,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불후의 명작 <자산어보玆山魚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전문서적이라 할 만큼 치밀한 고증이 돋보이는 책이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직접 해양 생물을 관찰하고 정리하여 1814년 <자산어보>를 저술하였다.
서문에서 "나는 섬사람들을 널리 만나 보았다. 그 목적은 어보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말이 다르므로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섬 안에 장덕수, 즉 창대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략) 성격이 조용하고 정밀하여, 대체로 초목과 어조 가운데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을 모두 세밀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직을 이해하고 있었다. (중략) 이 분을 맞아 함께 묵으면서 물고기의 연구를 계속했다."고 하여 <자산어보>의 저술에는 장덕순 등 흑산도 주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영화 <자산어보> 는 이 서문의 글을 토대로 한 창작물이라고 한다.
담백한 흑백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여운이 남는 영화다.
감독 : 이준익
출연 :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영화 초입에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홍어장수 문순득을 만나 '표해시말'을 쓰게 된 경위가 나온다. 문순득은 실존하였던 인물로서 흑산도에서 나는 홍어를 육지로 옮기는 와중에 태풍을 만나 표류하게 되면서 오키나와까지 밀려 갔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는 뱃길에 또 태풍을 만나 이번엔 필리핀으로 떠내려 갔다. 필리핀에서 중국 광조우, 홍콩,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는 3년의 긴 과정을 듣고 정리하여 정약전이 쓴 책이다. 내가 표해시말(손자가 빌려온 책)을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반가웠다. 표해시말 역시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서는 너무나 놀라운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다.
흑산도에서 정약전(설경구)은 호장의 딸과 정략적 결혼을 하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가거댁(이정은)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설정된다. 나는 영화 <기생충> 이후 '이정은' 배우의 팬이 되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크다.
창대(변요한)는 선생이 천주쟁이라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였지만 그런 창대를 정약전 선생은 상놈이라 하대하면서도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곁에 두고자 한다.
흑산도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창대 -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가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정약전 -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
정약전의 유배기간은 무려 16년이었고. 결국 죽어서야 유배를 마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당시의 배경이 궁금하여 찾아보게 되었고,
아는 사람만 아는 조선 실학자 중 한 명일 뿐이었던 정약전을 알아가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의 삶을 살았던 그의 존경스러운 생애를 돌아보게 된 좋은 영화였다. 재미있다, 없다, 그런류의 영화라기 보다는 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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