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친정엄마와 목욕탕엘 갔다 본문
친구 S는 언양 토박이와 결혼하고 3-40년을 살았으니 그녀도 이젠 언양 사람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일년에 한번, 혹은 몇 년만에 만나도 만남의 첫 코스가 칠암 아나고회였다면 저녁은 언양에서 소고기를 먹는다.
이날도 친구 남편이 가장 맛있는 부위를 미리 주문해 놓았단다.
덕분에 배를 두드리며 소고기를 먹었다. 이런 호강이 없다.
밤늦은 시간 친구 S가 울산 친정집에 데려다주었다.
그 밤에 엄마는 "니가 어쩐 일이냐?" 며 억수로 좋아했다.
"엄마 보고 싶어 왔지~~."
진작에 울산 간다고 전화통화를 하였건만 엄마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한참을 흥분해 하던 엄마는 이내 잠들고 홀로 늦도록 잠 이루지 못했다.
친정집에서 보이는 아침 풍경.
아파트 지대가 높아서 가리는 것 없이 먼 곳까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다.
엄마는 치매 5등급으로 주간보호센터에 가신다. 코로나가 막 시작을 하고 교회건 복지관이건 다 문을 걸어 잠그고 문밖 출입을 하지 못할 때는 종일 혼자 계시던 엄마는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그때 세째가 서울로 모셔왔는데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면서 지난 3월에 울산 동생이 다시 모시고 갔다. 늘 울산 가야 한다고 노래하더니 막상 울산에 오니 서울 가야 한다고 또 노래한다. 그래도 그리 보고파하던 아들 곁에 오니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보인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오전 8시면 집 앞으로 모시러 온다.
오늘은 직접 모시고 가겠다 연락하고 동네 목욕탕을 갔다.
주간보호센터에서도 머리 감기고 샤워시키고 한다지만 문득 목욕탕엘 모시고 가고 싶었다.
동생은 '갑자기?' 하는 표정이다.
오전이었던 기차 시간을 오후로 옮겼다.
엄마랑 대중목욕탕을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세신사에게 때밀이를 시킬까 하다가 내가 직접 밀어 드렸다.
어릴 때 우리 사남매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면 엄마는 먼저 우리를 차례대로 다 씻기고 난 후면,
"네 마리(?) 씻기고 나니 진이 빠져 나는 못 씻겠다."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땐 전문 때밀이도 없던 시절이었다.
"뒤돌아봐 내가 등 밀어 줄게." 한다.
"그래요 엄마, 내 등 좀 밀어줘."
등을 밀어주는 엄마 손에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콧등이 시큰하다. 얼른 비누칠하고 씻고 나와 엄마 옷을 입히고 나니
우리 엄마 뽀얗고 예쁘다.
목욕탕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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