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조은수 글 본문
도서관에서 하는 <시니어독서치료> 수업 중에 9주째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책으로 민화를 보며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듣는 시간이었다.
수업 시간에 (주로 김홍도와 신윤복의)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 주며 재밌게 설명을 곁들이는데 듣는 여러분들이
다들 집중하며 재밌어했다.
더 많은 그림들이 궁금하여 책을 대출하였다.
아이들용으로 나온 책이라 쉽게 재밌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떨게 살았을까?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이니 사진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고......
다행히 옛날 사람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동네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아주 많이 그려 놓았다. 무언가 그리고 싶다는 건 그 장면을 영원히 남겨 두고 싶다는 거다. 그러니 이런 그림들은 모두 영원히 남겨 두고 싶은 장면들이었을 거다.
이런 그림들을 바라보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몇백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이다.
미꾸라지 수염을 기른 아저씨, 버들눈썹을 한 여인네, 팥죽땀을 흘리는 농부, 맹공이배를 한 떠꺼머리총각들이 모두 우리네 모습이다. 지금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한데 어울려 건강하게 살던 모습들이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남녀가 몰래 만나는 장면이다. 여인은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눈길은 은근히 사내에게 향해 있다. 사내의 눈길 또한 여인의 얼굴로 향해 있고 연인끼리는 눈으로 말을 한다는 게 실감 나는 장면이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주름 하나 발끝까지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데, 그 옆에 그려진 집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잘 모르겠고 지붕도 흐릿하다. 바로 신윤복만의 독특한 그리기 방법이다. 중요한 요소는 세밀하게 묘사하고 덜 중요한 요소는 과감하게 생략하여 그린다. 그게 뭐 독특한 방법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당시 우리 그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점이었다. 이 화가의 다른 그림을 보아도 이 점이 두드러진다. p 63
단옷날엔 이렇게 맑은 시냇물에서 미역을 감기도 하고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기도 했다. 그러면 머리카락이 더욱 검어지고 또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나쁜 일을 미리 막는 행위를 액막이 또는 액땜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바위틈에 숨어서 여인네들을 훔쳐보는 이들은 아마도 가까이 있는 절간의 젊은 스님들이 같은데, 도 닦을 생각은 까맣게 잊고 훔쳐보는 재미에 홀딱 빠진 듯하다. p55
여기도 빨래가 한창이네.
아까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 그게 뭘까?
먼저 빨래하는 여인과 머리 만지는 여인이 있다. 말리느라 펼쳐 놓은 빨랫감이 옆에 있는 것도 비슷하고, 또 하나 빠지지 않는 게 몰래 훔쳐보는 선비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여미고 감추고만 다니던 시절이라, 다리를 훤히 내놓고 있는 빨래터는 짓궂은 사내들이 노리던 구역이었나 보다. 그래도 명색이 선비라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구경하는 꼴이 우스운데. p 99
새벽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고된 일에 시달리던 옛날 우리 아낙네들은 이렇게 물가에 모여 힘껏 방망이질을 하면서, 수다를 떠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곤 했던 모양이다.
이 그림은 사람보다 소가 훨씬 더 중요하게 그려져 있다. 이전의 그림들은 주로 중국 화첩을 보고 베끼느라 중국 물소를 그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소를 보고 그리기 시작했다. 이 소도 얼마나 열심히 관찰하여 그린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소의 근육이며 생김새가 손에 만져질 듯하다. 남의 소가 아니라 우리 소를 이렇게 열심히 그렸다는 것은, 자기 것에 대한 긍지를 갖기 시작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p71
한창 새참을 먹고 있다.
새참은 이렇게 들녘에 둘러앉아 먹는 밥이라 해서 들밥이라고도 한다.
남자들이 열심히 농사일을 하다가 출출하다 싶어질 때면 어김없이 아낙네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논두렁 길을 걸어 온다.
가만, 저 젊은이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뭐지? 바로 막걸리다.
새참에서 빠지지 않는 게 막걸리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서 입가심으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나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다.
그래서 이런 노래도 나왔겠지.
들녘에 들밥을 내니 늙은 삽살개가 뛰따르고
푸른 숲 그늘에서 붉은 해를 피하네
힘들여 더부룩한 악초를 제거하고
흔연히 배불리 먹고 긴 두둑에 누웠도다
밥 소크리를 이고 온 아낙네는 다른 사람들이 밥을 다 먹을 동안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그 옆의 사내아이는 제 얼굴만 한 밥그릇을 들고 맛나게 먹고 있고, 그래서 아마 개도 그 모양이 부러웠던 가 보다.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P89
서민들은 모두 먼 길을 갈 때나 들일을 할 때 이 짚신을 신었다. 하지만 짚신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남자들이 신던 투박한 막치기, 여자들이 신던 고운 신, 삼을 섞어 삼던 미투리, 눈 오는 날에 신던 둥그니신, 소에게 신기던 쇄신...... 정말 가지가지다. p119
젊은 아낙은 앞가슴이 벙근 짧은 저고리에 치마폭을 졸라매, 일하는 여인네의 건강한 활기를 보여 주고, 삼단 같은 트레머리 위의 함지막에서 삐죽 나온 생선 꼬리도 기운차게 뻗어 있다. 노파는 빈약한 트레머리에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젊은 아낙을 걱정해 주는 넉넉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것 같다. p135
우리나라 옛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웃음을 머금게 된다.
김홍도, 신윤복 등이 그린 풍속화 속에는 익살스러운 광경들이 오밀조밀 숨어 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도 이 그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힘든 농사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빨래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이웃과 한데 어울려 건강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이 바로 우리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래는 이 책에는 없는 그림이다. 참고 삼아 (어디서?) 옮겨왔다.
조선의 패션피플이었던 기녀들의 옷 차림새.
'전모를 쓴 여인'은 마치 패션쇼 '런웨이'를 걷고 있는 패션모델 같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조선의 모나리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시다 슈이치 '워터' (0) | 2023.12.08 |
---|---|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지식브런치 (28) | 2023.12.03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0) | 2023.11.12 |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0) | 2023.10.14 |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0) | 2023.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