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경흥길 제5길 반월산성길 본문
♣ 경기옛길 경흥길 제5길 반월산성길(10.4km) : 포천시외버스터미널 ~ 청성역사공원~ 반월성지 ~ 신북면행정복지센터
청성산 정상에 자리한 반월산성은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있다. 반월산성은 경흥(대)로와 수직으로 놓여있어 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적의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적인 강점이 있다. 반월산성은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경흥(대)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경흥(대)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화유적이다. 특히 청성문화공원, 포천향교, 구읍리석불입상 등과 둘레길로 연결되어 살아 있는 역사적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경기옛길 홈페이지)
12월 2일(토)
12월로 들어섰지만 이래도 되나 싶게 연일 날씨는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토요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일주일 전 제4길 파발막길을 걸었고 오늘은 경흥길 제5길을 걷기 위해 집앞 버스정류장에서 KTX광명역 ↔ 사당 간 운영하는 8507번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 잠실역 환승센터에서 3006번을 타고 포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오전 9시 20분이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으니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이동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미리 한내교 위치를 파악해 둔 상태라 출발이 수월하다.
한내교를 지나자 횡단보도를 건너 은근한 오르막으로 오르는 길 옆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시멘트 축대보다는 알록달록 이야기가 있는 벽화는 상상력을 보태면서 보는 맛이 있었다.
고개 끝 지점쯤에서 식당 모내기 앞 횡단보도를 건너니 청성역사공원으로 들어선다.
아무리 겨울 답지 않은 푸근한 12월이라 해도 그래도 겨울 아침이라 손이 시리다.
장갑을 꺼내 꼈다.
청성역사공원에 있는 소녀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상이 아니라 일어서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막 걸어갈 듯한 모습이다.
소녀상의 손끝을 따라 바라보니 독립운동가 및 6.25 참전 용사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소녀상이 가리키는 충혼탑을 눈으로 보고 소녀상 근처에 있는 스탬프함에서 5길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경흥길 화살표를 따라 주차장 방향으로 가다가 왼편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진행을 한다.
포천시민대종, 반월성둘레길 방향으로 경흥길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다.
안내 표식을 따라 오르다보면 까치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소원의 종탑이 있다.
이곳에 경흥길 안내가 있다. 오늘 목적지인 신북면행정복지센터까지 9.4km라고 적혀 있다.
그 옆에 포천에서 나고 자란 위대한 학자이자 항일 의병장 면암 최익현선생 이야기가 있다.
한평생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면암 최익현 선생을 기억하며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선조들의 아픈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새기며 언덕을 오르니 날아갈 듯한 반월각(시민 대종이 있다)이 있다.
반월각에서 보이는 포천 시가지 전경은 왕방산이 포천의 진산처럼 버티고 있고
남북으로 흐르는 포천천을 따라 길쭉한 분지에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반월각 건너편으로 마주 보이는 기념탑 방향으로 경흥길이 이어진다.
포천 탄생 600년 기념탑이다.
2013년 10월에 세운 이 기념탑은 포천에서 생산되는 화강석을 10m 높이로 쌓아 올려 무궁무진 발전하는 포천의 힘찬 기상을 표현했으며, 2개의 주탑은 과거 600년과 미래 600년 그리고 포천지역과 영평 지역을 상징하여 뫼비우스 띠로 엮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함을 뜻한다. 기념탑에 600년의 기록을 담아 100년 후(2113년) 개봉해 후손들에게 길이 전하기 위하여 타임캡슐을 수장하였다.
남편과 나는 늘 아침을 먹던 사람이라 오전 10시가 넘어가니 슬슬 배가 고프다.
대체적으로 숲길과 시외곽을 걷는 코스이므로 맞춤한 적당한 자리가 있을 때 요기를 해야 한다. 배가 고프면 걷기 힘들다. 아침 해가 비치는 반월각 너른 잔디마당에서 아침에 만들어간 샌드위치를 따끈한 커피와 먹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도 맘에 들었다. 소박하지만 나름 썩 괜찮은 아침이었다.
주변 정리를 하고 600년 기념탑에 눈길 한번 더 주고는 청성산 숲으로 들어섰다.
코끝을 스치는 기분 좋은 찬공기와 낙엽을 밟으며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언듯 보이는 산성!
저것이 반월산성인가 보다.
각진 성벽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하늘을 받치고 있다.
오~~ 멋진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예사롭지 않다.
오잉!!!!
오~~!!!!
생각보다 더 멋진 거 아닌가??
▲진행방향
▼걸어온 방향
포천 반월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퇴뫼식* 산성으로 1998년에 사적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청성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의 형태가 마치 반달과 같아 반월성이라고 불린다. 반월산성은 해발 283.5m인 청성산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축조되어 성의 둘레는 1,080m로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포천지역의 주성 역할을 하였다.
반월성은 포천을 관통하는 경흥로**와 수직으로 놓여 있어 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적의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요충지로, 백제가 한강 지역을 점령하고 북진했을 시기에 축조되기 시작하여 고구려와 신라가 한강 지역을 점령했을 시기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퇴뫼식 :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정상 주위에 머리띠를 두른 것처럼 성을 축조한 방식
** 경흥로 : 현 43번 국도로 서울과 함경도(강원도)를 연결하는 최단 노선
특히 신라는 629년에 고구려의 낭비성인 반월성을 차지하면서 한강 이북 지역의 영토를 확장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문헌과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삼국시대에 주로 이용되었고 이후 폐성되었다가 조선 광해군 시절 후금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개축하였고 포천지역을 수호하는 중심 산성으로서 기능하였다. 현재 산성에는 발국조사를 통해 치성과 문지, 건물지, 우물지, 토광, 제단 등의 시설이 발견되었으며 옛 성벽의 2/3 정도 복원을 완료하였다.(자료 참고)
반월성은 여장이 없기 때문에 성곽 위에 다시 토성을 쌓은 그런 성이라고 한다.
길을 따라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가 좋았다.
앞서 가던 남편은 반월성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한 쉼터에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백제, 신라, 고구려 삼국이 다 나온다며 읽기에 몰두했다.
반월성은 방어시설의 거점으로 지리적으로 경흥로의 육로를 통해 남북이 이어지고 영평천, 한탄강, 임진강 등 수로를 통해 동서가 연결되었다. 때문에 경기북부지역을 방어하는 산성들은 철원에서 포천으로 통하는 남북교통로(경흥로)를 방어축으로 삼아 남북 방향으로 축조되었다.
신라는 고구려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629년 반월성(낭비성)을 공격하여 점령했다. 낭비성 전투에서 승리하며 김유신이 신라 최고의 장군으로 명승을 날렸으며 승전의 기세를 바탕으로 고구려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게 되었으며 신라는 한강 이북에서 반월성을 최대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문지, 동치성 등을 설치하여 강화했다.
자료가 너무 광범위하여 다 읽어 볼 수도 없거니와 이러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폰에 찍어 집에 가서 보시지요.
산성 위에서 빤히 보이는 저곳은 어디일까?
저 멀리 산 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느낌상으로 멀리서 보아도 채석장 같아 보인다.
다음번에 걷게 될 6길 코스가 저곳을 지나는 구간이지 싶다.
산성을 빠져나오니 400년 된 느티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노거수들은 감탄을 넘어 경이롭다.
제법 가파르다 싶은 내리막 길이라 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포장된 길 직진이 아니라 왼쪽의 나무계단을 내려가라 이정표가 가리킨다. 자칫 직진할 뻔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안내가 잘 되어 있음에도 한눈팔다 보면 그럴 수 있지~
포천향교, 구읍리 석불입상 방향이다.
나무 사이로 포천향교가 보이지만 경흥길은 그곳을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멀찌감치서 향교를 지나치며 리본이 가리키는 방향에 석불입상이 보인다.
구읍리 석불입상 / 포천시 향토유적 제5호
고려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다. 불상 앞에 2단의 석축이 있고 주변에는 기와와 토기 조각이 흩어져 있어 옛 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불상은 신체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머리에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육계가 있고, 얼굴은 마모가 심하지만 윤곽을 파악할 수는 있다. 목에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중생이 걷게 되는 세 가지의 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세 줄의 주름을 새겼다. 수인은 가슴 쪽에서 오른손을 들고 있고, 왼손은 배 부분에서 손바닥이 위를 향하고 있다. 의상은 양쪽 어깨를 덮은 법의를 입었다. 그러나 섬세하지 못한 조각 기법과 마모 등으로 손 모양과 옷 주름이 뚜렷하지 못하다. 다리의 하단 부분이 땅속에 묻혀있어, 노출 부분의 총높이는 2m이다.
이 불상은 포천 지역의 불상 중 가장 시대가 오래된 것으로 고려 전기 불교 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산을 벗어나 마을로 들어섰다.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도 예쁘고 수확이 끝난 논밭이 정겹다. 그 와중에 겨울나무들도 멋지다.
인도도 따로 없는 도로를 걸어가야 하나 조심스러웠는데
경흥길 안내가 다행히 오른쪽으로 빠지라 가리킨다.
산을 벗어나니 차량들로 복잡한 도로를 아슬하게 걷기도 하고, 한참을 기다려 녹색불이 들어오는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하며 걷기엔 썩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니 최대한 조심하며 걷는다.
총길이 10.4km 중에 2.4km 남은 지점을 통과한다.
끝이 보이는 것 같아 걸음이 가볍다.
그런데 저거 저 앞에... 어째 길이 없는 거 아닌가?
리본이 펄럭이는 걸 보니 길은 맞는 모양이다.
리본을 믿고 거침없이 냅다 언덕을 올라서니 갑자기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위에 서게 된다.
보행로라고 하기에도 션찮은 도로를 만나니 당황스럽긴 하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신북면사무소에 도착을 하였다.
늘 생각하지만 이럴 때 너무 뿌듯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다.
오후 1시 29분에 도착하였으니 오전에 포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고 예까지 4시간 정도를 걸어왔다.
출발지인 여기까지 오고 가는 게 쉽지 않아 더 걸을 수도 있으나 다음 구간을 걷기엔 또 애매한 지라 오늘은 여기까지.
마침 신북면행정복지센터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오는 1386번을 타고 도봉산역환승센터로 향했다.
도봉산역에서 7호선을 타고 철산역에서 하차. 그럭저럭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전철을 한 시간 이상 타고 오니 어찌나 졸린지...
종일 걷고 따뜻한 전철 안에서 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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