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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례를 지닌 쌍탑만을 남기고 사라진 김천 '갈항사' 본문

사찰여행

아름다운 비례를 지닌 쌍탑만을 남기고 사라진 김천 '갈항사'

다보등 2012. 9. 18. 08:00

아름다운 비례를 지닌 쌍탑만을 남기고 사라진 김천 갈항사

 

 

 

 

갈항사지는 구미의 명산인 금오산의 서편 오봉리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의 승려 승전이 효소왕 1년(692)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사찰 갈항사. 언제 어떻게 폐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폐사된 절터에 쌍둥이 삼층석탑 2기가 남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절터를 지키고 있었다. 갈항사 동.서 삼층석탑은 자칫 일제시대 일본으로 반출될뻔하였으나 적발되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국보 제99호로 지정되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 놓여 있다.

 

 

밭 한가운데 동.서 삼층석탑이 있던 자리에 비석을 세워 석탑이 있던 자리임을 알려 주고 있다. 제 자리를 잃어버리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석탑이 고향을 그리워 하지는 않을지. 언제쯤 돌아 올 수 있을까?

 

 

 

 갈항사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99호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 놓여있는 동서삼층석탑을 지난 토요일(9월15일) 박물관엘 기어이 찾아가서 삼층석탑을 보았다.신정일선생님께서 사진을 찍으라 숙제를 내주시기도 하였지만 내심 궁금하기도 하여 집을 나섰는데 참으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국사의 석가탑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비례미를 가진 이 탑은 명문이 남겨져 있어 탑의 조성시기와 누가 탑을 세웠는지를 알 수 있는 탑이다.

 

"두 탑은 천보17(758)년 오라비와 언니, 여동생 삼인의 업으로 완성하였다. 오라비는 경주 영묘사의 언적법사이고 언니는 소문황태후이며, 여동생은 경신태왕의 이모이다"

 

 

 

<갈항사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 245호>

이 불상은 신라시대에 처음 건립된 갈항사의 금당 뒤에 있던 여래좌상이다. 빈 절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불상은 지금은 보호각을 지어 보존하고 있다. 둥근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으며 눈, 코, 입의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다. 전반적으로 온화하면서 세련미가 있는 8세기 중엽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하도 만져서 닳아 없어진 코가 인상적인 이 불상은 여기저기 깨어지고 손상되어 고단한 세월을 보냈음을 알 수가 있다. 

 

 

 

 

절터에는 두 구의 불상이 있는데  그 중 한 구는 전각속에 모셔져 있고 한 구는 노상에 모셔져 있다.파손이 심한 이 불상은 수인으로 보아 비로자나불임을 알 수가 있다. 파손이 심한 불상은 불두까지 잃어버려 새로 복원한 불두가 어색하게 얹혀져 있다. 그런데 현대인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진 불두의 모습이 영 아니올씨다이다. 옛 불상들은 이처럼 기이하게 만들지 않는것 같은데 어찌 현대인의 손길은 이렇듯 미흡할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갈항사앞에 넓직한 들판을 가로질러 금오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아마도 이 너른 들판이 절집을 구성하던 곳이 아니었을까 빈 공백으로 남겨진 터 위로 여러 상상을 해 볼 수가 있다.

 

 

 

 

 

갈항사지를 지나 언덕위에 갈항사라는 조그마한 개인 사찰이 들어 서 있어 잠시 들여다보았다.영화로웠던 통일신라의 자취는 휑한 절터뿐이고 그나마 남겨진 유물들이 있어 그 옛날의 영화를 전해주고 있고 그저 유구한 세월만이 흘러 공허한 폐사지에 가을은 깊어가고 감이 붉게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