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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친정엄마는 Flex하는 방법을 알고있다 본문

가족과 함께~*

친정엄마는 Flex하는 방법을 알고있다

다보등 2021. 7. 20. 16:59

친정엄마는 코로나백신1,2차를 맞고 나서는 집에서 가까운 주간보호센터에 가시게 된 지는 두 달이 채 안된다. 주간보호센터를 갈 수 있는 조건중 하나가 치매진단을 받아야 한다.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경로당도 교회도 어디고 갈 수가 없으니 그저 종일 집에서 심심해 하던 터였다. 그래 우리집과 동생네를 번갈아 오가며 지내다 백신 접종 후 주간보호센터에 주 6일을 가시며 엄마도 그렇고 동생도 좀 수월해졌다. 점심,저녁 두 끼를 거기서 먹고 오신다. 엄마는 처음엔 낯선곳이라선지 안간다고 하시더니 요즘은 '밥 먹는 재미로 간다'고 하시니 그나마도 다행이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하면 더 재밌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바뀐 일상이 하나 생겼다. 엄마는 주간보호센터에 가지 않는 일요일엔 날더러 오라 부르신다. 매주는 아니고 2주에 한 번씩 동생네로 엄마를 만나러 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날 만나서 '점심을 먹는 날'로 정했다. 무려 엄마카드로 밥을 사고 커피도 산다. 

엄마는 당신 카드로 밥이며 커피를 계산하시며 엄청 뿌듯해 하신다. 그래서 말리지는 않는다. 나도 엄마가 Flex하는 부티나는(?) 행위가 싫지는 않다. 사실 엄카를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매달 나라에서 엄마 통장으로 넣어준다. 노인기초연금이라고. 엄마는 거처를 동생네로 옮기면서 어디 딱히 돈을 쓰실 곳이 없어져 그동안 통장에 쌓이던(?) 돈을 flex하는 방법을 알게 된 듯 하다. 가끔은 동생네 피자파티도 엄카로 계산한다. 온 식구가 할머니가 사주는 피자를 아주 좋아라 한다고. 

엄마 曰 "옛날엔 생각도 못한 돈을 이리 주다니 우리나라가 부자인 게야."

 

 

일요일 아침,

엄마를 만나러 가기전 일찌감치 산책삼아 광명동굴 숲엘 갔더랬다.

낮에는 너무 뜨거워서 걷기 어려운데 이렇게 이른아침에 걷기로 맘 먹었다. 

구름이 어찌나 예쁜지 걸음이 더디다.

그저껜가 소나기가 한바탕 쏟더니 하늘이 너무 예뻐졌다.

장마같지 않던 장마는 끝난 듯 하다.

 

 

아래 사진속엔 구름사이로 비행기가 지나 간다.(어쩌면 하도 작아서 나만 보일 지도...)

언제쯤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으며 여행갈 날이 올런지.

그립다. 모든 것이.

 

 

엄마를 만나서 아구찜을 먹으러 왔다. 언젠가 우리집에서 먹었던 아구찜이 맛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뜻밖에 어찌나 잘 드시는지...놀랐다.ㅋㅋ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고...또 짠하다.

 

 

고운 우리엄마...

보조기구없이는 잘 걷지 못하고 치매도 있지만 그래도 오래 우리곁에 계셔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