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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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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구석구석~~/충청도

아름다운 당진합덕성당

다보등 2021. 9. 4. 10:19

8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예상에 없던 성지순례가 된 날이다. 아무 생각없이 당진쪽으로 나선 길에서 우연히 찾아간 솔뫼성지, 그리고 그곳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반했던 신리성지 그리고 또 역시 사진으로 만난 아름다운 합덕 성당까지.

이제 신리성지를 나와 세 번째로 찾아갈 곳은 합덕성당이다. 부처님오신날 세 곳의사찰을 찾아 다닌 적은 있으나 당최 내가 천주교성지를 이리 설레며 찾아다닐 일이 생길 줄 어찌 알았겠냐. 세상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뜬금없이 사진에 반해 찾아 나서기도 처음이다. 냉큼 내비에 이번엔 합덕성당을 찍는다. 내비를 믿고 운전대를 잡는다. 남편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싫지 않은 표정이다. 

 

 

가톨릭 성지 당진합덕성당(충청남도 기념물 제145호)

계단을 오르면 두팔 벌려 맞아 주시는 예수님 뒤로 붉은 벽돌의 성당 건물이 애써 찾아온 기대감을 중폭시킨다.

 

 

합덕성당은 1929년에 신축된 것인데,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건축양식으로서 벽돌과 목재를 사용한 연와조(외벽 전체면적의 3/4 이상이 연와로 축조된)구조로 지었다. 정면의 종탑이 쌍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 이 성당은 3개의 출입구와 창틀이 모두 무지개모양을 이루고 있다. 외벽은 붉은 벽돌로, 창둘레와 종탑의 각 모서리는 회색벽돌로 쌓았다. 창 아래와 종탑의 각각 면에는 회색벽돌로 마름모형의 장식을 하였다.

 

 

유럽에서 만난 유명하다는 대성당의 첨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그 기세에 압도당하곤 하였는데 어찌 그런 어마어마한 성당에 비교할 수 있겠냐만은, 당진의 조그만 동네에 자리잡고 있는 작고 소박한 합덕성당의 쌍탑은 편하게 웃는 얼굴로 맞아 주는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을 받았다. 

 

 

한켠에 있는 순교비는 현 성당 건물을 지은 착한 목자 백문필 필립보 신부님(패렝, 1885-1950)은 30년 건 본당에 재임하다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납치되어 순교하셨다. 이 순교비는 백 신부의 사랑과 공덕을 높이 받들고자 1957년 신자들이 세운 것이다.

 

 

합덕성당은 1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교회가 박해를 받을 때에는 순교의 장소가 되기도 한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곳이다.

 

고딕양식의 합덕성당

벤치에 앉아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성당 건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작정 찾아온 곳이지만 그냥 무작정 좋았다. ㅎㅎ

저 붉은벽돌의 색은 어찌 저리 난하지 않고 이쁜 색일까? 회색이 적절하게 잘도 어우러졌네...지붕에 있는 뽀족 창은 또 왜저리 이쁜거야...어쩌고저쩌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혼자 분석하고...이러면서...한참을 앉아 있었다.

 

 

뒷뜰에는 성직자 묘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성 김대건 신부와 백신부의 스승이었던 이 매스트로 신부(1808-1857), 홍요한 신부, 심 마르꼬 신부, 이 성당을 짓고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게 납치되었던 백문필(패렝,1885-1950)신부님 등의 묘소를 조성해 놓았으며 특히 백신부님 시신은 현재 대전가톨릭대 성직자묘지에 묻혀 있어 유물만을 넣은 가묘인 셈이다. 

 

성직자의 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당 뒤편으로는 합덕농촌테마공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내려가 보진 않았다.

 

커다란 느티나무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합덕성당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종교와 믿음을 떠나서 하루만에 성지 세 곳을 순례를 했으니 당연히 마음에 평화가 깃들지 않을 수 있겠나? 

성당입구에서 파는 새우젓을 한통 샀다. 강경까지 가서 사온 것이라 한다. 감사하게도 대신 사오신 수고를 생각해서 기분좋게 샀다. 성지순례를 하고나니 마음이 후덕해 진듯 싶다. (다음날 수육을 해서 새우젓을 찍어 맛있게 먹었다. 식구들이 '역시 수육엔 새우젓!'이라며 합덕성당에서 사온 새우젓이 맛있다고 엄지척 칭찬을 해주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