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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울 엄마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본문

가족과 함께~*

울 엄마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다보등 2022. 1. 26. 17:10

보름에 한 번 엄마를 만나는 날인데 다행인건 요며칠 기온이 올라 날씨가 푸근하다. 

엄마는 매번 볼 때마다 '오랜만에 니를 보니 참 좋다' 하신다. 

그리고는 집을 나설 때면 당신 카드를 꼭 챙겨 나오신다. 밥값을 당신 카드로 계산하길 원한다.

또 그것이 엄마의 유일한 낙이라 애써 말리지 않는다. 일명 '엄카'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60넘은 딸있음 나와!

엄마는 '내 카드가 이렇게 재미나고 요긴하게 쓰임새가 있을 줄 몰랐다'며 아이마냥 해맑기가 그지없다.

 

하루에도 수없이 전화를 한다. 아무리 '여보세요? 엄마?' 하고 외쳐도 통화는 안된다.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그냥 걸리는 것이다. 통화연결이 되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한다. 나한테 뿐만 아니다. 여러 지인들께도 그런단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라치면 또 안받기 일수다. 치매약을 꼬박꼬박 드시긴 하지만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일주일에 6일은 노인주간보호센터에 가시는데 처음엔 꺼려하시더니 익숙해지셨는지 나름 재미가 있다하니 다행이다.

점심, 저녁 주는 밥도 맛있게 잘 먹는다면서 오전, 오후 두 번 간식을 주는데 엄마는 예전에도 세끼 밥 외에는 간식은 잘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간식을 밀어낸단다. 나이가 들어도 식성은 잘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옆자리에 앉은 노인네가 자꾸 손을 떤다면서 '나도 따라 떨까봐 멀리 떨어져 앉는다'고 말하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찡하다.

 

엄마를 동생네 모셔다 드리면 아이같이 환하게 웃으시며 '큰 딸, 다음에 또 보자' 하신다.

이렇게 짧은 만남이지만 엄마도 기쁜 마음이고 나도 기쁜 마음인데 자꾸 목이 메이는 건 어인 일인지...

 

 

엄마 팔순 때 세 딸들이랑 중국여행~

 

 

 

 

엄마, 열이틀 달/김위숙

 

여든 하나 된 울 엄마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육십 넘은 나이에도 어김없이 눈물난다.

서른 넘은 내 딸도

지 엄마 보러 오면

쿵덕 문턱에서 넘어진 어린애마냥

엄마! 하곤 그렁그렁 달라붙는 안부도 털어내기 바쁜데

눈물많은 나도 괜히 들킬라

딴전 보듯 건너편 열이틀 달만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