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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본문

공연,영화,서적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다보등 2022. 7. 27. 07:49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2022.7.20.-2023.1.24.

백남준 아트센터 

 

이 전시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비디오와 빛으로 가득 찬 백남준의 영광스런 (옛) 설치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비해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업은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나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여 프로젝트를 40여대 사용하는 대규모 미디어 작품 <시스틴 성당>을 설치하여 사람들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1995년에는 독일의 한 성당 전체에 대규모 프로젝션과 레이져를 설치하는 작품인 <바로크 레이저>를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작품이 구현되었던 그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바로크 백남준> 전에는 백남준이 아날로그 비디오를 물질적 공간에 직접 투사하여 만들었던 시공간적 경험을 특별히 '아날로그 몰입'이라고 부르고자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늘날 초고해상도의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는 대형 미디어 몰입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90주년 특별전으로 들어 가는 문이 열려있다.

 

소근소근 아이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미술관을 흐르는 물처럼 생동감이 넘쳐나게 한다.

아이들의 밝은 기운이 미술관을 환하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슈베르트 , 밥 호프 (2002)

<슈베르트> 백남준은 빨간 축음기 스피커와 여러 모양의 진공관 라디오 아홉 대로 작곡가 슈베르트를 표현했다. 라디오에 달린 모니터 영상에서는 살럿 무어민이 연주하는 모습과 과달카날 퍼포먼스, 백남준이 거리에서 벌인 <로봇 오페라> 등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밥 호프> 밥 호프는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가수로 많은 인기를 누리며 라디오, 텔레비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백남준은 호프를 비롯해 유명 대중 예술인들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대중 매체의 파급효과, 미디어의 이미지 소비,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 등의 문제에 백남준이 관심을 가졌던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찰리 채플린 (2002)

빈티지 모니터,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몸체가 이루어졌으며 채플린 영화에 등장하는 가스등을 연상시키는 구형 전구가 양 손의 역할을 하는 이 로봇은 흑백영화 시대에 대한 향수를 전달하는 듯 고풍스럽다.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은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등의 영화를 통하여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백남준 역시 인간화된 기술, 기술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기울렸던 만큼 로봇으로 형상화된 채플린은 매우 자연스러운 조우라고 할 수 있다.

 

2층에서 보이는 바깥의 풍경
촛불 TV 1965(1969)

<촛불 TV>는 오래된 텔레비전의 내부를 비우고 대신 그 안에 초를 하나 밝혀 놓은 작품이다. 일반적인 전자 기계는 복잡한 기술을 블랙박스 속에 숨겨져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할 수도, 접근할 수도 없게 만들지만, 백남준은 오히려 기술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어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도록 했다.

"촛불 TV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면 절대로 고장 나지 않은 TV예요, 자꾸 부서지는 옛날 음극선관 텔레비전과 달리 절대 망가지지 않는 텔레비전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건 정전 중에도 볼 수 있어요."(백남준 1988)

 

비디오 샹들리에 No.1(1989)

샹들리에는 공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며 그 자체로 부와 성취 그리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백남준의 첫 번째 샹들리에는 흑백텔레비전을 촛불 삼아 이미지와 빛을 내고 늘어뜨린 전선과 작은 LED 전구로 텔레비전을 장식한 것으로 미디어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공간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백남준이 비디오 샹들리에에서 최신 기술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선 영상들을 재생시키면서 당시 구소련에서 생산된 텔레스타 흑백 CRT모니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 모델은 비록 흑백이지만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무선 휴대용 텔레비전이었다. 백남준은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텔레비전으로 샹들리에를 만들어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며, 더 이상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스틴 성당 (1993)

 

<시스틴 성당>은 백남준이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던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전시되었다.

백남준은 천장이 높은 독일관의 가운데에 비계를 쌓아 올리고 프로젝터를 매달아 영상이 벽으로 투사되도록 했다.

이 구조는 메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20미터 높이의 비계 위에서 그렸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비계 위에서 고통스럽게 벽화를 그렸던 화가의 역할이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투사하는 수 많은 기계들로 대체된 것이다.

<시스틴 성당>에서 경험하는 감각은 현실을 복제하여 스크린에 완벽하게 연출하는 디지털 몰입과 다르다. 디지털 몰입이 마치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면, <시스틴 성당>은 우리의 감각을 복잡하게 뒤흔들고 우리를 각성시킨다. 이것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환원할 수 없는 퍼포먼스다. 이를 통해 백남준은 무질서한 이미지를 바이러스처럼 엄청나게 중식시키고 불변의 건축 공간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장식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쏟아지는 영상과 사운드에 파묻히고 만다.

 

메모라빌리아

<메모라빌리아>는 보룸 스트리트에 위치했던 백남준의 작업실을 재현한 아카이브 켈럭션이다. 작업실의 가구와 소품 그리고 문서를 전체 이관하였고, 벽과 창문은 원래와 동일하게 재현하였다. 이 작업실은 조수들과 함께 사용하며 전기, 기계적 제작을 하던 공간으로 백남준의 작품 제작과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소품들이 다수 있다.

 

 

 

무려 70년 대에 그가 예상한 <백남준 선견지명>

1) 인터넷 : 1974년 백남준은 '전자 고속도로'라는 용어와 함께 케이블과 섬유 광학을 이용한 먼 도시들을 이어주는 새로운 미래적 네트워크에 대하여 제시한다. 그는 다른 지역의 거주자들이 서로 컬러 비디오를 통해서 회의도 하며 새롭고 놀라운 인간의 노력과 시도들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집필하였다. 디지털 네트워크란 아이디어를 제시한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터넷에 대한 생각은 백남준이 최초였다.

2) 비디오 아트 : 음악의 전시 -전자 텔레비전

3)기후 위기 : "How to make oil obsolete"(오일을 쓸모없게 만드는 방법)에서 작가는 테크놀로지와 자연은 서로 조화로운 연관성을 가지며 함께 현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4)글로벌 미디어 : 그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세계 어느 TV 스테이션에 스위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하고 있다.

5)스마트 폰 : 1974년 백남준은 1001개수의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담긴 "Mixed media Telephone"(혼합 미디어 전화기) 시스템이 생길 것이라고 지필하며 이 전화기로 TV시청, 쇼핑 그리고 건강검진 등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누구든지 모두가 예술을 만들고 공유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해서 언급하며 현재의 캠코더, 라이브 스트리밍 및 소셜미디더에 대한 예상을 적중하였다.

 

만만찮은 작품을 감상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지난 학기 백남준 작가에 대해 짧게 나마 강의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뭔지...

그냥 생각없이 작품을 보는 것 만으로 '백남준의 선견지명'을 이해하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하였다.

전시관 안에서 내다 보이던 바깥 풍경이 궁금하여 잠시 걸어 보기로 하였다.

촉촉하게 젖은 잔디며 갑작스레 떨어진 나뭇잎은 마치 가을이라도 된 것처럼 너무 운치가 있었다.

푸르른 언덕을 올라 산책하는 동안 지끈하던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이 업되었다. 

 

안전콘(2008)

대지예술, 퍼포먼스, 설치, 공공미술 등 여러 매체와 형식을 탐구했던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