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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본문

공연,영화,서적

백남준아트센터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다보등 2022. 7. 26. 15:55

비오는 목요일에 용인시 기흥에 있는 백남준기념관을 찾아갔다. 전부터 한 번 가봐야지 하다가 마침 근처에서 동생을 만날 약속이 있어 겸사겸사 일찍 집을 나섰다. 오락가락 빗발이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한다. 오전 10시 오픈인데 내가 도착한 시간이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실내가 조용하다. 몰랐는데 와서보니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이 어제(7월20일) 막 오픈을 하였더라.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는 유료이다. 전시실 입구에서 전시 브로셔를 챙겨서 입장을 하였다.

 

백남준 작품을 감상하며 자료를 참고하여 옮겨 적은 내용들이다.

   '만약 백남준(1932-2006)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우리는 그의 아흔번 째 생일 잔치를 성대하게 열어 축하했을 것이다. 아흔 살의 백남준은 팬데믹과 메타버스의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해주었을까?

우리는 아흔 살의 그가 어떤 생각을 할 지 알 수 없지만 마흔다섯 살 생일을 앞두었던 백남준의 생생한 고민을 돌이켜 들을 수는 있다. 당시 백남준은 자신의 예술적 성향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돌아보며 그 근본을 깊이 탐구하고 있었다. 백남준은 이 과정을 '아방가르드의 고고학'이라고 불렀다. '

 

 

백남준 아트센터 1층 제1전시실

칭기즈 칸의 복권(1993)
칭기즈 칸의 복권(1993)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광대역 전자 고속도로를 대체된 것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되었다.

20세기의 칭기즈 칸은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잠수 헬멧으로 무장한 투구와 철제 주유기로 된 몸체, 플라스틱관으로 구성된 팔을 가지고 있다.

백남준은 <마르코 폴로>, <칭기즈 칸의 복권>, <스키타이 왕, 단군>, <알렌산더 대왕> 등의 로봇을 통해 교통 및 이동수단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지배하던 과거에서 광대역 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가 올 것을 강조한다.

 

TV 정원 (1974) : 우거진 수풀 속에서 텔레비젼들이 꽃송이처럼 피어있는 정원이다. 화면에 나오는 것은 <글로벌 그루브>(1973)라는 비디오 작품으로 세계 각국, 여러 분야의 음악과 춤이 백남준 특유의 편집으로 흥겹고 현란하게 이어진다.

이 정원에서 TV 모니터들은 낯선 각도의 배치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관람자는 화면이 하늘을 향하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텔레비젼을 내려다보게 되며, 하나의 텔레비전 수상기만을 보기보다는 주변의 여러 대를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미술관이라는 실내에 인공적으로 조성, 유지되는 자연 환경과 자연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테크놀로지를 대변하는 텔레비전이 하나의 유기체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

나뭇잎을 타고 흐르는 텔레비전의 전자적 영상이 다양한 리듬 속에서 생태계의 일부가 됨으로써 백남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픽셀의 자극과 자연이 내뿜은 초록빛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했다.

 

사이버 포럼, 1994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과 파리를 1984년 1월 1일 위성으로 연결하여 각각에서 일어나는 퍼포먼스를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백남준의 기획에서 핵심은 대중문화의 스타들과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소통하는 만남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있는 만남을 전 세계인들이 함께 지켜보도록 '선물'하는 것이었다. 조통의 이원생방송은 한쪽에 컨트롤 타워를 두어서 다른 한 쪽의 영상을 받은 뒤 실시간 편집하여 동일한 내용을 양쪽으로 송출한다. 그러나 <굿모잉 미스터 오웰>은 파리와 뉴욕이 각자의 방송 소르를 주고받은 뒤 각자 자유롭게 방송 내용을 송촐했다. 백남준이 생방송이란 전화처럼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텔레비전의 소통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백남준이 텔레비전에서 응당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방식의 소통, 즉 쌍방향 텔레비전이 실현되었다. 백남준의 위성방송은 마치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뉴욕과 파리의 작가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완성된다.

 

 

 

이 유명한 <TV 부처>에 관하여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종교적인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을 바라본다는 점, 혹은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로 인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화면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진지한 주제를 던지기도 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보는 경험을 선불교의 명상적 체험에 빗대어, 종교적 의미나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현실에 기반을 둔 '전자 선'이라고 말했다.

 

TV 부처(1974)

 

1974년 쾰른 미술관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에서는 백남준이 직접 법의를 걸치고 텔레비전 앞에 앉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관객이 부처가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을 때 화면 속에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백남준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닫혀 있지 않은 '전자 환경'을 만드는 작품이다.

 

로봇 K-456, 1964
1664 로봇 오페라

 

<로봇 오페라>는 살럿 무어민이 기획한 제2회 뉴욕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백남준이 자신의 <로봇 K-456>을 조종하며 거리를 걸어 다니고 살럿 무어먼이 그 옆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첼로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다. 백남준이 1964년 일본에서 제작한 <로못 K-456>은 20채널로 원격 조종되는 로봇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8번 B플랫장조>의 쾨헬 번호 456을 따라 이름을 붙였다.

백남준의 <로봇 오페라>는 모든 거리와 광장에서 시간, 날짜, 장소 그리고 관객까지도 미정인 채로 열린다. <로봇 오페라>는 소위 고급문화가 새로움을 거부한 채 전통에 안주하는 현상과 신파극이 대변하는 대중문화의 예술 상품화 성향을 동시에 비판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며" 우연과 소음으로 가득한 '해프닝'을 벌였다. 백남준의 소통 방식은 당당하고 항상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1층을 천천히 돌아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라 적힌 입구를 만나게 된다.

2022. 7.20.- 2023.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