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채식주의자/한강 장편소설 본문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인 최초로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을 한다.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과 같이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에 아내(영혜)와 결혼을 하게 된 과정을 '나'는 담담하게 나열하였다.
어느 날,
"...... 꿈을 꿨어."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꿈?
꿈을 꾸고 난 후 그녀는 냉장고 안의 모든 고기들과 생선류들 온갖 것의 고기류들을 내다 버렸다.
"꿈을 꿨어."
단지 그 얘기만 할 뿐.
그로부터 시작된 아내의 채식으로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2002년 겨울부터 2005년 여름까지 이 세 편의 중편소설을 따로 썼다. 따로 있을 때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해지면 그중 어느 것도 아닌 다른 이야기 ㅡ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ㅡ가 담기는 장편소설이다. 이제 제자리에 차례를 맞추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작가의 말)
세 권의 중편이 하나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몇 년 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떠들썩하였는데 읽는 건 고사하고 정작 소설의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
지난주인가 후배가 누렇게 색이 변한 낡아 보이는 책을 들고 왔길래 관심을 보였더니 추천한 책이다.
읽다 보니 무섭기까지 하다고.
스릴러야?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 채식주의자, 영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 머리에 박힌 영혜,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한 그릇을 다 비운 영혜. 어느 날 끔찍한 꿈을 꾼 이후 그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거부한다. 언니의 집들이에 모인 가족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하는 아버지,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결국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손목을 긋는다.
♣ 몽고반점, 인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로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몽고반점 이야기를 듣고 비디오 작품의 모델이 되어 달라 부탁한다. 영혜의 몸 전체에 꽃을 그리고 비디오를 찍었으나 맘에 들지 않는다. 후배가 남자 모델로 출연해 영상을 찍다가 급기야는 교합 장면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후배 대신 몸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어 교합 장면을 찍는다. 다음 날 아내 인혜는 벌거벗은 남편과 영혜를 발견한다.
♣ 나무 불꽃, 언니로 아내로 엄마로 처형으로 딸로 살아온 인혜 - 그날 이후 영혜의 보호자가 되어 정신병원으로 영혜를 만나러 간다. 종합병원 폐쇄병동은 가깝긴 하지만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수소문 끝에 집에서 멀지만 환자에 대한 처우가 좋은 편이라는 병원으로 옮겨온 것이다. 나무가 될 거라는 영혜는 일체의 음식을 거부하며 나뭇가지처럼 말라간다. 병원 관계자들이 억지로 음식을 주입시키려 하지만 완강하게 거부하는 영혜,
'언니도 똑같구나.
의사도 간호사도, 다 똑같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약만 주고, 주사를 찌르는 거지.'
네가! 죽을까 봐 그러잖아!
영혜는 고개를 돌려, 낯선 여자를 바라보듯 그녀를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이윽고 흘러나온 질문을 마지막으로 영혜는 입을 다물었다.
'......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ㅡ 영혜의 변화는 선 듯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녀의 이상 행동은 꿈꾸기 전부터 그랬을 수도 있다.
답답하다며 브레지어 자체를 불편해하는 것에는 심리적인 뭔가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의 변화를 아무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어느 날 꿈을 꾸게 되고, 그것으로 육식을 거부하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그럼에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게 된 정확한 이유도 잘 모르겠다.
꿈을 꾸어서?
그 꿈이 무의식에 남아있던 아버지의 학대, 잔인함이었을까?
거기다 더해진 남편의 무관심?
어린 시절 당했던 학대의 정황이 무의식의 깊은 상처로 남아 영혜는 육식 거부가 되었나.
육식거부는 영혜의 심리 상태를 단순히 에둘러 표현한 상징적인 것인지도.
우리 주변엔 여러가지 이유로 또 다른 영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책을 읽으며 뭐지? 이 상황이 뭐지?라는 물음표가 자꾸 생기던 소설이다.
정교하고 충격적인 작품...
우울해지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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