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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프랑세즈>이렌 네미로프스키 책 & 영화

다보등 2022. 7. 24. 13:27

1903년 키예프에서 태어난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우크라이나 유대인 출신으로 첫 소설 <데이빗 골더>, 그리고 <무도회>를 통해 프랑스 문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1940년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한 이후, 그녀는 모르방 지방의 한 마을에 숨어 지내다가 프랑스 헌병들에게 체포되어, 1942년 여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장녀 드니즈는 엄마가 사지로 끌려 가기 직전 건네 주었던 <스윗 프랑세즈> 원고가 든 가방을 들고 도피하여, 62년 후인 2004년 출간하게 되었다.

 

《스윗 프랑세즈》는 전쟁을 피해 피신했던 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구상하고 집필한 역작으로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예정한 총 5부 중 1부<6월의 폭풍>과 2부 <돌체>까지 완성한 후, 체포되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은 유작이다.

 

 

책이 출간 되던 그 해, 프랑스 문학상 르노도상은 생존작가에게만 상을 수여한다는 관례를 깨고 《스윗 프랑세즈》에 르노도상을 수여했다.

 

1부 「6월의 폭풍」은 1940년 파리가 함락되기 전 앞다퉈 피난길에 오른 다양한 인물들의 행로를 추적한다. 전쟁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각양각층의 인간군상은 비굴하고 파렴치하게 살아남는 일에만 몰두한다.

1940년 6월 독일군이 파리를 침공하면서 파리 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고 피난길에 오르는 과정을 다뤘다.

피난민들로 가득한 도로들.

시골 여관 복도에서 몸 누일 공간을 놓고 다투고.

가구 모포 등 귀중품을 가득 싣고 가다가 휘발유가 떨어져 멈춰버린 차.

휘발유와 먹을 거리를 빼앗기 위해 야비한 행동도 불사하는 사람들,

고아들을 피난처로 인도하다 그들 손에 살해 당하는 신부 이야기등

사람들이 전쟁통에 저지르는 비열한 행동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피난 중에도 부르조아 계층은 하층민을 무시하며 비난하고, 하층민은 그런 부르조아 계층을 갈취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적에게 맞서는 동포애라는 건 아예 없었다.

작가는 이를 냉정하게 묘사를 하면서도 은행 회계원인 '미쇼'와 그의 부인이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며 시련을 묵묵히 견디는 것을 통해 독자에게 온기를 전달한다.

 

2부 「돌체」는 독일군이 점령한 한 시골마을을 무대로 당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나치에의 협력과 저항을 둘러싼 갈등을 증언한다. 또한 집단 광기인 전쟁이 개인들의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 지를 드러낸다. 음악용어로 '달콤하고 부드럽게' 부를 것을 지시하는 나타냄표인 '돌체'는 역설적인 표현인 셈이다. 

 

 

 

소설 「돌체」를 영화한 영화 <스윗 프랑세즈>는 

1940년 6월,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파리에서 생겨난 피난민들이 작은 시골 마을 뷔시로 몰려들면서 시작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전쟁, 점령이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성별과 나이와 계급에 따라 독일군을 바라보는 시선은 천차만별인데 영화 속 젊은 여인 '루실', '마들린', '셀린'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적들과 각기 다른 관계를 형성한다. 피난을 가느라 버리고 간 집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도 독일군의 숙소가 된다.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시어머니와 살고 있는 루실의 집에 들어온 건 독일군 장교 브루노이다. 적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 프랑스 여인 '루실'과 독일 장교 '브루노'는 시선 한 번이 조심스럽고 말 한마디가 금기시 되었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면서 다가갈 수도, 멈출 수도 없었던 비밀스런 로맨스를 시작한다. 다가갈 수 없는 둘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피아노이다. 피아노방에 머물게 된 '브루노'는 매일 밤, 음악을 전공한 '루실' 조차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곡을 연주하는데 브루노가 직접 작곡한 곡이라 했다. 이곡의 제목이 바로 영화의 제목이자 원작 소설의 제목과 동일한 '스윗 프랑세즈'이다. 

 

 

♣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을 읽을려니 꾀가 났다.  

영화로 볼 수 있다는 유혹에 1부 <6월의 폭풍>은 책으로 읽고, 2부 <돌체> 부분은 영화로 보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1부 <6월의 폭풍>도 280페이지나 되는 장편이라 맘 먹고 시작을 하여야 했다. 1부만 읽어야지 작정하고 나니 부담이 덜어져서인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정작 영화로 보는  <스윗 프랑세즈>는 글로 읽어야 하는 부담없이 금방 끝났다.

기구한 만남의 두 주인공 '루실'과 '브루노'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로 헤어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안타까운 영상으로 남겨졌다. 

책에서는 막상 <돌체> 부분은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그러나 루실과 브루노를 주인공으로 영화로 만들기엔 제격인 스토리였다. 

 

책 후반부에는 당시 프랑스이 상태에 대한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메모와 공책에 기록된 「스윗 프랑세즈」 집필 계획이 있다. 이 부분 또한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부록에 이렌의 집필 계획이 담겨있다. 집필 계획은 그녀가 체포되기 전까지의 기록이다.

1) 폭풍

2) 돌체

3)투옥

4)전투

5)평화

"그렇다, 작품이 되려면 각 부가 200쪽은 되어야 할 것이다. 1000쪽짜리 책이라......오! 주여!"

 

그렇다면 그가 남긴 원고는 당초 계획했던 내용에서 절반도 쓰지 못하고 말았다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