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둘레길 김포3코스, 애기봉입구~전류리포구 본문

경기둘레길 860km

경기둘레길 김포3코스, 애기봉입구~전류리포구

다보등 2022. 10. 24. 09:33

2022년 10월 8일

토일월 삼일 간 대체공휴일이 든 주말이다 보니 길동무들이 무더기로 불참을 하였다. 역대급으로 단출하게 6명이 경기둘레길 3코스를 걸었다.

오늘 출발지인 애기봉입구까지 찾아 가는 길이 녹녹치 않다. 우선 김포공항역에서 김포골드라인으로 환승하여 운양역 하차하여 7번 버스를 타기로 하고 운양역 1번 출구로 나갔다. 오전 8시 10분 무렵에 마침 7번 버스가 왔다. 주말에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온다는 귀한(?)버스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느라 그 (귀한)버스를 보냈다. 이제 한 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버스가 온다. 마침 장기역에서 101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일행이 있어 급하게 전화로 101번 버스시간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10여분 후에 버스가 온다고 한다. 운양역에서 장기역은 한 정거장이다. 막 도착한 친구와 같이 다시 전철을 타고 장기역에 내리니 101번 버스가 세 정거장 뒤에 있단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순발력을 발휘한 덕분에 101번 버스를 타고 애기봉 입구 버스정류장(소요시간 30분 정도)에서 내려 출발지점까지 20여분을 걸어 도착을 하였다. (운양역 1번 출구 오전 8시에는 도착하여야 애기봉 입구로 가는 7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주말엔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다)

 

 

애기봉 입구 버스정류장에 우리를 내려준 101번 버스가 유유히 사라진다.

이곳에서 출발지까지 2,30분을 걸어가야 한다.

한재당 앞을 지나면 출발지가 바로 왼편에 있다.

 

한재당, 조선 중기 문신인 이목( 1471~1498)선생의 위폐를 모신 사당이다.

 

경기둘레길 김포3코스 : 애기봉입구~마근포리 마을회관~연화사~석탄리 철새조망지~전류리포구(17.2km)

김포반도 북단을 가로지르며 마을을 잇는 고샅과 시원스레 뻗은 농로를 누비는 길이다. 가금리부터 전류리까지 여러 마을을 지난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그늘 좋은 느티나무 정자에서는 해찰하는 것도 좋다. 소실점이 맺히는 쭉 뻗은 농로는 힘차게 걷자. 광각으로 펼쳐진 들판은 김포가 평야지대라는 것을 새삼 깨우쳐 준다. 그러다가 한강 변에서 높지막한 철조망을 만나면 엄연한 현실로 돌아온다. 

 

 

지도상 위쪽에 '한강하구중립수역'이라고 적힌 북한과의 경계가 붉은 선으로 그어져 있다. 그러니까 한강 절반 저 위쪽은 북한이다. 이 구간을 걸으면서 북녁 땅을 지척에서 볼 수가 있었다. 너무 가까운 거리이다.

 

 

김포 구간 2코스 종점 그리고 3코스 출발지에서 스탬프를 찍고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나는 지난 번에 2코스 걷고 스탬프를 찍었으므로 그냥 지나친다. 우리가 가야 할 경기둘레길 3코스는 애기봉이 아닌 전류리포구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금리 마을을 지키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장관이다. 거의 500년은 된 느티나무란다.

마치 사이좋은 부부처럼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금실 좋은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마을 어귀에 동네를 지키는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가금리 느티나무
구지뽕 열매
박신묘역

박신(1362~1444)은 여말선초의 문인이다. 정몽주의 문인으로 1385년(우왕 11) 문과에 급제하고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자 원종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묘역 앞에 향나무(500년)는 선생이 심고 심신을 수양했다 하여 학목(學木)으로 불렸다고 한다.

 

학목이라 불리는 향나무
4H 표지석

가금리 마을에 4H 지덕노체가 그려진 조형물이 있다. 네입클로버 모양의 4H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우리 때는 학교에서 4H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였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모를 일이지 싶다.

4H는 두뇌, 마음, 손, 건강의 이념을 가진 미국에서 처음 조직된 청소년단체로 국내에서는 각각 지, 덕, 노, 체로 번역하여 학생들에게 작물 재배, 선진영농기술 교육, 생활환경보전 등을 교육하였고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여타 청소년 운동과는 달리 농업이나 환경, 생명의 가치 등을 중시하고 농업과 농촌을 이끌 전문농업인의 자질을 배양하기 위한 청소년 교육 운동으로 발전하였다.(지식백과)

 

 

마근포는 과거 북한 개풍군을 오가는 길손들이 쉬었다가는 주막이 있던 곳인데 전쟁 이후 모두 이주시키고 지금은 철조망과 논만 남아있다.  한동안 한강 철책 너머로 북한땅이 보이는 구간을 지나곤 했다. 

 

 

가을걷이로 들깨 수확이 한창이던 마을을 지나며 진한 들깨 향에 연신 코를 실룩거렸다.

들깨는 이렇게 베어 뒀다가 마르면 들깨를 터는 모양이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깨를 터는 것이 아니라 보니까 깨를 터는 농기계가 밭 한가운데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웬만한 농사일은 기계가 해주니 일손이 훨씬 수월해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걷는 길에 점심을 먹을 만한 마땅한 식당이 없는 관계로 이동식을 준비해 오라 했더니 한 친구는 와이프가 새벽에 일어나서 싸줬다면서 정성 가득한 일품 김밥을 내놓았다. 대신 남겨 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단다.

남기다니 그럴 리가 있나~~ 김밥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고맙게 잘 먹었다.

 

전류리포구까지 가야할 길이 10km가 남았다.

 

 

 

김포평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지루하게 걷는다. 그늘이 없는 길이라 가을 햇볕이 엄청 뜨거웠다.

하늘에 흰구름이 그림같이 펼쳐있어 구름이 그리는 풍경을 보느라 그나마 덜 지루하게 걸었다.

 

 

 

평화롭고 한적한 길을 가다 보면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나오기 때문에 길을 돌아가야 하기도 한다. 또 길을 나서면 눈앞에 넓은 평야와 한강을 마주하게 된다. 후평리 철새(재두루미) 도래지에 들어서면 재두루미 동상을 만난다. 그러다 문득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이 눈에 들어온다. 분단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래서 어느 곳보다도 더 잘 보존된 생태의 보고, 그리고 한강을 따라 흘러온 우리네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석탄리 철새 조망지에 설치된 철새 재두루미 조형물이 은근 크다. 진짜 크기로 만든 조형물이지 싶은데 재두루미가 이렇게 큰 새였다 싶었다. 아직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새이다. 재두루미가 많이 찾아오는 겨울에 오면 만날 수 있으려나.

 

 

철책 너머로는 한강이다. 북한과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고 한다. 혹시 모를 침투를 막기 위해 철책도 삼엄하게 쳐져있다.

언제쯤 저 철조망이 필요 없어질까?

한강은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 다음으로 길다. 한강 본류는 남한강이고 북한강은 지류다. 남한강은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하고, 북한강은 북한 지역인 금강군 옥발봉에서 발원하다. 따로 흐르던 두 물길은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합쳐져 한강이 된다. 조상들은 아리수, 욱리하, 한수라고도 불렀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후평리와 석탄리의 넓은 평야와 철새가 줄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장관을 보며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기러기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꺼번에 우우 날아오르기도 하여 멋진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후평리는 한강과 김포평야가 맞닿아 있는 곳이어서 먹이가 풍부하다. 백로, 황로, 왜가리, 기러기, 독수리, 개리, 고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가 날아오는 곳이고, 흑두루미가 찾아오기도 한다. 

 

 

논 위에 수많은 기러기들이 앉아 있는 걸 보는데 갑자기 기러기들이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새들은 둥글게 하늘을 날다가 길을 건너 철책을 넘어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 놀라기도 하고 멋진 광경을 보았던 터라 한참 어안이 벙벙하였다. 

 

 

드디어 3코스 종착점에 도착을 하였다.

단출한 인원이라 그리 바쁘지 않게 쉬엄쉬엄 걸어 6시간을 걸었나 보다.

막판 4킬로 남긴 직선 코스에서는 지치고 지루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포장된 길이었므로 발바닥에 불이 난 날이다. 

 

 

전류리포구에서 거의 40여분을 기다려 7번 버스를 타고 운양역으로 나왔다. 운양역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운양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 다시 마을버스... 소요시간이 장난 아니다. 3코스 시점과 종점은 버스 운행이 뜸한 곳이다. 추운 겨울이었다면 버스 기다리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