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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둘레길 포천 17코스, 일동유황온천단지 ~논남유원지 본문

경기둘레길 860km

경기둘레길 포천 17코스, 일동유황온천단지 ~논남유원지

다보등 2023. 7. 20. 10:13

6월 10일(토)
한 달 만에 경기둘레길을 걷기 위해 포천에 왔다. 그사이 날씨는 더 더워졌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동유황온천단지를 출발하면 오래지 않아 강씨봉(830m) 품속이다. 강씨봉은 한강 북쪽을 흐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이 지나는 산이다. 임도로 들어서면 길은 조금씩 고도를 높이고 나그네 마음도 그만큼씩 하늘로 오른다.
강씨봉 능선 꼭대기는 포천시와 가평군을 나누는 곳이다.
이곳을 오뚜기고개라 부르는데 이 길은 육군 오뚜기부대가 닦은 까닭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가평 방향 임도를 따라가면 강씨봉자원휴양림이다.

내처 조금 더 가면 종점 논남유원지다.(경둘 홈페이지)

포천 17코스 : 일동유황온천단지~ 무리울계곡 입구 ~ 오뚜기고개 ~ 논남기계곡 ~ 논남유원지(14km, 매우 어려움)
 

포천 17코스 : 일동유황온천단지 ~무리울계곡입구~ 오뚜기고개~ 논남기계곡~ 논남유원지(14km)

 

출발지인 일동유황온천단지에 주차를 하였다.

나중에 일동유황온천단지에 주차한 차량회수를 위해 도착지인 논남유원지에도 한 대의 차를 주차하였고

운전자는 다른 일행의 차를 타고 일동유황온천단지 출발지로 왔다. 편도 1시간이 걸리는 거리란다.

대중교통편이 쉽지 않은 지역이라 인원은 단출하지만 오늘 모인 차가 4대나 된다. 

 

 

포천 17코스 출발지인 일동유황온천단지를 뒤로 하고 오전 9시 20분 출발을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걸을 때는 날씨가 제일 신경이 쓰인다.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는 날이다. 덥고 흐리긴 하지만 걷기엔 적당한 날이다. 
걷는 동안 비가 안오길 바라며 힘차게 출발을 하였다.
 

 
이런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러나 도로도 잠시 길은 이내 숲으로 들어선다.
국유 임도구간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경기둘레길 몇 구간은 국유임도구간을 지나야 하고 미리 국유림 방문 신고를 하여야 한다.
우리 일행들은 각자 경기둘레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리 국유림 방문 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걷는 동안 어디서건 확인 절차는 없었다. 아마도 통과 인원만 체크하는 모양이다.
 

 
 
임도로 들어서며 오뚜기고개 가는 구간은 은근한 오르막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을 한다.
오뚜기고개는 한국전쟁 이후 군사도로를 만들 때 오뚜기부대가 길을 냈단다. 그래서 오뚜기고개라고 한다고.
길 한쪽에 깎여나간 바위들을 보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오뚜기부대 장병들의 노고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덕분에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위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특별하였다.
 

 

 

문득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이 숲 속으로 사라기고 우거진 숲이 눈앞에 보인다.

어느새 이런 깊은 산속에 들어왔나 싶다.
인적 없는 바위틈에 토종벌통이 놓여있는 걸 보며 요즘 꿀벌들이 갑자기 폐사하는 이유를 모른다는 이야기는

생태계교란과 식량난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에 온갖 기상이변에 지구위기설까지 무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제발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날씨도 더웠고 은근한 오르막에 몇 번을 쉬면서 힘들게 오르다 보니 오뚜기고개에 도착을 하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부터 내리막이다.

 

 
포천으로 가는 강씨봉 고개(오뚜기고개)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 830m의 강씨봉은 궁예의 왕비 강씨가 피난 와서 살았다는 전설에서 혹은 인근 논남마을에 강씨가 많이 살아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가평천 지류의 발원지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우거진 숲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림 그대로였다.

조용한 계곡에 포크레인 소리가?

보아하니 계곡에 사방댐 공사도 한창이다.

6월 말쯤에 장마 시작될 거라는데 그전에 저 공사가 끝나야 할 터인데 하는 (하나마나한) 걱정을 하게 된다.

 

함박꽃나무

 
양쪽의 우거진 숲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깊은 산이지 실감이 난다.
원시림 같은 아름다운 숲이다.
어느 정도 산 아래로 내려서니 수량은 많지 않지만 계곡에서는 끊임없이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 이쪽저쪽으로 함박꽃나무가 많다. 
높은 나무에 달린 함박꽃을 찍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나마 어렵사리 찍은 사진이 초점이 맞지 않네.

 

초록색 커튼을 드리운 듯

 
계곡 곳곳에 벤치가 있고 그 옆에 빗자루 하나가 걸려 있다.
처음엔 '뭐지?' 했는데 금방 이해가 갔다.
의자에 쌓인 나뭇잎이나 이물질을 빗자루로 쓸어내고 쉬어 가라는 용도인 것이다.
세상에나!!
전국의 많은 숲, 둘레길을 걸었으나 이런 배려는 처음이라 이곳을 관리하는 강씨봉자연휴양림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었다.
 

지네를 물리친 두꺼비 바위

고개를 내려서며 보니 계곡 바위나 용소 여기저기에 전설이 깃든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다.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경기둘레길이다.

 

 

궁예 부인의 한 (연화소)

 

궁예가 태봉국을 세우고 철원에 도읍을 정한 뒤 나라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날로 폭정이 심해졌다.

그러자 부인 강씨는 한사코 궁예에게 간언 했으나 이를 듣지 않고 오히려 부인 강씨를 이 산으로 귀양을 보냈다.

부인은 이곳 소에 와서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이 연화소는 궁예부인 강씨의 이름을 딴 곳으로 강씨봉을 흐르는 큰 물줄기다. 

 

 
강씨봉자연휴양림 제3향기길 쉼터 

 

궁예 아들들이 놀던 연못(동자소)

 

 

숲길 곳곳에 명언들이 즐비하다.
이 길 이름이 '명언 읽고 가길'이란다.
그래서 어쩐지~~
뒤늦게 수긍이 가는 길이었다.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을 바라본다

 

 

 
 
강씨봉자연휴양림을 빠져나오며 논남유원지 도착지까지 이런 도로를 걷는다.
4-500m 남은 거리인데 어찌나 지루하고 힘들던지.
 

 

논남유원지에 한 대의 차를 주차해 놓은 관계로 출발지인 일동유황온천단지까지 차를 가지러 가야 했다.
운전자들 5명이 출발지로 떠났고 남은 일행 4명은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논남유원지에서 일동까지 한 시간, 다시 돌아오는데 한 시간.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ㅠㅠ
마땅히 쉴 곳도 없는 곳이라 우리는 삼거리까지 4km 정도를 다시 걷기로 하였다. 카페라도 있으면 들어갈 요량으로.
삼거리 못 미쳐 작은 슈퍼에 도착하여 브라보콘을 먹으며 기다리자니 하늘이 수상해진다.

이내 천둥번개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을 한다.

비록 4km를 더 걸었으나 그곳에 그냥 있지 않고 지붕이 있는 곳에서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 대의 차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도 오면서 억수 같은 빗속을 뚫고 오느라 조심스러웠단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박까지 내렸다. 차 유리가 깨지는 건 아닐까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의정부에 들어오니 이곳은 멀쩡하다. 비가 온 것 같지도 않더라.
아무튼 이런 억수 같은 비를 요행히 맞지 않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