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둘레길 가평 19-20, 용추계곡(~가평역)(2) 본문
지난 7월 둘째 주에 보아귀골에서 연인산 정상을 거쳐 용추계곡으로 하산하는 경기둘레길 19코스 두 번째 글이다.
보아귀골에서 쉴틈없이 부지런히 두 시간을 올라 연인상 정상에 섰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풍경에 보아귀골에서 연인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에 대한 위로를 한꺼번에 받았다.
하늘은 또 어찌 이리 아름답단 말인가.
감탄도 잠시 한낮의 햇볕은 뜨겁기 그지없었고, 어렵사리 올라온 연인산 정상이지만 그늘 한 점 없는 정상에서는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일행들 몇몇은 늦은 점심을 먹겠다고 자리를 잡고 앉는 걸 보고 땡볕에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 하산조를 따라 내려가기로 하였다. 경기둘레길 용추버스종점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정상을 내려서며 제초기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거진 풀을 제거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분들이 보였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하산길은 덕분에 발밑이 깔끔해진 널찍한 길을 따라 내려가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깔끔하게 풀을 정리하는 길은 용추계곡에서 연인산으로 오르는 탐방로이고 경기둘레길은 그 길과 점점 멀어진다.
이곳이 길인가 싶은 길로 경기둘레길 리본이 달려있다.
간간히 보이는 경기둘레길 리본이 아니라면 이곳이 길이 맞나 싶은 길을 따라 내려간다.
한여름의 깊은 숲은 발밑도 어수선하고 온갖 나무들과 풀들로 사납기 그지없다.
한참 내려온 것 같은데 용추버스종점까지 남은 시간이 4시간 17분이라니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가도 가도 길은 줄어들지를 않고 어째 늘어나는 것 같다.
작은 개울을 건너고 또 건넌다.
하산길이라 그나마 힘은 쪼매 덜 든다.
(사실 이날 이후 다리에 알이 배겨 사나흘은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곤 하였다. ㅠㅠ)
길은 돌도 많고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도 있고 미끄러운 길이라 발밑에 신경이 곤두선다.
다행인 건 깊은 숲 나무 그늘과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스레 내려간다는 것이다.
개울을 건너며 잠시 손을 담그기도 하고, 손수건을 물에 적셔 목에 두르고 걷는다.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르면 그 시원함에 잠시 더위를 잊게 된다.
개울과 숲을 번갈아 걷는 길은 정말 좋다. 최상이다.
화전민터를 지난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연인산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화전민은 1972년 산림녹화사업 시행으로 모두 이주했다.
아직까지 연인산에는 집터가 남아 있으며 탐방안내소 인근 아홉마지기 마을에는 화전민 자녀분들도 살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자칫 한눈 팔다가 둘레길 리본을 보지 않고 직진하면 안 된다. 경기둘레길은 철문을 열고 지나가게 되어 있다.
닫힌 문이지만 그냥 밀면 된다. '명품계곡길 방향입니다.(문을 꼭 닫아주세요)'라는 안내글이 적혀있다.
멧돼지가 넘어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모양이다.
연인산 명품 계곡길 종합안내도가 있다.
연인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이므로 명품계곡길 안내도는 역방향으로 보면 된다.
용추계곡이 워낙 좋다고 소문난 곳인데 거기다 계곡 이름에 '명품'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 보면 더욱 기대가 된다.
연인산 몀품 계곡길은 경기도가 자랑하는 수도권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총 4.7km의 긴 계곡을 끼고 있어 누구나 연인산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는데,
걸어보니 정말 수도권 최고의 트레킹 코스라 자신만만하게 내건 이유를 알겠더라.
용추계곡 시점에서 종점까지 두 시간 정도면 즐길 수 있으니 여름 트레킹 코스로 좋을 것 같다.
거기다가 '좋다 싶은 곳'엔 영락없이 숲멍 하늘멍 구역도 있다.
길은 좋다!
지치긴 하지만 길이 좋으니 위안이 된다.
종점까지는 11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더니 큼지막한 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아주 그럴싸하다.
처음 만난 징검다리는 11개 중 열한 번째 징검다리(역순으로 내려가는 길이므로)이다.
물이 어찌나 좋은지 그냥 풍덩 들어가고 싶다.
용추버스종점 6.9km 남은 지점을 지난다.
시원시원한 계곡물을 지나면 하늘을 가린 나무들이 열병하듯 줄지어선 길을 걷는다.
아름답다. 명품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겠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용추계곡은 수량도 풍부하고 계곡도 멋지고 하니 내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계곡에 놓인 11개의 징검다리와 1개의 출렁다리를 이용해 맑은 물 철철 흐르는 계곡을 건너는 재미와 스릴도 선사한다.
언제 와도 환상적인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겠다.
선녀와 무지개소(沼)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계곡의 물방울이 반석을 타고 흐르며 계곡물이 큰 소(沼)를 이루는 이곳은 먼 옛날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노닐던 곳으로 전해지며 주변에 반석은 선녀들의 치마를 펼쳐 놓은 듯 자리하고 있다.
용추버스종점 5.1km을 지나며 계곡은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로 발길을 잡는다.
전설에 의하면
'1068년에 81개의 비늘을 가진 용이 하늘로 오르기 위해 기도를 올렸던 곳으로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용오름 바위'가 있다.
취업, 건강, 사랑, 명예, 돈 등 모든 소원을 빌면 그중 한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믿음이 중요하다. ㅎㅎ
하~~ 내가 즐겨 보았던 드라마 '도깨비'도 명품 계곡에 등장했다.(드라마 도깨비를 보지 않은 이는 알 수 없는)
'은탁'의 연인 '도깨비' 출몰 지역
연인산에 거주했던 화전민들에 의해 전해지기를 이곳 100m 근방으로 도깨비들이 자주 출몰하였다고 한다.
939세의 대장 도깨비 '김신'은 내곡분교를 졸업한 '지은탁'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드라마에서 김신은 고려 무신이었다)
이후 화전민들은 은탁이를 '도깨비 신부'라 불렀으며 지금도 많은 도깨비들이 나무에 숨어 살며 큰 눈으로 '연인산 명품 계곡길' 탐방객을 지켜주고 있다고.
전설에 의하면 도깨비 신부 은탁이가 졸업(?)하였다는 내곡분교가 나타났다.
학교 입구에
'내곡분교는 산촌마을에 화전민을 위한 학교로 1962년 3월 개교해 17년 만인 1978년 3월 폐교되었다.
처음 미군들이 목재와 판재를 이용해 세워졌으며 교육청 예산과 화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콘크리트 슬라브를 이용해 학교가 다시 세워졌다'는 안내문이 있다.
작고 아담한 운동장과 아주 작은 교사(校舍)의 흔적으로 오래전 이곳이 학교였음을 알게 해준다.
학교 담장에는 '도깨비'와 그의 연인 '은탁'의 전설이 깃든 연리목이 있다.
그 연리목은
도깨비 '김신'과 내곡분교를 졸업한 '은탁'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그들은 나무로 다시 태어났고 '김신'은 서어나무로, '은탁'은 참나무로 둘이 하나 되어 연리목으로 자라며 사랑을 이루었다.
옅은 회색나무가 서어나무이다.
김신을 서어나무라 한 것은 '왜일까?' 했더니
쓸데없는 궁금증이라 핀잔을 들었다.
전설은 그냥 그런 거려니 해야지 따지면 안 되는 그런 거란다.
명품 계곡길에는 용이 하늘로 굽이쳐 오르며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용추구곡, 선녀들이 내려와 쉬어간 선녀탕, 화전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화전민터, 숯가마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용추구곡은 제1곡 ~ 9곡의 생태적, 경관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산림 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용추구곡은 와룡추, 무송암, 탁영뢰, 고슬탄, 일사대, 추월담, 청풍협, 귀유연, 농원계로 이어지는데
조선말 학자 유중교가 용추계곡을 찾았는데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이곳에 있으면 세상 모든 시름을 잊을 만하다."라며 감탄하였단다. 그는 계곡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지었으며 아홉 구비마다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와, 구비마다 지어진 이름은 마치 무협지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2번째 징검다리에서 가장 많은 탐방객을 만났다.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에 자연스럽게 첨벙거리며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이곳에서 자리 잡고 앉아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갔다.
깊은 산 계곡을 흘러 온 물은 시원하다 못해 발이 시렸다.
한여름에 이런 호사가 어딨나 싶었다.
종일 걸으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달아났다.
이렇게 좋을 수가!
드디어 11개의 징검다리를 다 건넜다.
그럼에도 종점까지는 1시간 이상이 남았다.
에효~~
길은 줄어들지 않고 어째 자꾸 늘어나나... 싶었다.
화장실이다!
보아귀골을 출발하고 처음으로 만난 화장실이다.
이제 서서히 도착 지점이 가까워온 것 같다.
하류 쪽으로 오니 계곡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즐기는 피서객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 여름엔 계곡이 최고지~~
용추계곡 강추다, 강추.
경기둘레길 19코스 종점이자 20코스 시작점에 도착을 하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차를 주차한 곳으로 가기 위해 20코스를 따라 연인산탐방안내소까지 1시간은 더 걸어 내려갔다.
죙일 7시간 이상을 걸었나 보다.
가평역 앞 경기둘레길 20코스 종점이자 21코스 시작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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