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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하늘땅 진안고원길, 시원함이 가득 흐르는 4구간 섬진강 물길 본문

하늘땅 진안고원길

하늘땅 진안고원길, 시원함이 가득 흐르는 4구간 섬진강 물길

다보등 2024. 7. 5. 09:25

6월 23일 (일)

밤 사이 비는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하더니 아침에는 다행히 가늘어졌다.

일기 예보상으로는 오전에 조금 오다 오후 되면서 개인 다고 나온다.

어제 종일 비를 맞아서인지 일행들은 오늘까지 비를 맞기 싫다며 엄살을 떨기도 하였으나 막상 출발 시간이 되니 배낭을 챙겨서 군소리 없이 차에 오른다.

빗발이 가늘어진 길을 달려 어제 3구간 도착 지점이었고 오늘 4구간 출발지점인 성수면행정복지센터에 주차를 하였다.

 

진안고원길 4구간 섬진강 물길

 

출발점 : 성수면행정복지센터 → 도착점 : 오암 (총길이- 12.4km, 난이도 - 하, 인증지점 : 반용재 / 가장골)

4구간 섬진강 물길은 섬진강 본류와 달길천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반용재에서 보이는 풍광을 비롯해 시원함 가득한 섬진강이며, 강변과 골짜기 곳곳에 자리한 마을과 사람을 만나게 된다.

 

4구간 출발에 앞서~

 

 

다행히 비는 잠시 그쳤다.

오락가락 빗발이 가늘어져서 좋았고 그 덕에 덥지 않아 좋았다.

어제오늘 이런 날씨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뜨거운 땡볕이라 어쩌면 더 고생이었을 것이다.

 

성수면행정복지센터

 

 

오전 9시 45분, 성수면행정복지센터를 출발하자 바로 산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시작부터 까마득한 계단이다.

헐~~ 이게 꿈은 아닌 거지?

 

 

 

계단을 쉼없이 10여분 오르면 다시 내리막이다.

정신없이 앞사람을 따라 걷다 보니 갑자기 앞이 트이고 도로가 보인다.

도로에 내려서기전 오른편으로 파란색 인증표시가 붙은 포토인증 말뚝이 서있는데 선두 몇몇은 그걸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들을 소리쳐 불러야 했다. 

 

4구간 첫번째 포토인증 반용재

 

 

반용재에서부터는 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표지판에 의하면 약 700m는 차도로 이동하니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다.

다행인 건 지나는 차가 없다는 점이다.

교통량이 뜸한 곳인 모양이다.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 가는 지점

 

띄엄띄엄 예쁜 집들이 있는 마을 입구에는

별이 쏟아지는 마을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별이 쏟아지는...마을
오디도 따 먹고

 

오디며 블루베리도 따 먹었던 별이 쏟아지는 반용 마을

개망초
블루베리

 

 

섬진강을 왼편에 두고 내내 걷는 길이다.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반용마을.

참 아름다운 반용마을을 뒤로하고 진안고원길을 이어간다.

 

섬진강변 안개속에 반용마을
자귀나무
섬진강

 

 

우렁이가 지천인 논에서는 우렁이 알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분홍색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들은 우렁이 알이란다.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논은 독한 농약을 쓸 수가 없다. 자연의 힘으로 모가 자라고 벼가 익어갈 것이다.

바라만 봐도 건강해지는 이런 푸른 논을 볼 것을 추천한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으로 내면이 채워져 가는 걸 느끼게 된다.

자연의 소리와 상쾌한 공기는 덤이다.

 

 

 

묵정밭은 온통 개망초가 점령하였다.

일부러 저리 가꾸려면 품이 엄청 들 것인데 잡초 특유의 강인함으로 인위적인 도움 없이 저 홀로 잘 자라고 화려하진 않지만 예쁘다. 안개꽃처럼 메밀꽃처럼 소금을 뿌린 듯 아름답다.

맑은 날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예쁘게 바람 따라 하늘거렸을 개망초 밭을 지나면 4구간 마지막 포토인증지점인 가장골이다.

 

4구간 두번째 포토인증지점 가장골

 

 

가장골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돌아 보니 주변에 있는 밭은 온통 고추밭이다.

세상에나!

이 넓은 고추밭에 고추는 누가 따나?

이태리나 스페인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올리브나무를 보고 누가 올리브를 따는 건지 걱정이었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지평선 가득 목화밭을 보고 숨이 막혔었다.

목화는 누가 따나?

중국의 북쪽 변방에서 지평선 너머로 끝도 없던 해바라기밭(은 정말 장관이었다)에서도 같은 걱정을 하였다.

그때 내가 본 8월의 해바라기밭에서는 해바라기 꿀 채취가 한창이었는데 꿀을 채취하기 위해서 벌집을 채집통에 넣고 돌리는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었다.

걱정도 팔자다.

넓은 고추밭을 지나며 별별 기억을 떠올리지만 결국은 다 쓸데없는 일이다.

 

고추밭 1
고추밭 2
고추밭 3
인삼밭

 

 

산을 벗어나 도로에 내려서니 이번엔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장관이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늘 지나고 생각해보면 여러 지역의 둘레길을 걸으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멋진 곳을 정작 제철엔 다른 곳에 있느라 다시 찾아가지 못한다.

지금 충분히 즐기는 수밖에 없다.

너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이어서 빠른 걸음을 걷고 싶지 않다.

아, 이런 여유로움!

 

섬진강
양화마을입구

 

 

성수면행정복지센터에 주차된 차를 회수하러 군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군에는 택시가 몇 대뿐인데 그것조차 멀리 나가 있어서 부를 수가 없단다.

결국 버스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인데 선두는 종착지인 오암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고 그 버스가 양화마을에 오후 1시 30분 이쪽저쪽에 지나가기 때문에 후미는 양화마을 삼거리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려서 타기로 하였다.

 

 

 

어제오늘 진안고원길 3, 4구간을 걸었고 오후 3시가 되어 가는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들이라 진안 흑염소요리 전문점에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놓았다. 

염소외에도 토종닭백숙도 주문.

 

흑염소전골
토종닭백숙

 

 

이틀 비가 오는 길을 걷느라 다들 고생하였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해가 쨍쨍 났다면 그것 또한 힘들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씨가 차라리 덥지 않아 좋았다는 긍정적인 생각들이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서울로 출발하였다.

도로는 늘 그렇듯 밀리는 구간에서는 정체다.

잘 걷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