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하늘땅 진안고원길, 기억으로 남겨지고 새겨지는 전주 가는 길 6구간 본문

하늘땅 진안고원길

하늘땅 진안고원길, 기억으로 남겨지고 새겨지는 전주 가는 길 6구간

다보등 2024. 8. 18. 23:23

 

7월 21일

어제 숙소는 진안고원길 1구간 첫 번째 인증지점인 연인의 길 바로 옆이었다.

왁자하게 떠들며 하루의 노고를 풀기에는 좀 애매한 곳이었으니 살짝 아쉬움이 남던 곳이다.

많지 않은 인원들이 묵으며 인근 식당을 이용하는 팀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겠지만 우리처럼 15-6명이 한꺼번에 밥을 해 먹으려니 장소가 협소하였다.

 

 

 

그럼에도 유능한 우리 총무팀(?)은 16명의 아침밥을 지어서 거뜬하게 해결하였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좋다.

좋다는 건 그만큼 더위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 가는 길 6구간, 12.9km

 

기억으로 남겨지고 새겨지는 전주 가는 길 6구간 

진안과 전주를 잇는 응치, 적내재, 조악치, 보룡재 등이 과거와 현재의 기억 속에 공존하는 길이다. 새동리 메타세콰이어길을 출발해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물이 나뉘는 정맥분기점 주화산을 지난다.

출발점 메타쉐콰이어길 -도착점 부귀면행정복지센터 (12.9km, 난이도 中, 인증지점 : 메타쉐콰이어 / 주화산)

 

부귀면 메타쉐콰이어길

 

이름난 담양의 메타쉐콰이어길 하고는 비교할 바가 안되지만 전혀 꿀리지 않게 멋지다. 담양 그 길과는 달리 입장료도 없다. 매력적인 진안군 부귀면 메타쉐콰이어는 한여름인 지금 시원한 숲 그늘로 무더위를 식혀주고 멋들어진 풍광을 만들어 준다.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차량 통행도 뜸해서 길 한가운데를 맘껏 걸어도 무리가 없다.

이리 좋을 수가!

 

 

 

사실 부귀면 메타쉐콰이어길은 몇 년전 가을에 우리 온 가족이 진안으로 1박 2일 휴가를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이미 걸어본 길이다. 그때 걸었던 가을날의 메타쉐콰이어길과 한여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계절마다 다 와보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겨울엔 또 겨울답게 하얀 눈 쌓인 이 길도 걸어보고 싶다.

 

 

6구간 첫 번째 인증지점 메타쉐콰이어

 

 

 

웅치골 사거리 모래재로(옛 국도 26호선), 이 길은 전주를 연결하던 유일한 옛길이었다.

임진왜란 당시는 전주를 향하던 왜군들이 웅치(곰티재)를 넘었다. 관군과 의병이 왜군에 맞서 대격전을 벌였고 고갯마루에는 현재 이를 알리는 '웅치전적비'가 서있다. 

 

진안 옹치전적지, 신덕마을 입구

 

큰터골마을 운장산 초입에 전국의 온갖 산악회 리본이 빼곡하다
큰터골마을회관

 

큰터골 마을을 빠져나와 모래재路를 따라 모래재 휴게소 방향으로 길이 곧게 나있다.

차량 통행이 뜸한 도로라서 다행이다.

 

 

 

박병순 님은 1917년 태어나 1939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의 나라사랑도 남달랐다는데 한글보급운동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마당에는 박병순의 흉상과 시비가 세워져 있다. 봄눈, 앵도, 속금산, 무궁화 등 그의 대표작들이다.

 

잠시 들여다보고 모래재 휴게소 방향으로 부지런히 일행들 뒤를 따라간다.

 

 

보라색 꽃이 피어있는 커다란 꽃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자꾸 한눈팔다 보니 일행들과 거리가 멀어진다마는...

일행들은 부지런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데 잠시 길을 벗어나 꽃나무 가까이 가보았다.

무슨 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무도 크고 꽃도 아름다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 티친인 나미님과 데미안님이 '부들레아'라고 꽃 이름을 알려 주었다.

 

부들레아
부들레아

 

 

잠시 끊어졌던 메타쉐콰이어가 길게 이어지고 시원한 그늘과 쭉쭉빵빵 멋진 자태는 한여름 뜨거운 길을 걷는 데 큰 위안이 된다.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다리 아프지

나무야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를 보며 서서 자는 나무 동시가 생각나는 길을 걸었다.

그 길 끝에는 모래재휴게소가 나타났다.

 

 

 

모래재휴게소에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단백질바와 사과를 먹었다.

일행들 몇몇은 유명한 약수가 있다며 한 모금씩 했다는데 나는 미처 알지 못해 마셔보진 못했다.

해발 480m의 지하 74m에서 올라오는 건강한 물이라고 한다.

진안군에서 수질검사까지 한다고 하니 좋은 물이긴 한가보다.

 

 

모래재휴게소를 지나면 왼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라고 진안고원길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 모래재로는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고갯길이다.

모래재는 진안과 장수, 무주 등 이른바 '전북의 지붕'으로 불리는 '무진장'주민들이 전주를 오가려면 꼭 넘어야 하는 고개다.

 

 

 

임도로 들어서자 가파른 길이 초입부터 시작이다. 여름이 아니라면 이 정도 경사는 거뜬할 터인데

여름이니 무덥고 후덥지근한 열기와 습도로 무지 힘들었다. 

 

 

 

짧은 구간을 지나 등산이 시작되는 오르막은 그냥도 힘들겠지만 더운 여름날씨를 감안하면 무지 어렵게 모래재에 올라왔다. 한때 위험하기로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던 '모래재'이다. 진안은 8할이 산이다. 때문에 마을과 마을이 고개로 연결되고 다른 고장을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만 한다. 가늠도 어렵게 많은 고개들. 그중 모래재는 노령산맥의 호남정맥에서 제일 먼거 산을 넘어 진안과 전주를 연결시킨 중요한 고개였단다.

모래재에서 주화산 가는 능선은 호남정맥의 마루금을 따라간다.  능선은 어렵지 않은 길이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주화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는 지점에서 다들 기진맥진~ㅎㅎ

시원한 물로 정신을 가다듬고 두 번째 인증지점에서 인증사진을 남겼다.

 

기진맥진 ㅋㅋ
두 번째 인증지점 주화산

 

온갖 리본과 이정표가 여기저기 널린 주화산(조약봉 563.5m)이다. 진안군(부귀면 세동리)과 완주군(소양면 신원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악인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주화산을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시작한 금남. 호남정맥의 마지막 지점으로 상정하고 이를 기점으로 북쪽으로 금남정맥, 남쪽으로 호남정맥이 갈려나간다고 본다.

 

 

이정표에 있는 부귀산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장미무당버섯

 

이곳에서 8.1km 임도 구간이다.

 

임도는 길고 지루하다. 뜨거운 햇살도 감당해야 했다.

 

붉나무

 

 

임도구간이 끝나며 제법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이 연이어 나타나며 많이 힘들었다.

난이도가 中인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한여름에 걷는 이 구간은 中이 아니라 上인 듯.

 

 

 

 

코스의 절반 정도가 500m 안팎의 능선과 임도를 오르내렸던 6구간이다. 은근히 힘든 구간을 걸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걸 감안하여 부천마을에서 마무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