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하늘땅 진안고원길,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개너머 마령길 5구간 본문
7월 20일(토)
진안으로 가는 날 아침, 그동안은 3-4대의 승용차를 이용하다가 이번 회차부터는 15인승(쏠라티) 한 대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재역 기준 오전 7시에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전용차로를 달릴 거라는 설레임은 어쩐 일인지 소통이 잘되는 도로 사정으로 막힌 도로를 신나게 내달릴 거라는 짜릿한 기대감이 시들하였다.
아무튼 가는 도중에 비가 오다 말다 하는 구간을 지나 진안으로 들어섰다. 진안은 흐리긴 하였으나 비가 오진 않았다.
아침(이긴 하지만 오전 10시가 넘었으니 아침식사라 하기도 애매한)을 예약해 놓은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다른 이들은 선짓국이며 내장탕을 먹기도 하였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늘의 출발지인 오암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한다.
오전 11시 30분 출발점인 오암(五岩)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마을 앞 정자에서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에 빗발이 점점 세졌다.
하늘땅 진안고원길 5구간
5구간 고개너머 마령길
출발점 오암 - 도착점 메타쉐콰이어길
총길이 15.6km, (인증지점 황소마재 / 전옥례묘소)
적당한 높이를 가진 덕천리 고개 넷을 넘는다. 골짜기마다 자리한 마을과 저수지를 만나고, 멀리 마이산을 시야에 두다 보면 어느새 부귀면에 닿는다.
우려와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잦아들고...
장재공소는 진안지역의 공소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설립됐다. 1883년 인근의 가래울로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이주해 오면서 신앙생활이 시작되었고, 1890년 장재동에도 신자들이 이주해 와 공소가 설립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64년 본래의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비가 그치니 뜨거운 햇살을 피해 우산이 양산이 되었다.
여름철엔 뜨거운 햇볕보다는 비가 오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신동마을 분리수거장은 깔끔 그 자체다.(분리수거장은 마을마다 있었고 일일이 사진을 찍지 않았으나 이후 다른 마을 역시) 주변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였다.
칭찬합니다~~~!
판치재에 올라서니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의자가 있었으나 쉬지 않고 지나친다. 판치재는 과거 백운이나 마령 사람들이 전주로 나갈 때 넘던 고개이고, 마령면과 부귀면의 경계이기도 하다.
진안고원길 판치재 이정표 옆에는 달팽이가 그려진 '아름다운 순례길(4.5km)' 팻말이 있다.
순례길이란 사유하며 걸어야 하는 게 기본일 터.
달팽이 그림이 그려진 이유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서촌마을이다.
서촌마을은 서학(천주교) 신자들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서촌마을 뒤편으로 올라서니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마을의 당산나무인가 싶기도 하다.
나무 그늘아래 의자가 놓여 있어 길손에게는 쉼터로 그저 그만이다.
그 나무 아래 서니 마이산이 보인다. 하늘과 구름도 참 아름답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이 너무 즐거웠다.
바람이 정말 느무느무 시원하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다.
경치도 바람도 맘에 쏙들어 돗자리 하나 깔고 누우면 세상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서촌마을을 지나 걷다보면 전옥례묘소 5구간 두 번째 인증지점이 있다.
묘소 입구 왼쪽 언덕에 있는 바람에 자칫 못 보고 지나칠 뻔하였다.
전옥례 묘역은 사유지이나 고맙게도 둘레길을 걷는 나그네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작은 문을 내놓았다.
전옥례(全玉禮) 할머니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장녀라고 한다. 갑오동학농민혁명으로 천애고아가 된 할머니는 신분을 감추고 성과 이름을 바꾸고 절에 들어가 공양주 생활을 하다가 이후 결혼하여 5남 2녀를 두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안군 부귀면으로 왔을 때는 전봉준 장군의 딸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숨어 살던 때라 숨기고 지냈다가 어느 날 교과서에 녹두장군 전봉준 이야기가 실린 것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전봉준의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세상에 밝혔다고 한다. 1970년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정읍동학농민혁명사 등 각종 서적과 논문에 이런 사실이 실리면서 세상에 전해졌다.
오후 4시 즈음에 5구간을 마쳤다.
비가 오다 개인 날이라 후끈한 열기과 습기가 있긴 하였으나 이런 날씨조차 바람이 제때 불어 주는 덕분에 걷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미리 택시를 불러 차를 가지러간 도반 덕분에 숙소 가는 길도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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