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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영양 늑구마을에 책방이 있단다. 시골이라도 책방이 있을 수 있지 '책방이 뭐?' 가서 보면 놀랄거란다. 책방이 어떻길래 놀래? 마을 이름이 더 놀랍다. '늑구라니? 늑대가 생각난다.'며 뜻없는 말들이 늘어진다. 허긴 영양에서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또 놀랠 준비를 한다. 구비구비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을 것 같은 좁은 산길은 은근 가파르기까지 하다. 이 길이 맞아? 맞은편에 차라도 만나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다. 것도 얼마전만 해도 비포장이었단다. 덜컹거리는 좁은 비포장길을 달리며 S는 늑구마을에 일이 있어 가면서 그때도 이 길이 맞나 의심스러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단다. 그런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다며 후배가 하는 말이 '오지로 가는 맛'이 안 난단다. 갑자기 마을이 나타났다..
15박 16일, 315킬로미터, 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 작가 이영철은 오래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하자마자 배낭 하나 둘러매고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사는 것이 바빠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접어두었던 꿈, '세계 10대 트레일'을 완주하고 싶다는 소망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퇴직 후 5년 만에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를 비롯해 10대 트레일을 모두 완주했다고 한다. 섬나라 영국은 지형적으로 우리 한반도와 닮았다. 반도에는 견고한 휴전선이 남북을 가르고, 섬의 허리에는 고대 성벽의 흔적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구분 짓는다. 스코틀랜드 바로 아래쪽인 잉글랜드 북부 지방을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횡단하는 총거리 315킬로미터 도보여행길을 가리켜 '코스트 투 코스트 (Coast to coast Walk CT..
4월초 사과꽃을 기대하며 청송에 갔으나 사과꽃은 고사하고 잎도 미쳐 나지 않았더라. 온갖 꽃들이 우리를 현기증나게 하는데 사실 사과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사과꽃만한 꽃도 없다. 후배 S는 오늘 아침 사과꽃 소식을 보내왔다. 이제 팡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서벽 / 이형권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도래기재 넘어 외줄기 길을 따라 산그늘처럼 찾아가리라 세상의 모든 길들이 옷고름을 푸는 곳 서벽에 가면 허름한 길가의 주막에 앉아 텅 빈 정류장을 바라만 보아도 좋으리 서로의 슬픔을 말하지 않은 채 서벽에는 그리움뿐이려니 그곳에 앉아서 오지 않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좋으리 쓸쓸한 바람이 불고 사과꽃이 천지에 가득하여 홀로 술잔을 들며 사과꽃이 피는 서벽을 사랑할지니 아무도 찾지 않은 그곳에서 그대를 사..
영양에서 꼭 찾아볼 곳 중 하나인 서석지라는 곳이 있단다. 한국 3대 정원에 든다는 말에 '그런 곳이 영양에 있어?' 하였다. 우리는 영양에 대해 고추 외에는 아는 게 너무 없다며 서석지로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연당마을 서석지 주차장에 내리니 제일 먼저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4월 초순, 은행나무는 미쳐 새잎이 나지 않아 핼쑥해 보이지만 그 위용이 대단하다. 수령이 400년된 노거수다. 은행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서석지 주변이 노란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황홀하겠다. 연당마을은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마을이다. 연당리는 마을에 있는 연못 가운데에 연을 심었다해서 연당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마을 안에 마땅한 못이라고는 서석지밖에 없으니 사실상 마을 이름도 서석지 때문에 비롯..
영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반변천이 흐르는 선바위 관광지에 왔다. 선바위가 있는 곳이라 지명이 입암立岩이다. 선바위는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깍아 세운 듯하나, 언듯 보기에는 거대한 촛대를 세워 놓은 것 같은 바위이며 남이포는 조선시대 남이장군이 역모자들의 난을 평정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국민관광지이다. 석벽과 절벽을 끼고 흐르는 두 물줄기가 합류하여 큰 강을 이루는 강을 남이포라 부른다. 선바위 관광지인 이곳은 고추홍보전시관, 분재수석야생화전시관, 특산물판매장, 효공원, 석문교 등이 조성되어 영양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깎아 세운 듯하나 언듯 보기에는 거대한 촛대를 세워 놓은 것 같은 바위가 선바위이다. 선바위는 입암立岩, 신선바위, 선바우라고도 하였다. 반변..
청송 사는 후배가 사과꽃이 필 때 오라며 진작에 잡아 놓은 날에 왔건만 사과꽃은 피지 않았다. 작년엔 4월 초 사과꽃이 만개하였었단다. 올해 청송엔 벚꽃도 아직 피기 전이었다. 사과 꽃 대신 역사속 인물을 찾아보는 청송(영양) 여행이 되었다. 하여 첫 번째로 독립운동가 남자현지사 생가지를 들르고, 두번째로 두들마을에서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여중군자 장계향에 대해 알아보고 역시 두들마을 출신인 소설가 이문열의 문학관과 생가도 돌아보았다. 두들마을을 나오며 마을 입구에 있는 카페 '율'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전국이 벚꽃이 만개하여 꽃놀이에 법석이었으나 4월 초 청송(영양)엔 벚꽃이 아직 피기 전이었다. 카페 율 입구에 있는 벚나무에도 꽃이 피었다면 대단하였겠다며 아직 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