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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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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다보등 2024. 4. 18. 11:16

4월초 사과꽃을 기대하며 청송에 갔으나 사과꽃은 고사하고 잎도 미쳐 나지 않았더라.
온갖 꽃들이 우리를 현기증나게 하는데 사실 사과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사과꽃만한 꽃도 없다.

후배 S는 오늘 아침 사과꽃 소식을 보내왔다. 
이제 팡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서벽 / 이형권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도래기재 넘어
외줄기 길을 따라
산그늘처럼
찾아가리라



세상의 모든 길들이
옷고름을 푸는 곳
서벽에 가면
허름한 길가의 주막에 앉아
텅 빈 정류장을
바라만 보아도 좋으리



서로의 슬픔을
말하지 않은 채
서벽에는 그리움뿐이려니
그곳에 앉아서
오지 않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좋으리




쓸쓸한 바람이 불고
사과꽃이 천지에 가득하여
홀로 술잔을 들며
사과꽃이 피는 서벽을 사랑할지니




아무도 찾지 않은 그곳에서
그대를 사랑할지니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서벽에 가면
그리운 사람이
삼단 같은 머리를 나풀거리며
사과꽃을 따리니
시골 아이 웃음소리
여남은 남은 분교장 너머
잣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청춘의 시간을
묻어도 좋으리
/이형권 시집 <슬픈 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서벽 ㅡ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옛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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