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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이런 책방! 늑구마을 '하늘밭,봄'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경상도

이런 책방! 늑구마을 '하늘밭,봄'

다보등 2024. 4. 22. 07:42

영양 늑구마을에 책방이 있단다. 시골이라도 책방이 있을 수 있지 '책방이 뭐?' 
가서 보면 놀랄거란다. 책방이 어떻길래 놀래?
마을 이름이 더 놀랍다. '늑구라니? 늑대가 생각난다.'며 뜻없는 말들이 늘어진다.
허긴 영양에서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또 놀랠 준비를 한다.
구비구비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을 것 같은 좁은 산길은 은근 가파르기까지 하다. 이 길이 맞아?
맞은편에 차라도 만나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다.
것도 얼마전만 해도 비포장이었단다. 덜컹거리는 좁은 비포장길을 달리며 S는 늑구마을에 일이 있어 가면서 그때도 이 길이 맞나 의심스러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단다.
그런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다며 후배가 하는 말이 '오지로 가는 맛'이 안 난단다. 
 

늑구마을

 
갑자기 마을이 나타났다. 대략 6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는데 한적한 풍경에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사과밭만 눈에 띈다.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담는 빈박스가 마당에 한가득 쌓여 있는 걸 보면 이곳은 사과농사를 주로 하는 마을인 게다.
청송 사과만 맛있는 게 아니라 영양 사과도 맛있다. 청송이나 영양이나 일교차가 큰 탓이라 시원한 단맛이 많이 드는갑다.
마을에서도 끝자락 주차장이 있을 리 없는 좁은 길에 위태롭게 주차를 하였다.
 

 
 
어머나!!!!!
여기가 책방이라고??
 

책방 입구

 
 
너무 신기하여 집을 둘러보며 그저 감탄사가 자꾸 나온다.
어머! 어머! 이런 곳에 이런 책방이라니?
어찌 알고 찾아나 오는지 모를 일이다.
후배는 책방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고사 지낼 살아 있는 닭이 필요해서... 헙ㅠ)로 누군가가 알려준 늑구마을을 물어물어 찾아왔다가 책방을 보았단다.
 

 

하늘밭, 봄

 
 
두런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다른 쪽에서 문이 열리며 젊은 남자가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여행 중이라 안 계시다며 책방 구경은 편하게 해도 좋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쿨하게 문을 닫고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생각한 그런 책방이 아니다. 보다시피 그냥 시골집을 개조하여 책방을 만들었다.
넓지는 않아도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책방이다.
 

아마도 책방 주인인 듯

 
「책을 사실 때
제목을 메모하세요
정가대로
계좌 입금해 주세요.
그리고 잡곡 한봉다리씩 들고 가세요.
밥 지을 때 넣어 드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나중에 보니 선화씨는 어느새 책을 샀고 작은 공책에 책 제목을 메모하였고 계좌 입금을 하고
쥐눈이콩 한봉다리를 가져왔다.
 

 
 
손때가 묻어 연륜이 느껴지는 여러 권의 방명록...
 

 
 
방명록을 보니 이곳에서 묵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알고보니 책방겸 북스테이라고 한다.
아침, 저녁을 차려 준다는데 정말 궁금하다.
하늘과 가까운 이 마을에서 하룻밤이라도 지낼 수 있다면 별과 바람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밭, 봄 
작은 서점 & 북스테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인장을 뵈었어야 하는데 만나지 못해 왠지 찜찜하다.
궁금증을 안고 혹시나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