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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삼남길 제9길 진위고을길 본문

경기 옛길/삼남길

경기옛길 삼남길 제9길 진위고을길

다보등 2022. 7. 5. 17:09

그동안 틈틈히 걷던 삼남길 1~10길 중 4길, 9길, 10길이 남은 상태다. 그중 4길은 접근하기도 그나마 쉬운 지라 마지막으로 남겨 좋고 시작점 접근이 먼 곳을 먼저 해치우기로 하였다. 6월 세째 주에 삼남길 9-10길을 연이어 걷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9길 진위고을길이 17.9km, 10길 소사원길이 15.6km로 33.5km이다. 33km가 넘는 두 길을 하루 만에 다 걸으려니 부담스럽다. 고민 끝에 시작점을 좀 멀리로 잡았다. 오산대역에서 내리지 않고 한 정거장 더 가서 진위역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여 진위면사무소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평택의 옛 중심이었던 진위고을을 지나는 길

♣ 경기옛길 삼남길 제9길 : 진위고을길(17.9km) - 맑음터공원-진위면사무소-진위향고-흰치고개쉼터- 원균장군묘

맑음터 공원에서 야막리 쪽으로 내려오면 진위면으로 접어든다. 진위현 관아가 있었던 진위면사무소나 진위천 인근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진위향교에서 옛 진위현의 위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진위천을 건너 계속 길을 가다보면 '흰치고개'라고 불렸던 소백치와 대백치를 지나게 된다. 흰치고개를 지나면 내리저수지 인근에 위치한 원균장군묘에 도착할 수 있다.(경기옛길홈피)

 

오신 맑음터공원

 

진위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버스정류장이 있으나 무시하고 육교를 건너(아래 사진 가운데 쯤에 노란색 버스가 있는 곳) e마트24 앞에 있는 하북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진위면사무소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처음에 진위역에 내려 환승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해 잠시 당황스러웠으나 도로표지판을 참고하여 진위면사무소 방향을 잡고 육교를 건넜다. 블친 연꽃 님의 글을 참고했으나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해가 되더라는~ㅋ

 

 

진위역이 대각선 방향으로 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20여 분을 기다려(기다리는 동안 아이스바를 사 먹으며) 6번 버스를 타고 진위면사무소 앞에 내렸다. 막상 진위면사무소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진위면사무소

 

예전에 진위관아 였던 자리에는 진위면사무소가 들어섰고 그 진위면사무소 마당을 가로질러 오른편 방향으로 시그널이 촘촘히 달려있다. 진위향교까지는 500m정도이다.

 

 

지금의 평택 지역은 본디 진위현으로 블리던 곳으로, 원래는 '진위'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지명이었으나 일제강점기 경부선 평택역을 중심으로 근대 도시가 발달하고 군청이 평택역 부근으로 옮겨가면서 읍치였던 진위는 점차 쇠퇴하였고, 1949년 평택군 북면의 이름이 진위면으로 바뀌면서 결국 진위라는 지명은 평택의 한 지역을 지칭하는 의미로 축소되었다. 진위관아의 동쪽에 있었던 객사는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진위향교는 아직 남아있다.

 

진위향교

향교 앞 진위천의 세월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접어 든다.

다리 위에서 상류 쪽과 하류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넜다. 제법 너른 하천이다.

 

길은 시그널이 잘 되어 있어 그닥 어려움은 없었다. 모내기가 끝난 논을 바라보며 걸으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논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마을 뒷산으로 연결이 된다.

 

 

삼남길을 걸으며 오렌지색, 초록색의 세 줄의 이름이 꺽쇠라는 걸 새삼 할게 되었다.

부메랑 모양의 꺽쇠 3개로 이뤄진 삼남길 안내표지는 생긴 것은 무척 간단하게 생겼지만 사실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메랑 모양은 어디로 던지든 처음의 자리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도보여행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3개의 부메랑은 삼남대로가 이어지는 충청, 전라, 경상의 세 지역을 의미한다. 색깔 또한 중요하다. 안내표시와 리본 등에 사용된 색 중에서 푸르른 녹음의 색인 녹색은 녹색길을 상징하는 것으로 서울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가 발 딛는 흙의 색인 황색은 황토길을 상징하는 것으로 땅끝 방향을 가리킨다. 

 

 

한참동안 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이 과정이 부락산으로 가는 길인 셈이다.

 

 

깊은 뜻이 담겨진 꺾쇠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꺽쇠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를 안내하는 등대같은 표식이다.

자칫 도로따라 직진하면 안되는 구간에서 삼남길 표식을 발견하고 완전 뿌듯해 하며 태평궁(?) 방향으로 가다보면 부락산둘레길로 접어든다.

 

 

부락산둘레길 입구의 쉼터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으며 스틱도 꺼내서 준비를 한다.

산길을 걸을 땐 은근 오르내리막이 있으므로 스틱 사용이 더없이 도움이 많이 된다.

더군다나 부락산을 넘을 땐 흰치고개를 거쳐야 한다. 고지도를 보면 이 고개에 흰치고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 중에서도 큰흰치고개는 평택에서도 가장 험로였다. 험로를 넘어 한참 걸어 내려가다가 첫 번째 만나는 주막이 도일동과 장안동의 경계에 있었던 감주거리 주막이었단다. 험한 고개를 넘어온 지친 이들에게는 감주거리 주막에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꿀 맛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주막거리가 그리운 날이기도 하였다.

 

 

부락산 쉼터에서 죄측으로 접어들어 덕암산 정상 쪽으로 들어선다.

점점 숲이 깊어지며 사위가 어둑해진다. 아마도 이 고개가 흰치고개인가 보다 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이곳에서 덕암산정상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가다보면 삼남길이 이끄는 시그널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이는 허허벌판 공사구간에 긴장이 된다.

저 곳에서 우회로 안내가 없어 길을 찾지 못해 헤맸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이다.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단디하며 지나갔다.

 

 

원균장군묘가 나타나면 9길의 종점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1.4km 밖에 있다는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원릉군 원균 장군 사당> 향토유적 제6호

원균장군은 조선 선조 때 무관으로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경상우도 병마절도사로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정유재란시 삼도수군 통제사로 임하여 1597년 칠전량에서 전사한 장군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조정에서는 그를 선무 1등공신으로 봉했다. 사당은 원래 묘역 옆에 있었으나 자리에 물이 나고 낡게 되어 현재의 위치로 옮겨 세운 것이라한다.

 

 

사당에서 원균장군묘까지는 지척이다.

원균사당에서 내려다보니 가야할 방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균장군묘, 경기도 기념물 제57호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스탬프함에서 인증 도장을 찍었다. 

'때를 놓쳐선 안됩니다!' 원균장군의 말을 마음 속에 새겨 넣고 길을 나섰다.

 

내리저수지

 

원균장군묘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짐작하던 대로 커다란 장벽같은 가림막이 시야를 막고 있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9길 원균장군종점을 알리는 시그널과 10길 시작 안내문이 있다.

 

 

낮 12시 4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마침 눈에 띈 제9길 끄트머리에 있는 한식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막막한 길 위에서 만나는 식당은 우선 반갑기 그지없다.

무얼 먹을까 선택의 여지없이 익숙한 반찬들이 줄지어 있는 한식뷔페가 부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