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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만추의 광명누리길 본문

일상스케치/광명누리길

만추의 광명누리길

다보등 2020. 11. 11. 17:35

훌쩍 집을 나서면 10분내로 숲으로 들어설 수 있어 좋은 우리 동네.

문득 바람이 차다고 느껴 둘러보니 어느새 발밑에 수북한 낙엽이 가을이 깊었음을 말해준다.

코로나 덕분에(? 덕분이라고 해야하나...) 시도 때도 없이 산으로 걸어갔었다.

풋풋한 초록의 잎사귀가 이뻐서 연신 크게 숨을 들이 쉬곤 하였다.

여릿여릿한 나뭇잎들이 한여름 비바람에도 모질게 견디었건만 자연의 순리...앞에선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낙엽/노천명

 

간밤에 나는 나무 밑에 들어서

그들의 회의 광경을 보았습니다

 

플라타너스는 사시나무 떨 듯하며

무서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밖엘 나서니 바람 한 점 없는 자는 듯 조용한 밤하늘인 것을

 

어젯밤 그처럼 웅성거리더니 아침에 발등이 안 뵈게

누우런 잎사귀들을 떨구어놨습니다

 

시들은 잎사귀를 떨어버리는데

그렇게 엄숙한 회의를 했군요

 

겨울을 이겨 낼 투사는 하나도 없었나 보죠

플라타너스의 가을밤 회의는 준엄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