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하늘땅 진안고원길, 오늘 만큼은 설국이었던 천반산길 13구간 본문
2024년 12월 21일
오전 7시 양재역을 출발하면서 비인지 눈인지 모를 날씨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눈이 보이기도 하고 눈이라고는 흔적도 없는 지역도 지났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어느덧 진안으로 들어서며 온 세상이 하얗다. 산속 도로에는 미쳐 치우지 못한 수북하게 쌓인 눈과 양옆으로 펼쳐진 은빛 세상은 감탄스러웠다. 운전자는 진땀 나는 길이었을 것이다.
다들 긴장하고 있던 그 와중에 그 길을 지나며 문득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이 생각났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진안이 눈이 많은 고장이었나?
눈길을 헤치고 오느라 도착 시간이 늦었다. 지난달 12구간 마치고 점심을 먹었던 가막골 식당에 오늘은 아침을 예약해 놓았다. 그런데 다른 곳과 전화번호에 혼선이 생겨 잘못 취소를 했다가 다시 예약을 하는 바람에 아침 준비가 늦어 후배들이 두부를 대신 굽는 순발력을 발휘하였다. 고기 듬뿍 들어간 능이버섯 뚝배기를 한 그릇씩 뚝딱 먹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먹는 밥은 늘 그렇듯 아침 겸 점심이다.
오늘 걷게 될 13구간 천반산길은 정여립을 품은 천반산과 금강 상류를 만나는 길이다. 하향에서 들어서는 천반산 숲길은 아름다운 오솔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 길이 기가 막힌 설국이었다. 가막에서 용담호에 잠기지 않은 본모습의 금강을 만나고 큰재를 넘어서면 상전면이다.
● 출발점 : 동향면행정복지센터 ~ 도착점 : 상전면행정복지센터(총길이 : 16.1km, 난이도 상, 인증지점 : 먹재 / 큰재)
먹재에서 내려서는 길은 경사도가 엄청났다. 하향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이 우리를 보더니 먹재에서 내려가려면 이런날 쉽지 않은 길이라고 할 때만 하여도 그런가 보다 했다. 계단이라 그나마 다행이긴 하였으나 가파른 내리막을 미끄러지지 않으려 애쓰며 내려가다 보니 힘들었다. 아이젠을 챙기지 않은 불찰을 탓하며( 챙기지 않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숙소에서 보니 배낭 안에 있더라는...ㅠ) 스틱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내려왔다.
급경사를 내려 오자 임도를 만난다. 임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것도 오래 쉴 수도 없다. 쉬는 동안 체온이 떨어져 추워지면 안 되니까 서둘러 다시 출발이다.
사실은 다행인 것이 날씨가 아주 추운 날은 아니다. 부지런히 걷다보면 덥기까지 하였다.
신기마을에 접어들며 슬슬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을 하였다.
가막교를 건너자 아침을 먹었던 식당 앞이다!
세상 반가운거~~
식당 화장실을 이용하고 도로변 정자에서 아주 잠깐 쉬었다 다시 출발~
가막골유원지를 지나 계속 진행하여 마지막 인증 지점인 큰재를 가야 하는데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고(이날 진안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다.
5km 이상을 더 가야 하는데 기상이 좋지 않은 산에서는 시간도 많이 지체가 될 것이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산에서 어두워질 것 같아 가막골유원지에서 인증 사진을 대신하고 되돌아가기로 하였다.(나중에 진안고원길 담당자에게 가막골 사진을 보내고 전후 사정을 말하였더니 인정해 줌)
다시 좀 전에 지났던 가막골 식당까지 되돌아갔다.
그런데 동향면사무소에 주차된 차를 가져 올 동안 식당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그새 점심 장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우리가 지나올 때만 해도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힝ㅠ
문이 닫힌 식당 앞에서 30분 이상을 차가 오길 기다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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