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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 폐허라는 이름의 아름다움
2015년 1월12일
함피에서의 둘째날입니다. 어제의 그 혼란스러움은 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어제 억수로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유적지를 그리 휘젓고 다니다 막판엔 마팅가 힐에 오르느라 때아닌 등산을 하기도 하였지요. 일몰을 보느라 깜깜한 함피 외곽의 위험을 불사하는 모험을 하였지요. 일행중 남자 두분이 있어서 그나마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질렀으나(?) 앞으론 조심해야겠습니다. 암튼 우쨌든 많이 힘들었는지 아침에 일어날려니 여기저기 욱씬거립디다.
둘째날인 오늘은 남쪽 유적군을 가기로 했습니다.
호스펫에서 로칼버스를 타고 까말라뿌람 스탠드에서 내렸습니다. 마을은 한적한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일단 지도에 의지하여 먼지 날리는 길을 따라 잠시 걷다보니 유적지로 가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흙길을 따라 갑니다. 그 흙길을 걷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오붓한 흙길을 따라 걷다보니 안내책자에도 나와있지 않은 유적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볼거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눈이 즐거웠던 함피입니다. 그런데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유적지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체력이 따라줘야합니다. 많이 걸어야 하는것이지요. 특히 이곳이 어제보다 좋았던건 이곳에선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제는 축제일이 겹쳐서이긴 하지만요. 어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라면 폐허라는 이름이 무색하지요. 느긋하게 허허로운 벌판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를 마주하니 이제사 진정한 폐허의 아름다움을 느끼게되더이다.
허허로운 들판에 문득 모양새가 범상치않은 유적지가 보입니다. 지도를 보아하니 왕국구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역대 왕비들을 위한 정자를 겸한 휴식공간이 있는 '로터스 마할'인듯 보였습니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그 유적지 뒷편에서 접근하게 된것이지요. 어데선가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타나 소리를 지릅니다.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니 거기로 가면 안되니 자기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가면 안되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오라는 곳으로 가니 정문으로 가는 곳이군요. 결국은 입장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내쳐 그냥 갔으면 뒤편에서 입장료 안내고 들어 갈뻔한거지요.
로터스 마할 입구로 가는길에도 유적지들이 흩어져있습니다. 문득 사람키보다 큰 원숭이앞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로터스 마할의 입장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250루피이지요. 사실 어제 빗딸라 사원 입장료도 250루피였는데 입장권 하나로 하루에 두군데를 다 입장할 수 있는것이지요. 어제오늘 두번 입장료를 내는 셈입니다. 억울하군요. 관리인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뒤편으로 입장료 안내고 들어 갈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250루피면 한화로 약4,500원 정도입니다만, 내국인 입장료10루피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것이지요.)
로터스 마할 입구에 작은 박물관이 있어 들여다보았습니다. 사방 천지가 노천 박물관인데 뭐 특별히 박물관이라고해야 별시리 볼거리는 없었습니다.
박물관을 돌아 나오니 갑자기 내국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어제의 공포가 엄습? 그러나 몇명 안되는고로....안심입니다.ㅎㅎ
어제 너무 많은 인파에 치여서인지 인도인 몇명만 모여있어도 겁납니다.ㅋㅋㅋ
드디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섰습니다. 왼편으로 박물관이 또 있더군요. 우선 습관적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을려고 하니 사진을 찍지 못하게 엄중하게 막습디다. 그러나 뭐 역시나 사진까지 찍지 못할정도로 그런 유물은 아닌듯 보이더라만요. 우리가 아는게 너무 없어서인지...ㅠ
입구쪽에서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부조상을 찍었습니다. 이후로 카메라는 꺼내지도 못했지요.
자 이제 본격적인 로터스 마할을 만날 차례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왕궁 구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역대 왕비들을 위한 정자를 겸한 휴식 공간이었다는군요. 또 이곳엔 옛 왕조 때 코끼리들을 사육한 거대한 건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과거의 영화는 어데로 가고 허허로운 모습들뿐이군요.
로터스 마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도 + 이슬람 스타일의 혼합된 건축양식 때문이랍니다. 대부분의 혼재된 건축양식들은 말 그대로 교묘한 뒤섞임을 특기로 하는데 비해 로터스 마할은 마치 칼로 잘라 놓은듯이 1층은 이슬람풍의 아치로, 2층은 힌두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카라 장슥을 하고 있다네요.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거지요.
겹겹이 층을 낸 아치는 마치 돌이 아닌 아름다운 레이스를 보는듯 합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화를 누렸을 왕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 시절을 상상하는 일은 즐거움중의 하나이지요.
로터스 마할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 엘리펀드 스테이블입니다. 이름 그대로 코끼리 사육장이랍니다. 어떻게 왕비의 정자옆에 꼬끼리 똥냄새가 나는 사육장이 있을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답니다. 때문에 일부의 의견에 의하면 로터스 마할의 실제 용도는 왕이 전쟁을 마치고 왔을 때 맞이하는 일종의 공식 접견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건 당시 인도에서 코끼리의 위상은 전투 무기이자 재산의 척도였으니까요. 서양 사신들이 왔을 때 '너희 왕은 코끼리가 몇마리있냐?'로 그 나라의 부유함을 측정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요. 중요한 자료중 하나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코끼리 보유수를 적어 그 나라의 부를 나타내는 대목이 많이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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