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背影(아버지의 뒷모습),朱自淸 1898~194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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背影(아버지의 뒷모습),朱自淸 1898~1948

다보등 2021. 10. 2. 10:34

마오쩌둥이 '중국 민족의 기개를 드높인 작가'라고 칭송한 주쯔칭.

중국의 현대문학가 주쯔칭은 베이징대학 철학과를 나왔으며 중국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작가이기도 하고 학자이기도 하며 민주주의 투사라고도 알려져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어울리는 풍부한 감수성과 더불어 상상력, 다양한 감정의 묘사는 훗날 중국 현대 문학에 한 획을 긋게 된다.

'背影'은 한글로 번역되어 주쯔칭의 여러 글들을 묶어 주쯔칭의 산문집 '아버지의 뒷모습'으로 2019년 4월에 출판되었다.

글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책을 대출하였다.

 

 

책표지의 그림은 글의 내용에 나오는 아버지의 뒷모습과 너무 다른 느낌이라 와닿지를 않는다.

 

'背影'은 1910년 대 고문에서 백화문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글이다. 글 속에 있는 어떤 단어들은 잘 쓰지 않는 단어들도 있고 이미 변화된 단어들도 있다. 원문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 뜻은 고사하고 읽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번역된 글을 읽으니 일단 그 내용이 확 들어와서 좋았다. 원문을 읽을 실력이 아직은 한참 모자라는 지라 한 줄, 한 줄 읽는 것이 녹녹치가 않다. 일단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다시 원문 읽기에 도전해 볼 참이다.

 

부모 눈에는 나이든 자식이라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안 해도 되는 걱정을 늘어 놓게 되는데 背影도 딱 그런 부모 마음이 들어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마땅찮은 것이다. 

이 글은 주쯔칭이 할머니상을 치루고 몇 년인가 지난 후에 당시를 회상하며 쓴 글이다.

대충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쯔칭은 베이징에서 대학(베이징대학 철학과)을 다니는 도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을 찾아간다. 마침 아버지도 직장에서 나와 일이 없는 상황이다. 장례식 후 여러 가재도구들을 정리하여 빚을 정리해도 빚이 남았다.

아버지는 남경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가야하고, 주쯔칭은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가야해서 함께 길을 나선다.

베이징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들이 못 미더워 열차안까지 와서 자리도 잡아주고, 잘가라며 밤에도 조심하고 감기들지 않게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또 한다. 그때 주쯔칭은 속으로 아버지를 비웃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혼자 몸도 제대로 건사 못 할까봐 저리 걱정이시냐'고 말이다. 

아,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내가 뭐가 그렇게 잘났었는지! 주쯔칭은 후회를 한다.

 

마침 차창밖을 보던 아버지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 귤을 파는 장사꾼를 발견하고 아들에게 줄 귤을 사러가셨다.

그런데 보아하니 거기까지 가는 길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리로 갈려면 철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이쪽 플랫폼에서 내려가 저쪽 플랫폼으로 올라가야 했다. 몸이 뚱뚱한 아버지가 가기엔 쉽지 않은 길이었음에도 한사코 가셨다.

어렵게 철길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끙끙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주쯔칭은 눈물이 왈칵 솟았다.

「这时我看见他的背影。我的泪很快流下来了。」

어렵사리 귤을 사다주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아버지는 먼지를 툴툴 털고 역을 빠져 나가셨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버지와 아들은 동분서주하며 바쁘게 살았지만 집안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젊은 시절 외지로 나가 생계를 꾸리며 독립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아버지이지만 그때 당신의 노년이 이렇게 쇠락할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베이징에 있을 때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다.

"나는 잘 지낸다, 다만 어깨가 많이 결려서 젓가락이나 붓을 들기가 힘들구나. 아무래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나 보다......"

거기까지 읽었을 때 남색두루마기와 검정 마고자를 입은 아버지의 뚱뚱한 뒷모습이 보였다.

아, 언제 다시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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