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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봉화길 제2길 한양삼십리길(남한산성 로터리~경기광주역) 본문

경기 옛길

경기옛길 봉화길 제2길 한양삼십리길(남한산성 로터리~경기광주역)

다보등 2024. 4. 23. 09:45

4월 10일 선거를 마치고 남편과 나는 안양천 벚꽃도 구경하며 안양천을 안양유원지 방향으로 걷기로 하였다.

물이며 준비를 하다가 이왕 걸을 거면 봉화길을 걷는 게 어떠냐는 의견에 갑자기 목적지가 바뀌었다.

이후론 재빠르게 등산 스틱까지 챙기고 집을 나섰다.

집앞 버스정류장에서 양재 가는 버스를 타고 30여분 후에 양재역 3호선으로 환승 가락시장에서 8호선으로 다시 환승하여 산성역에 내리니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으나 갑자기 결정을 하다보니 평소보다 늦게 나선 걸음이라 벌써 11시 반이 넘었다.

 

남문매표소앞 버스정류장

 

그리고는 산성역 2번 출구앞에서 9-1번을 기다리는데 40여분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가만보니 9-1번 버스가 일요일, 공휴일만 운행한다는데 오늘 선거일(수요일)은 공휴일에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버스가 올 생각을 안 한다. 우리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다 뒤늦게 9번 버스를 탔다. 9번 버스는 좀 둘러 가는 버스라고 한다. 그런데 산성 올라가는 길이 차들이 어찌 밀리는지 차가 가지를 못한다.

어찌어찌 남문매표소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이때가 오후 1시 30분이다.

도로 아래 숲길에는 나무 데크가 되어 있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그들에 합류하여 올라갔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수도 한양을 지키던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한산주에 주장성(일명 일장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현재의 남한산성으로 보인다.

남한산성이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후금의 위협이 고조되고 이괄의 난을 겪고 난 인조 2년(1624)이다.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 때 왕이 이곳으로 피신하였는데, 강화가 함락되고 양식이 부족하여 인조는 세자와 함께 성문을 열고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그 뒤 계속적인 수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한산성은 각종 시설이 잘 정비되어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시설이 잘 된 곳으로 손꼽힌다.

 

남한산성 지화문 (남문)

 

 

지화문인 남문을 지나 도로로 내려오니 오른편으로 봉화길 표시와 한양 삼십리 누리길이다.

도로가 밀리지 않고 제대로 왔으면 남문터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시작점이라 보면 되겠다.

남문매표소앞에서 내린 것도 연꽃님 팁을 이용한 셈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주구장창 남한산성 종점까지 갔을 것인데.

집에서 출발도 늦었지만 의도치 않게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ㅠ

 

 

제7암문

 

출발하자 은근한 오르막을 15분 정도 올라오니 배가 고프다.

암문은 적의 관측이 어려운 곳에 설치한 성문으로 일종의 비밀통로이기 때문에 크기도 작고, 적에게 쉽게 식별될 수 있는 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다.

저 암문을 빠져나가 양지바르고 살짝 나무그늘이 있는 곳에서 동네에서 사 온 김밥을 먹었다.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미리 집에서 잘라온 (청송)사과를 먹었다. 사과를 먹을 때마다 사과를 보내준 후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오늘 봉화길 제2길과 이미 조성해 놓은 한양 삼십리 누리길과 같이 간다.

한양삼십리누리길은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 남한산성까지 총 12km(삼십리)로 조선시대 관원들의 군사 정보 전달과 지방선비들의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넘었던 길이기도 하였고, 병자호란 인조임금의 고뇌 재현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조성된 숲길이란다. 한양삼십리 누리길이 끝나는 목현동에서 봉화길 제2길(19km)은 경기광주역까지 더 연장되어 있다.

그 외 또 다른 성남누리길도 숲에서 길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한다.

 

한양삼십리 누리길

 

 

이정표에 표시된 1차 목표지점은 목현 1동 마을회관까지 11.15km다.

이런 도로를 좀 걸어야 한다.

숲을 옆에 두고 딱딱한 도로를 걸으려니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새 나뭇잎이 푸르렀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포장된 길을 버리고 숲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반갑다.

 

 

 

갑자기 너른 공터(아마도 헬기장?)가 나타나고 공터 끝자락에 폐허가 되다시피한 건물 옆에 검단산 524m라 적은 코팅지를  나무에 달아 놓았다. 실제 검단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출입을 할 수 없으니 누군가 이곳에 검단산이라 적어 놓았단다. 꽤나 산에 대해 진심인 분이 있나 보다.

 

 

 

병자호란 눈 날리는 서러운 밤

짚신 거꾸로 신고 인조임금을

산성으로 업어서 피신시켰다네

청나라 군사의 포위망을 뚫고

축지법 쓰듯 산성 넘나든 충정

천민에서 정 3품 가의대부 벼슬받았다네

오늘도 산성 찾는 길손들 보소

임금님 곤룡포 하사 받고 

무덤에 가지고 갔다.

서흔남 그 이름 들어 보았는가?

 

아니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입니다.

죄송합니다.

남한산성 남문 앞 비석거리에 줄지어 서있는 비석들 중 서흔남만 한 이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산을 내려서니 몇 채의 집들이 마을임을 알려주는데 그 곁에 하늘 향해 쭉쭉 자란 키 큰 목련나무에 꽃이 어찌 이리 푸짐하게 필 수가 있나 목이 아프게 올려다보았다.

이 계절에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목현 1동 마을회관 8.02km 남은 지점

 

 

목현 1동 마을회관 이정표를 따라 검복리, 산성리, 오전리를 지나 목현동에 이르게 되는 구간은 옛길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월의 사연을 품은 구간으로 대자연의 정취와 함께 걷는 길이다.

 

선괭이눈

 

 

가늘고 길게 늘어진 가지에 연두색잎을 무수히 달고 있는 이 나무들은 아마도 귀룽나무가 아닌가 싶었다.

이 길에 접어들면서 길이 예뻐서 자꾸 해찰을 하게 된다.

갈길이 먼 관계로 부지런히 앞만 보고 걷기로 하였는데도 발길에 걸리는 꽃들에도 자꾸 눈이 가고 카메라를 들이대게 된다.

 

 

큰개별꽃
회심고개

 

 

 

경기광주역 13.7km 남은 지점인데 시간이 오후 4시 27분이다.

광주역까지는 고사하고 목현마을 버스정류장에라도 해지기 전에 도착하겠나 싶었다.

 

 

 

주변에 카페들이며 건물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 한양삼십리길 아치를 지나니 봉화길 스탬프함이 나타났다. 

그 옆에 커다란 소는 뭐지?

연자방아까지 재현해 놓았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불당리 연자말, 이곳은 예전에 연자방아가 있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때부터 붙여진 불당리(연자말) 마을 고유지명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글이 있다. 그래서 이런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구나...

스탬프를 찍고 앞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번엔 다섯 그루 소원나무라는 안내문이 있다.

조선시대 경남에 거주하는 한 선비가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갈 때 과거급제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심었던 느티나무라고 전해져 온다. 다섯 그루를 심었는데 그 후로는 과거시험 합격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무의 형태와 수령으로 보아 5년간 매년 과거를 응시할 때마다 심었던 것으로 알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남 선비가 하필 이곳에 나무를 심을 건 뭐람~

매년 심던 나무가 5그루 이후론 없는 걸 보면 그 후에  과거시험을 포기했던지 시험에 붙었던지....

과거시험에 붙은 걸로~~ 결론을 내리고 다시 씩씩하게 걷는다.

 

 

 

 

 

한양 삼십리 누리길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도 다녔던 길이라고 하더니 소원나무 느티나무에 이어 이번엔 합격바위가 있다.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면서 이 길에서  합격기원 소원을 빌었단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 합격에 대한 간절함을 여전하구나.

 

 

 

 

근육질의 서어나무를 보면서 계단을 하나씩 밟고 내려간다.

온갖 모양의 바위에 나름의 스토리가 줄줄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만

일일이 읽어 보는 건 고사하고 눈길 한번 주기도 바빠 그냥 지나친다. 

 

 

 

드디어 산을 벗어난 건가?

시간이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해가 길어져서 망정이지 겨울이었다면 산속에서 어둠이 내렸겠다.

 

 

 

그런데 또 산으로 올라간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새오고개

 

 

아무리 힘들어도 그 와중에 꽃에 자꾸 눈길이 간다.

산벚이다 팥배나무다 아는 건 다 갔다 붙이여 뭐면 어때 이쁘구먼~

 

 

 

오후 6시 40분 목현동 버스정류장에서 마쳤다. 이곳에서 경기광주역까지 6km 정도 더 가야 한다는데(헐~)

지치기도 하였고 시간상 그만 걷기로 하였다.

버스정류장에서 10여분 기다렸다가 3-3번 버스를 타고 모란역으로 향했다.

좀 전 목현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어떤 남자분이 우리 행색을 보고는 어디서부터 걸었냐 어디 가냐고도 묻는다

집이 광명이라 하니 모란역에서 광역버스 333번 버스를 타면 안양역까지 30여분이면 간다면서 모란역 어디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이리 고마울 수가?

30여분 만에 안양역을 간다면 집까지는 또 30분이면 닿는다. 오 대박!!

길 위에서 귀인을 만났다.

 

 

 

집에서 출발도 늦었지만 (임시) 공휴일이라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밀린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봉화길 제2길은 전체 거리가 19km로 숲길과 고개를 넘나드는 난이도 上 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길이었고 결국은

목현1동마을에 도착했을 때가 거의 오후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어 마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거의 약 13km, 5시간 넘게 빡시게 걸었다.

모란역에서 안양역까지 수월하게 잘 갔고 집 앞에서 전주콩나물국밥으로 늦은 뒤풀이를 하였다.

예정에 없이 나선 길이라 준비가 부족했지만 오늘도 역시 겁나 힘들고 그만큼 좋은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