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메스티아를 떠나 다시 트빌리시로~ 본문
2024년 6월 11일(화), 여행 13일째
메스티아를 떠나 다시 트빌리시로 종일 이동하는 날이다. 인솔자 말에 의하면 이동시간이 아마도 12시간이란다.
우와~ 12시간이라니?
메스티아로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우쉬바산을 바라보며 굽이굽이 넘어간다.
까마득한 계곡과 눈을 이고 있는 설산의 풍광은 그저 차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고 신비롭다.
까마득한 절벽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그러다 다시 시동이 걸렸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였으나 잠시 후 다시 시동이 꺼졌다. "뭐지?" 놀라서 다들 안절부절 버스 안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시동은 다시 걸렸고 조심스레 차가 출발하였다. 버스 안은 조용하다. 다들 너무 긴장한 탓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안전벨트를 하려고 해도 안전벨트도 안되는 엉망인 버스라 더 걱정이 컸다. 어찌된 일인지 인솔자조차 입을 닫고 있으니 우리는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언제 다시 시동이 꺼질까 심장이 쫄깃하게 아슬아슬 산을 넘어왔다. 산 아래 작은 마을 주유소에 들렀고 그제서야 하는 말이 '밤에 도둑놈(?)이 기름을 훔쳐 가는 바람에 기름이 없어서 시동이 자꾸 꺼졌다'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말을 한다. 오지마을에 관광객들 싣고온 차에서 기름을 빼가는 그런 흉악범을 그럼 신고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기사는 출발 전에 시동을 걸면서 기름이 없다는 걸 알았을 터인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 험한 길을 그냥 넘기로 강행을 하였다니 생각 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어찌 되었던 지간에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버스는 멀쩡히 달려서 오후 1시 40분쯤에 어제의 그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자다깨다 자다 깨다 어느덧 오후 7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차는 여전히 달리고 달린다.
트빌리시로 들어서며 인솔자가 내일 시그나기 가는 일정 공지를 하는데 내일도 이 버스를 이용할 거라는 말에 일행들 모두 단체로 들고일어났다. 일단 기름 소동까지는 참을 수 있다지만 안전벨트도 없는 차를 타고 메스티아 험한 곳을 갔다 왔는데 또 이 차를 탄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안전벨트 제대로 된 버스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차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더군다나 맨 뒤쪽 자리는 천장에서 물이 새서 도중에 비닐로 막는 해프닝도 있었으므로 도저히 이런 차로는 참을 수가 없다는 거다.
큰 버스로 배차를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내일 시그나기 가는 일정과 트빌리시 시내 일정을 서로 바꾸는 거로 일단락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렵사리 결정된 일이었다.
밤 10시에 숙소에 도착을 하였다. 다들 기진맥진.
숙소는 며칠 전에 메스티아로 떠나기 전 묵었던 그 호텔이었고 우리는 방배정을 받고 나름 익숙한(?) 숙소 앞 가게에서 상추와 오이를 사 와서 누룽지와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마땅한 식당도 없었다.
오늘은 이동 거리도 길었지만 버스 사건으로 긴장을 많이 한 탓으로 무척이나 피곤한 하루였고,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은 일행들은 불만을 토하느라 단톡방은 밤늦도록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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