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지리산 옛길 의신마을 서산대사길 본문
설산습지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각자 편한 자세로 낮잠을 잤다. 어제 지리산 골짜기 의신마을까지 오느라 피곤한 몸으로 밤늦도록 묵은 이야기까지 푸느라 몇 시간 자지 못한 이유도 있다. 오후 3시가 넘어 서산대사길을 걷기로 하고 나섰다. 애니언니나 J는 몇 번 걸은 길이라 숙소에 있기로 하고 서산대사길은 처음인 셋만 걷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의신마을 버스정류장 점빵 앞에서 서산대사길이 시작을 한다. 점빵은 지리산 시인 김기수와 화가 아내 추일주 부부가 꾸려가고 있는 가게로 사람과 사람, 인간극장 등 메스컴을 탄 곳이라 한다. 냉장고에서 꽝꽝 얼은 비비빅 하나씩 입에 물고 서산대사길로 출발한다.
의신마을에서 시작하는 서산대사길은 신흥교까지 은근한 내리막길이다. 의신마을 서산대사길을 검색하면 산악회에서도 회원들을 모집하는 글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계곡 위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건립한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 베어빌리지가 있다.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은 반달가슴곰의 생태적 특성을 연구하고, 자연생태계 보전과 복원 사업의 의미를 탐방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개설되었다. 이곳은 생태전시관, 생태학습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태전시관에는 반달가슴곰에 대한 정보들이 전시되어 있다. 공휴일이라 그런가 이 날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서산대사길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신흥마을~의신마을까지 4.2km구간으로 지리산남부능선 서쪽기슭이면서 벽소령남쪽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서산대사(1520~1604)는 의신마을에 위치한 원통암에서 출가(1540)하여, 휴정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신흥~의신 주변에는 신흥사, 의신사, 쌍계사, 칠불사, 원통암 등 지리산에서 가장 많은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도 여러 흔적이 남아 있다. 신흥사가 있었던 신흥마을과 의신사가 있었던 의신마을을 연결한 4.2km의 이 길은 서산대사가 지리산에 머무는 동안 오가던 옛길이다. 지금의 자동차도로가 개설되기 전까지 이 길은 이곳 주민들이 오가던 유일한 길이기도 하였다.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길이었다.
그저 평범한 고사리밭에 우뚝 서있는 커다란 바위 세 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서산대사길은 화개천을 바로 끼고 있어 물소리에 세속의 잡념을 씻고 계곡과 어울린 초록의 숲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명상을 하는 이유가 물소리는 인간의 뇌파를 안정시키기 때문이라 한다.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부한 음이온은 걷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주기에 충분했다.
앵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웅큼!
이 길에서 가장 난이도 높았던 오르막 계단이다. 숨차게 올라와 계단 끝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는다.
길은 너무 아름답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숲과 계곡, 호젓하게 즐기기에 딱 좋은 길이다.
계곡에 가깝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몇 번 반복한다. 산중턱에서 계곡 바로 옆까지 깊숙이 오르내리는 이 길은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 방향으로 걸었다면 계속 은근한 오르막이라 의신~신흥마을로 걷는 것보단 좀 힘들었을 것 같다. 걷기에 정말 좋은 길인데 다만 보현언니가 오전오후 평소보다 많이 걷는 거라 힘들다 하셨지만 저력이 있어서 잘 걷는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이 길을 있게 한 서산대사의 흔적이 나온다. 서산대사의 도술 '의자바위’라고 적혀 있다. '이 의자바위는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쳐들어와 의신사를 불태우고 범종을 훔쳐 가려는데,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서산대사가 도술을 부려 범종을 의자로 바꾸었다'는 내용이다. 좀 억지스럽긴 해도 영락없는 의자모양의 바위다. 앉아보니 뜻밖에 편하기까지.
야생차밭도 있다. 근처에 민가가 하나 있는데 음악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야생동물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음악인가 생각했다.
종점인 신흥교가 얼핏 보이는 걸 보니 이제 다 온 모양이다.
서산대사(1520~1604년)는 조선 중기의 고승·승장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으며, 유(儒)·불(佛)·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는 삼교통합론의 기원을 이뤘다. 서산대사는 의신마을에 위치한 원통암에서 1540년 출가해 휴정(休靜)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이 길이 바로 서산대사가 출가하기 위해 원통암으로 걷던 바로 그 길이다. 그래서 서산대사길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해골바위라고 불리는 저 바위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깊은 계곡을 오가던 민초들이 무사 안녕을 빌었던 그런 바위인가 보다.
자동차로 4.3km
옛길은 4.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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