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아亞자방이 있는 지리산 칠불사 본문
의신마을에서 이틀째 저녁에는 펜션에 저녁식사를 부탁하였다. J가 가져온 식재료도 아직 넉넉하게 남아 있었으나 한 끼 정도는 펜션 밥을 먹어주는 센스. 식사는 닭백숙과 닭볶음탕이 가능하다고 하여 닭볶음탕으로 주문하였다. 서산대사길을 걷고 나서 보현언니는 외손주가 군 입대를 앞두고 인사하러 왔다는 연락을 받고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가셨다.
닭도리탕(닭볶음탕)에 갖가지 산나물 반찬이 곁들여 나온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저녁 내 무슨 이야깃거리가 그리 많은지 밤이 늦도록 하하 호호.
다음날은 2박 3일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의신마을로 들어올 때 스쳐 지나며 이정표로 보았던 칠불사를 들렀다. 칠불사하면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亞자방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은 뭐든 여차저차하면 10년 이쪽저쪽이니... 칠불사도 참으로 오랜만에 가보는 거다.
칠불사(七佛寺)는 지리산 반야봉 남쪽 기슭에 위치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깊은 숲 속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더 고요하고 독특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절이다. 절집을 찾아가는 그 길은 일종의 '마음 비우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칠불사는 칠불의 스승이신 문수보살의 상주(常住) 도량으로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한 것을 기념하여 수로왕이 창건했다고 전하며, 통일신라 이후 칠불사는 동국제일선원이라 하여 금강산 마하연선원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참선도량으로 수많은 고승 대덕 선사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이층 누각이 있는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위 양옆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놓아 더 관심 있게 보았던 개서어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다. 추자나무라고도 하는 가래나무는 열매가 호두보다 작다. 개서어나무는 열매를 싸고 있는 과포가 한쪽방향으로만 있는 나무를 개서어나무라 한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호두나무가 있다.
칠불사 경내에는 전설의 구들 '아자방'으로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선방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할 수 있도록 방 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보다 한 단 높게 구성함으로써 '亞' 모양의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칠불사 아자방지(亞字房址) :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44호
칠불사는 신라 효공왕(897~911) 때 담공선사가 선방인 벽안당에 만든 아자방으로도 유명하다. 아(亞) 자 모양으로 놓은 구들은 불을 한 번 때면 온기가 100일간 지속된 불가사의한 방으로, 중국 당나라에서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아자방은 길이 약 8m의 이중 온돌방 구조로, 방 안 네 모퉁이와 앞뒤 가장자리 높은 곳에서는 좌선을 하고 십자형으로 된 낮은 곳에서는 좌선하다 다리를 풀었다고 한다.
방 구조의 탁월한 과학성을 인정받아 1979년 세계건축협회에서 펴낸 세계건축사전에 수록됐다.
1948년 여순사건 때 아자방을 비롯한 대가람이 불에 타 사라졌으나 1973년 문수전을 시작으로 대웅전, 설선당, 요사채를 복원하였고, 1983년 아자방을 현재와 같이 복원했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 : 2023년 12월 22일 국가민속문화재지정
문화재청은 아자방 온돌은 우리나라 전통 온돌문화와 선종사찰의 선방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이며, 불교사와 건축사 등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고, 현존 사례로서도 희소성이 높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1세기경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 부부가 출가 수도 중인 일곱 왕자의 성불을 기원하고, 그 모습을 그림자로나마 보기 위해 만들었다는 그림자연못 영지(影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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