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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가오리찜으로 기억하는 구례 동아식당, 사성암까지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경상도

가오리찜으로 기억하는 구례 동아식당, 사성암까지

다보등 2025. 6. 29. 12:04

하늘호수차밭 쉼터에서 내려와 구례구역 앞에 있는 동아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래전(찾아보니 2011년 10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 대원사)를 하기 위해 용산역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려 동아식당에서 밥을 먹었었다. 동아식당은 지리산을 가고자 구례를 찾은 등산객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소문난 식당이었다. 

 

전남 구례 70년 된 허름한 식당 '가오리찜과 돼지 족탕이 막걸리 부르는 남도 주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2012년 5월 3일 자 신문을 크게 확대하여 벽에 걸어 놓았다. 내가 처음 동아식당을 왔었던 때가 2011년 10월이었고, 기사는 2012년 5월이니 내가 다녀가고 난 그다음 해에 기사를 쓴 거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식당이 지금과는 달라 물어 보았더니 벌써 오래전에 예전가게는 주인이 허물고 새로 짓는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비워 주고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어쩐지...

 

 

우리가 주문한 가오리찜이 나왔다. 곁들인 반찬도 이것저것 다양하다.

아낌없이 듬뿍 뿌린 참깨 양념이 올려진 가오리찜은 부들부들하고 쫀득한 식감이다. 젓가락으로 찢어도 부드럽게 잘라진다. 데친 부추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고.

 

 

2011년에 왔었던 동아식당 사진을 블로그에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반듯한 건물과 상가가 늘어선 중심도로 그 길 중간, 읍시가지 복판에 70년은 더 된 구옥에 잿빛 슬레이트 지붕이 주저앉을 듯 낮다. 옛 동아식당은 영락없는 허름한 시골 주막집이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만고풍상의 슬레이트집. 함석판으로 만든 간판에 '동아식당' 상호가 빛이 바랬다. 미닫이 유리문에 적힌 가오리찜, 돼지주물럭, 두부김치 등... 

2011년 10월 동아식당

 

14-5년 전 동아식당 상차림은 지금보다 훨씬 푸짐하게 보인다. 담겨 나온 반찬 그릇이 달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사진 속 가운데 저것이 무언가 했더니 한꺼번에 여러 개의 계란을 풀어 만든 계란프라이다. 두부도 지금과 달리 양이 푸짐하다. 그때 상차림 사진을 보여주니 주방에서 계란 4개를 풀어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내줬다. 이런 감사한 일이 있나!

본인들도 신기한지 상차림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 본다. 현재 세 번째 주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조리방식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다. 가오리는 생가오리를 증기에 쪄서 내놓는다. 생가오리를 사용하니까 홍어 특유의 삭힌 강한 향은 없다. 부드럽고 꼬들꼬들한 가오리찜.

2011년 10월 동아식당 상차림

 

2011년 10월 동아식당 가오리찜

 

추억을 곱씹으며 가오리찜으로 점심을 잘 먹었다. 이제 지리산 하동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구례 사성암이다. 점심을 먹고 S는 청송으로, 우리 셋은 전주로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S가 자기는 여즉 사성암을 가보지 못했다며 들렀다 갈 참이라 하여 우리도 함께 갔다. 그러고 보니 사성암은 애니언니와 J와 같이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얼마라는 시간은 2년 전이다. 여차하면 10년이 넘은 세월이었는데 2년 전이면 정말이지 아주아주 최근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성암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 같다. 13-4년 전쯤 처음 들렀던 그때의 사성암은 우리나라에도 저런 사찰이 있나 싶을 만큼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 후로 몇 년에 한 번씩 갈 때마다 조금씩 변하였다. 세월이 흐른 만큼 사성암도 많이 달라졌다. 

 

 

평일엔 사성암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으나 주말, 공휴일에는 마을에 조성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사성암까지 택시를 이용하던지 아니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우리는 택시를 탔다. 왕복 14,000원이다.

 

구례 사성암은 오산 정산 부근에 깍아지른 암벽을 활용하여 지은 사찰인데 서기 544년에 연기 조사가 세웠다. 원래는 오산사라고 부르다가 의상, 원효대사, 도선. 진각 국사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하여 사성암(四聖庵)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자 주변에는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있는데 그중에서 풍월대, 신선대, 소원바위 등 12 비경이 빼어나 명승 제111호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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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에서 시원스레 보이는 풍경은 그 어떤 곳보다 압권이다. 섬진강과 주변 평야, 구례읍과 7개 면과 지리산 연봉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리광전

 

마애여래입상은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고 전해진다.

 

산왕전(산신각)은 산신을 모시는 곳이다. 산신은 백발노인으로 묘사되고, 호랑이는 산신의 지시에 따르는 영물로 산신 옆에 배치한다. 

 

2년 전에 왔을 때 도선굴을 막아 놓아 섭섭하였는데, 이번에 깔끔하게 단장이 되어 지나갈 수 있게 했다.

 

소원바위

 

올 때 타고 왔던 택시를 불러 놓고 찻집에서 지리산 여행의 여운을 잠시 즐겼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이 모든 날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드라마 도깨비 대사로 딱 정리가 된다. 

 

6월 6일~8일까지 꽉 찬 3일을 하동 지리산자락에서 보냈다.

이틀을 묵었던 의신마을은 높고 험하고, 지리산의 남사면 가장 깊은 곳에 계곡을 품고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 알기 힘들고, 찾아오기 힘든 곳, 그래서 많은 이들이 화전을 일구며 어렵게 살아 낸 곳. 가난과 배고픔을 피해서, 재난을 피해서, 폭정을 피해서, 전란을 피해서 숨어 들어와 정착한 피안(彼岸)이자 숨은 이상향으로 여겨져 온 곳, 의신마을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특히 오래된 추억을 찾아다녔던 아자방의 칠불사나 하늘호수차밭, 가오리찜 하면 생각나는 동아식당 등은 이번 여행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이런 추억을 함께 쌓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추억을 다시 들춰내어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 모든 곳에 함께 하였던 내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