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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지리산 하동 화개면 삼정마을 독특한 민박 집(세상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경상도

지리산 하동 화개면 삼정마을 독특한 민박 집(세상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

다보등 2025. 6. 15. 21:28

연곡사를 나와 섬진강변을 지났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섬진강이 얼핏얼핏 보인다. 하동 섬진강변은 봄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길이지만 지금은 도로변에 밤꽃이 만개하였다. 이 길에 밤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보아하니 키 큰 나무들 사이사이 배롱나무도 많이 보인다. 밤꽃에 이어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피어 붉게 물들겠다. 화개삼거리에서 쌍계사 방면으로 들어가며 초입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청송댁 S가 오면서 식재료를 챙겨 온다 하였으나 뭘 얼마나 가져올지 몰라 우선 몇 가지 준비를 했다. 점심때 십여 년 전 고향 하동으로 낙향(?)한 오랜 도반인 보현님께 전화를 했다. 혹시 시간이 되면 올 수 있냐고. 무척이나 반가워하시며 저녁에 찾아오셨다. 하동에 살면서도 의신마을을 처음 알았다며 내비가 이끄는 대로 오면서도 이 길이 맞나 의심스러웠다며, 어찌 이런 곳을 알고 왔냐며 신기해하였다. 이렇게 5명이 되었다. 

 

쌍계사 가는 길 십리벚나무 터널 길을 지난다. 하동 십리벚꽃길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필요치 않은 길이다. 쌍계사를 지나 칠불사 이정표도 지나고 계속 간다. 칠불사까지는 와본 적이 있지만 그 길을 너머 간 적이 없어 이 길 끝에 마을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쌍계사를 지나고 나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의신마을이 있다길래 지도를 찾아보았다. 화개장터에서부터 쌍계사 방면을 지나 직진하여 길이 끝나는 곳까지 계속 간다. 도로 마지막 지점이 하동 의신마을로 지리산 깊숙이 들어앉은 마을이다. 더 놀라운 건 애니언니와 J는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와본 적이 있는 곳이라 한다. 이번에 의신마을에 숙소 예약부터 해놓고 무조건 와야 한다고 시간 비우라고 한 이가 J다.  

 
의신마을 미소가 펜션에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다. J가 의신마을에 오면 늘 묵는 펜션이란다. 이층을 우리끼리 독차지하고 널널하게 즐겼다. 
 

 
장 본 보따리를 풀어 부추전부터 했다. S가 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고 다슬기탕으로 점심을 한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애니언니의 솜씨로 뚝딱 부추전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꿀맛이 이런 맛인가 했다. 
 

 
부추전을 먹고 잠시 조는 사이 S가 도착을 하고 좀 늦게 보현님도 도착을 하였다. S가 오면서 식재료를 잔득 가져오는 바람에 매끼마다 푸짐한 밥상을 받았다. 첫날 저녁에 S가 가져온 삼겹살과 목살을 굽는 것으로 시작하여 지리산 깊숙한 의신마을에서 그간 쌓인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에 조기와 갈치구이로 아침상이 차려졌다. 
원 세상에 펜션에서 생선구이로 아침을 먹게 될 줄이야. S는 아주 냉장고를 다 털어온 모양이다. 

 
거한 아침을 먹고 설산습지를 찾아 가기로 하였다. 애니언니가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의신마을에서 설산습지 가는 길은 걸어가도 되지만 오랜만에 걷는 보현님을 배려하여 삼정마을까지 차로 이동을 하였다. 의신마을에서 2.7㎞ 쯤 올라가면 비탈에 걸린 듯이 아담한 삼정마을이 있다. 길은 포장이 되어 있어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삼정마을은 대략 5~6 가구가 거주하는 곳인 듯.

의신마을 지리산잡화벌꿀가게

 
삼정마을~ 빗점 탐방로 입구에 주차를 하였다. 삼정~빗점 구간은 비법정탐방로로 입산통제 구간이다. 삼정에서 계속 오르면 코재, 벽소령 대피소, 설산습지가 나온다. 삼정에는 벽소령 등산로 말고도 빗점골, 왼골, 사태골, 절골 등의 샛길이 주능선까지 이어진다. 그중 빗점골은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1905~1953)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삼정~빗점입구 비법정탐방로 입산통제구역

 
의신마을이나 삼정마을은 지리산 산행을 좀 했다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마을이다. J가 삼정마을 민박집 중에 보여줄 집이 있다며 이끌고 갔다. 두런거리는 우리 소리에 밖을 내다본 주인아주머니가 보고 가라며 허락을 해주셨다. 민박집 마당 한 켠에 멀리 비켜서있는 독특한 집(이라기 하기에도 참 신기한)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집을 본 적이 있다? 한 칸짜리 이 집을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J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다. J는 언젠가 이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단다. 
 

 
방은 작지만 벽 하나가 전부 창이라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결코 작은 방이 아니다. 협소한 이 작은 방에서 앉아서도 누워서도 지리산을 볼 수 있는 속이 뻥 뚫리는 청량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녹음도 말할 수 없이 좋지만 한겨울 눈 속에 푹 잠겼을 풍경을 상상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았다. J가 이 집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고 내리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고독한 집에서 머물다 간 이들은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오곤 한단다.
바쁜 일로 오지 못 할 땐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는데 독특한 이 집만의 특별한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세상에나!
오른쪽 벽과 바위 겨우 사람 하나 지날 수 있을 좁은 틈 사이로 얼핏 보이는 저건 변기? 
위쪽에 물통(?)이 있는 걸로 봐서는 수세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머스럽고,
가장 멋진 화장실이 아닐런지...

이런 화장실이라니!

 

 

살으리 살으리랐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랐다.

청산별곡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그 머루와 다래가 주렁주렁 달렸다.

설산습지, 벽소령 가는 입구

 
여기서 계속 오르면 코재, 벽소령 대피소, 오른쪽으로 900m쯤 가면 해발 750m 부근에 위치한 설산습지가 나온다. 부처님이 고행했다는 히말라야 설산(雪山)에서 이름을 따와 마을 이름이 된 곳으로, 30년 전 전답으로 쓰였지만 사람이 떠나면서 휴경상태가 돼 지금은 동·식물의 안식처다. 삼정마을에서 설산습지로 가는 길은 잘 손질되어 있어 걷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