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오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지리산자락에 있는 하늘호수차밭 쉼터 본문
언젠가 지리산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쉬었다 간 적이 있는 하늘호수차밭. 마치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났던 롯지 분위기가 난다며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을 마셨던 희미한 기억이 난다. 기억조차 희미한 하늘호수에 J가 근래에 갔었는데 십 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너무 좋았다며 가보자고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예전에는 지리산 둘레길 걷다 만난 찻집이었다면 오늘은 자동차로 단숨에 입구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다만 길이 가파르고 좁아서 운전하기에 조마조마한 길이었다.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곳에 작지만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네비에는 하늘호수민박이라 주소를 넣어야 찾아올 수 있다 한다.
주차를 하고 잠시 걸어야 한다.
잠시?
아니다 생각보다는 쫌 걷는다. 찻집이 있기는 한 건가 의심이 날 정도로 자꾸 산으로 올라간다.
곳곳에 하늘호수차밭쉼터 가는 길이라는 작은 안내가 촘촘히 있는 걸 보면 이 길이 맞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해가 간다.
우리가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던 게 2016년이니 벌써 10년 전이다. 하늘호수차밭 쉼터가 있는 이 구간은 지리산둘레길 중에서도 난이도 上이었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카페라기보다는 '쉼터'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곳이었다. 등산객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런 곳이다.
화수목 휴무( 일주일에 3일 휴무라 잘 알고 가야할 터)
오픈 11시~ 4시 40분.
하늘호수차밭 쉼터에 들어서니 이 집의 문지기인 댕댕이가 크게 몇 번 짖더니 잠시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 짖는 소리만 컸지 순둥이다. 하늘호수를 찾아온 손님들이 두 팀이나 있다. 몰랐는데 하늘호수차밭 쉼터는 꽤 유명한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반해서 찾아 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늘호수는 달라진 게 없고 그저 세월만큼 카페도 낡았고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화개면 원부춘에서 힘든 오르막 길 올라
가탄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임도가 끝나고 진달래꽃 흐드러진
오솔길 걷다가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서니
고즈넉한 하늘호수 반긴다
투박한 나무 의자 누운 듯 비스듬히 앉아
지리 능선 바라보니 하늘이 호수 되어
지리산 투영하고
차밭 쉼터 입구엔
확독에 오줌 싸는 나무로 만든 남근
넘친 물이 대지를 적시니
푸릇푸릇 새순이 움튼다.
/문원 오창록 시 '하늘호수 차밭' 일부
하늘호수차밭쉼터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그리고 메뉴에 있는 음료나 차를 하나 주문할 수 있다. 입장료가 차 값인 셈이다.
우리는 모과모히또와 미숫가루, 커피를 주문했다.
모히또를 유명하게 해 준 영화 속 대사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늘호수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지리산에서 모히또 한 잔!
우리는 2013년 쿠바 여행 당시 훼밍웨이가 즐겨 찾곤 하였다는 Bar에서 진짜배기 모히또를 마셨던 이야기를 나눴다.
여주인이 관심을 가지고 자리에 합류하였다.
류시화 시인의 책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 생각이 나서 '하늘호수'라는 상호가 그에 연관이 되나 궁금하여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어느 해 지리산을 걷다가 많이 힘들고 지친 날 그냥 댓자로 누워버렸는데 지리 능선에 둘러싸인 하늘이 마치 호수처럼 보이더란다. 후에 찻집을 열면서 '하늘호수'라 이름 지었단다. 등산객이 뜸한 겨울이면 찻집 문을 닫고 인도로 네팔로 여행을 다니곤 하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십 년 전 왔을 때 찍었던 여주인의 사진을 보여주니 민망해 하면서도 놀라고 기뻐했다.
십 년 전 그때도 사진속 여주인은 환한 미소였다.
오늘도 그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배웅해 주던 그녀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십 년 전에 만났으니 다시 십 년 후에나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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