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오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지리산자락에 있는 하늘호수차밭 쉼터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경상도

오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지리산자락에 있는 하늘호수차밭 쉼터

다보등 2025. 6. 26. 07:01

언젠가 지리산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쉬었다 간 적이 있는 하늘호수차밭. 마치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났던 롯지 분위기가 난다며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을 마셨던 희미한 기억이 난다. 기억조차 희미한 하늘호수에 J가 근래에 갔었는데 십 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너무 좋았다며 가보자고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예전에는 지리산 둘레길 걷다 만난 찻집이었다면 오늘은 자동차로 단숨에 입구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다만 길이 가파르고 좁아서 운전하기에 조마조마한 길이었다.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곳에 작지만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네비에는 하늘호수민박이라 주소를 넣어야 찾아올 수 있다 한다.

 
주차를 하고 잠시 걸어야 한다.
잠시?

아니다 생각보다는 쫌 걷는다. 찻집이 있기는 한 건가 의심이 날 정도로 자꾸 산으로 올라간다.

곳곳에 하늘호수차밭쉼터 가는 길이라는 작은 안내가 촘촘히 있는 걸 보면 이 길이 맞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해가 간다. 

 

바위취
하늘호수민박집

 

가락지나물
거북꼬리풀
개모시풀

 
우리가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던 게 2016년이니 벌써 10년 전이다. 하늘호수차밭 쉼터가 있는 이 구간은 지리산둘레길 중에서도 난이도 上이었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카페라기보다는 '쉼터'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곳이었다. 등산객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런 곳이다.

 

화수목 휴무( 일주일에 3일 휴무라 잘 알고 가야할 터)

오픈 11시~ 4시 40분.


하늘호수차밭 쉼터에 들어서니 이 집의 문지기인 댕댕이가 크게 몇 번 짖더니 잠시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 짖는 소리만 컸지 순둥이다. 하늘호수를 찾아온 손님들이 두 팀이나 있다. 몰랐는데 하늘호수차밭 쉼터는 꽤 유명한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반해서 찾아 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늘호수는 달라진 게 없고 그저 세월만큼 카페도 낡았고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화개면 원부춘에서 힘든 오르막 길 올라
가탄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임도가 끝나고 진달래꽃 흐드러진

오솔길 걷다가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서니
고즈넉한 하늘호수 반긴다
 
투박한 나무 의자 누운 듯 비스듬히 앉아
지리 능선 바라보니 하늘이 호수 되어
지리산 투영하고

 

차밭 쉼터 입구엔
확독에 오줌 싸는 나무로 만든 남근
넘친 물이 대지를 적시니

푸릇푸릇 새순이 움튼다.
/문원 오창록 시 '하늘호수 차밭' 일부
 

 
하늘호수차밭쉼터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그리고 메뉴에 있는 음료나 차를 하나 주문할 수 있다. 입장료가 차 값인 셈이다.
우리는 모과모히또와 미숫가루, 커피를 주문했다. 

 

모히또를 유명하게 해 준 영화 속 대사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늘호수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지리산에서 모히또 한 잔! 

모과모히또, 미수가루

 

우리는 2013년 쿠바 여행 당시 훼밍웨이가 즐겨 찾곤 하였다는 Bar에서 진짜배기 모히또를 마셨던 이야기를 나눴다.

여주인이 관심을 가지고 자리에 합류하였다.

하늘호수 여주인과 함께

 
류시화 시인의 책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 생각이 나서 '하늘호수'라는 상호가 그에 연관이 되나 궁금하여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어느 해 지리산을 걷다가 많이 힘들고 지친 날 그냥 댓자로 누워버렸는데 지리 능선에 둘러싸인 하늘이 마치 호수처럼 보이더란다. 후에 찻집을 열면서 '하늘호수'라 이름 지었단다. 등산객이 뜸한 겨울이면 찻집 문을 닫고 인도로 네팔로 여행을 다니곤 하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세상 편한 의자

 
우리가 십 년 전 왔을 때 찍었던 여주인의 사진을 보여주니 민망해 하면서도 놀라고 기뻐했다.

십 년 전 그때도 사진속 여주인은 환한 미소였다.

오늘도 그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배웅해 주던 그녀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십 년 전에 만났으니 다시 십 년 후에나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