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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빗속에 일출을 보자고 오른 넴루트 산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터키

빗속에 일출을 보자고 오른 넴루트 산

다보등 2012. 8. 13. 09:38

빗속에 일출을 보자고 오른 넴루트 산

 

 

 

 

 

카파도키아를 출발하여 하루종일 버스로 이동을 하여 밤 늦은 시간 넴루트산의 거점인 카흐카에 도착을 하였다. 해발 2,150m의 넴루트 산 정상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콤마게네왕국의 안티오쿠스 1세(재위 BC 64~38년) 의 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의 일출 또한 장관이라 한다. 붉은 해가 떠오르며 무덤에 조성된 커다란 석상들에 생기를 부어 주는듯한 멋진 일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출이란걸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잘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거리가 너무 멀어 베낭족들도 잘 찾지 않는다는 멀고도 먼길을 달려왔다. 그리고 새벽 3시30분 출발시간에 맞춰 눈을 떴다. 대충 이만 닦고 단단히 옷을 챙겨입고 나섰다. 새벽이고 해발이 높은 곳이라 춥다고 따뜻하게 입고 나오라 신신당부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사정은 암울하다. 비가 오고 있다. 것도 엄청나게....ㅜ.ㅜ

 

 

 

<무덤의 주인인 안티오쿠스 1세의 얼굴 조각상 >

바위를 잘게 부서 50m높이의 산처럼 쌓은 넴루트 산 정상에 있는 무덤이다. 신이 되고픈 인간의 욕망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해발 2,150m의 산 정상에 위치한 원추형의 돌무덤 주인공은 기원전 1세기에 콤마게네왕국을 다스렸던 안티오쿠스 1세. 독일인 엔지니어 칼 세스터가 1881년 산 정상에서 조각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그의 무덤은 2000년 가까이 잊혀져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한 안티오쿠스 1세는 정상의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부수고 동쪽과 서쪽에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신들의 조각상, 사자상, 독수리상을 각각 6개 세웠다. 그리고 바윗 덩어리를 주먹 크기로 쪼개 자신의 무덤으로 쓸 50m 높이의 고깔 모양 돌산을 만들었다.그러나 신이 되고자 했던 그의 돌산아래 신들의 석상들이 지진으로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비는 바람을 대동하여 줄기차게 내렸다. 일단 넴루트 산에 오르기전 휴게소에서 모여 빗속에서도 오를 것인지를 물었다. 당연 그래도 올라 넴루트산 정상에 있다는 안티오쿠스 무덤이라도 봐야지 어찌 그냥 가냐고~~비오는것도 속상한데~~ 다 같은 맘으로 산을 올랐다. 산 정상의 봉긋한 부분이 봉분이라 한다. 봉긋한 봉분자체가 돌산이다. 그 봉분앞에는 돌로 만들어진 신상들이 나란히 비를 맞고 있었다. 오랜 세월과 지진등으로 무너진 두상들을 아랫쪽에 나란히 정리해 놓은 상태였다. 태양신 아폴로, 행운의 여신 티케, 신들의 왕 제우스 등 신들과 나란하게 놓아 죽어서 신이 된 안티오쿠스 왕, 헤라클레스 등의 두상이 있으며 왼쪽 끝에는 독수리가, 오른쪽 끝에는 사자가 신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이 되고자 하였던 안티오쿠스는 지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는 바닥을 뒹굴고 서쪽의 조각상은 아예 의자마져 무너져 내려 폐허를 방불케 했다. 2천년의 세월이 흐른 안티오쿠스 무덤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 사이로 5월의 잔설이 남아 있었고 비는 지속적으로 내렸다. 그나마 우려와 달리 비가 오는 와중에도 춥지는 않았다.

 

 

 

 

넴루트산에서 일출을 보면서 우아하게 마실 예정이었던 와인은 빗속에서 엉거주춤 우리들만의 축배를 들었다. 한국에서부터 와인과 치즈를 준비해 오신 뚝배기님의 성의와 열성에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넴루트 산은 정상에서 맞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이라한다. 넴루트산은 일기가 불순하여 제대로 된 일출이나 일몰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또 기막힌 일은 이 날 어렵사리 빗속에 올라 찍은 사진들이 몽땅 사라졌다. 우짠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없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여기 올린 사진이 전부이다. 이래저래 참으로 속상하고 불운한 넴루트 산이다.

 

 

 

넴루트산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그리고 오늘이 몇일인가? 한국에서 출발 전에 미리 여행일자에 맞춰 스마트폰에 적어 놓은 날짜를 보니 오늘이 5월 4일(금)이란다.터키에 온지 일주일째이다. 보름 예정으로 왔으니 딱 반을 남기고 오늘은 또 멀리 산르우르파를 거쳐 하란으로 이동을 한다. 하란은 아브라함과 관련이 깊은 도시라고 한다. 하란은 또한 시리아와 국경을 4km남겨 놓은 지점이다. 우리가 하란에 도착하였을 때는 외교부에서 계속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터키동부 일부(이란, 이라크, 시리아 국경 인근)는 여행제한지역이니 이 지역 방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자가 한꺼번에 몇개가 날아왔다. 위급시 외교통상부 영사콜센터 전화번호와 24시간 연락가능하다는 문자도 날아왔다. 그래도 외교부에서 자국민을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주니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넴루트산이 있는 지역으로 올 수록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일출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길에 서서히 멀어지며 날이 개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도 말짱해 진다. 앞으로 일정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기분좋은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여행의 대부분은 차안에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