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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족의 로망 살구마을 훈자에서의 첫날/파키스탄 본문
배낭족의 로망 살구마을 훈자에서의 첫날
2013년 7월 26일
창밖이 유난히 환한 아침이었다. 무심히 커텐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다 화들짝 놀랐다.
막힌것 없이 탁트인 360도 파노라마의 풍경이다. 거기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들이 즐비하다.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났다.
어제밤 10시에 도착을 하였으니 주변 풍경은 보이질 않았고 15시간의 버스이동으로 피곤한 몸은 서둘러 씻고 자기도 바빴다.
우리가 묵은 숙소가 언덕에 위치하다보니 마주 보이는 풍경은 장애물 하나없이 탁트인 훈자를 볼 수가 있었다.
해발고도 2,500여 미터의 고지에 위치한 훈자마을.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영감을 줬다는 샹그릴라가 이곳이라는 설도 있고 그러나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0년도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란다.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던 숨겨진 옛 전설의 실크로드 훈자마을.
그 마을에서 아침을 맞이 하였다. 이곳에선 어떤 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사뭇 흥분되는 아침이기도 하다.
훈자는 라카포시봉, 디란봉,골든피크 등 6,7천미터급 빙산들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어 외부 세계와 고립되어 있던 것이 실감케 한다.
우리가 훈자에서 묵었던 숙소 EMBASSY HOTEL이다. 비교적 쾌적하고 편안했던 곳이다.
수돗물이 잿빛이어서 빨래를 하면 때가 지는게 아니라 되려 옷에 물이 들지 않을까 염려를 하였으나 의외로 물은 부드러웠고 빨래감도 깨끗하게 빨아졌다.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여 베란다 난간에 널어 놓았는데 날씨도 좋고 건조하다보니 마르는건 시간문제다.
금방 뽀송송하게 말라 버린다.
오늘 아침에도 바로쿡은 진가를 발휘한다.
별것없는 아침에 즉석 된장국을 끓여서 이프로 부족한 아침식사에 원기를 북돋어 줬다.
15달러에 점심포함인 훈자관광 일일투어가 있었으나 우리는 투어보다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하였다.
투어로 바쁘게 출발하는 다른이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그동안 달려 오느라 바빴던 다른 날과는 달리 느긋하게 숙소에서 아침시간을 즐겼다.
그러다 나랑 이다쌤이랑 영숙씨, 정란씨 등 네명이서 더 뜨거워지기전에 발티드 성을 둘러 볼 요량으로 숙소를 빠져 나왔다.
훈자마을엔 옛 훈자왕국 시절에 왕이 살았던 성채 두곳이 있다는데...
카리마바드의 발티드 성과 아리마바드의 알티트 성이 그것이다. 그 중 알티드 성은 오후에 가보기로 하고 오전중에 발티트 성에 오르기로 한다. 마을의 높은 곳에 위치하므로 오른다는 표현을 썼다. 고도가 2000미터가 넘는 마을이다보니 은근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차다.
천천히 즐기면서 걷기로 한다.
여기저기 한글이 적힌걸 보면 한국인 여행객들이 제법 많이 찾는 곳인듯 하다.
사실 며칠전부터 이곳 훈자마을엔 한국여행객들이 온다는 소문이 쫘악 퍼졌더란다. 한두명이 아닌 스무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들이 닥친다하니 훈자마을 상인들이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있었는 모양이다. 우리가 생각해도 많은 인원이긴 하다. ㅋ
훈자에는 보이는 나무들은 당연 살구나무이나 뽕나무, 포도나무도 많다. 키 큰 백양나무도 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살구나무! 살구나무 마다 노란 살구들이 지천으로 달렸다. 일년 내내 살구를 입에 달고 산다는 살구마을 훈자. 이러한 습관이 훈자마을에서 암을 몰아냈단다. 살구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살구가 잘 익어 노란색을 띠는 것은 베타카로틴 때문이란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일종으로 항산화제 역할을 하여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살구에는 적지않은 양의 철분과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또 하나 우리를 설레이게 하는 산이 훈자를 내려다 보고 있다.
고개들면 언제나 눈을 마주치게 되는 산으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해발 7,000m가 넘는 울타르 피크가 인상적이다.
훈자마을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들이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식수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검은 모래지대를 지나 마을 앞에 도달하기 때문에 시멘트가 섞인 듯한 검은 물이 되고 만다.
도저히 마실 수 없어 보이는 이 물을 이곳 사람들은 거침없이 마셔대도 아무 탈이 없다. 도리어 장수해 왔다니!
그러나 우리가 아마 이 물을 마신다면 여러 날을 고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잿빛물로 인해 훈자워터라는 말이 생겨났단다.
그 훈자워터는 다음 편에 보게 될 것이다.ㅎㅎ
한창 살구따기에 여념이 없는 가족을 만났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제법 가파른 경사지로 길보다 약간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는 너무나 신기하여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닥에는 떨어지는 살구를 줍는 거적이 깔려 있으나 거기보다는 풀위로 떨어지는 살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 무수히 많은 살구들이 노란 자태를 뽐내며 나뒹굴고 있다. 그러던 중 살구따던 아저씨가 우리보고 내려 오라는 손짓을 한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내려 간다. 우물쭈물 망설이지도 않고 거절이라는 것도 없다 우리에겐~ㅋ
살구는 먹어도 된다고 했다. 주인의 허락도 받았겠다 거침없이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살구들을 실컨 주워 먹었다.
달아도 달아도 그리 달 수가 없다.
배가 부를 정도로 주워 먹었다. 그런데 담아 갈 무엇이 있냐고 묻는 듯한 표정에 우리네 가방속에는 없는게 없는 터?
여기저기 배낭속에서 비닐봉투가 나온다. 수북히 담고 더 담고...
그러더니 그냥 가져가란다?
어찌나 고마운지...먹은 것만 하여도 헤아릴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냥 가져가라 한다고 그냥 챙기기엔 우리가 먹은 양이 있는지라...파키스탄 돈으로 500루피(한화 6-7천원)를 주었다.
훈자에서 2박3일 있는 동안 평생 먹을 살구보다 더 많은 살구를 먹은 듯 싶다. 사실 한국에선 다른 과일과 달리 살구를 먹을 일이 그리 없는것 같다. 사방에 살구 천국인 훈자에서나 가능한 일? 나도 장수할랑가?ㅋ
종일 돌아 다녀도 배가 고프질 않았다. 살구나무가 여기저기 지천인지라 그냥 손만 대면 따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굴러 다니는 것만 주워 먹어도 한도 끝도 없었다.
살구가 맛이 없으면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살구를 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만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지금도 훈자하면 그 노란색 살구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생생히 살아난다.
발티드 성을 돌아보고 나니 한낮의 해가 너무 뜨거워 숙소로 돌아오면서 살구따던 그 가족들과 다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또 한없이 주워 먹었던 살구들...ㅋ
이후 점심을 생략을 하였다는...ㅋㅋ
살구나무 그늘 아래에서 노닥거리다보니 훈자의 뜨거운 햇살도 피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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