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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네 - 제주올레 19코스 나머지 절반 본문
나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네 - 제주올레 19코스 나머지 절반
2014년 8월15일 오전 9시20분 출발.
오늘도 역시 오전에 비다. 종일 비는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사실 어제 빗속에 19코스 절반을 걸었던터라 오늘은 그냥 비를 즐길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혼자만의 미션이 있었다. 그래서 올레코스중 가장 짧다는 21코스를 걷기로 했다. 21코스는 전체 10km로 3-4시간이면 되는 짧은 거리이므로 비가 내려도 부담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건 그 21코스 끝자락에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할라치면 만나는 올레1코스 종달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바다는 안보여요' 카페에 있는 '쫑이'라는 강아지를 만날 작정으로 게하를 나섰다. 쫑이??? 엉뚱한 나만의 미션?ㅎㅎ
그러나 게하를 나서자마자 채 2분도 안되어 마음이 바뀌었다. 21코스만 걸을것이 아니라 어제 절반을 걸었던 19코스 나머지 부분도 걸어야겠다는 욕심이... 사실 어데 이동을 하여야 한다면 몰라도 바로 집앞에서부터 시작이니 도저히 모른척 할 수는 없는 일이지 말입니다.ㅋㅋ
남은 거리 9km....그래 까이꺼 어제 절반을 걸었는데 그 나머지도 걸어야지?....그래? 그러자~~~훗
다려도라고 했다.
북촌마을에서 400m거리에 떠있는 작은 무인도.
다려도란 이름은? 섬의 모양이 물개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한자로 달서도(獺嶼島 엄청 어려운 한자구나...)라고 쓰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북촌 등명대>
북촌리 포구에 세워진 도대불로서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 배가 무사히 돌아 올 수 있게하기 위해서 마을사람들이 세운 것이라한다.
일종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었던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등대이다.
북촌 포구....이 사진은 그제 제주에 도착을 하여 저녁시간에 잠시 산책을 하며 찍은 사진이다.
그땐 비가 오기전이었으니...바닷물도 아주아주 파랬다.
오늘은 이곳 포구쪽을 거치지않고 바로 직진하였다는....ㅎㅎ
북촌포구를 벗어나 큰길로 나왔다. 까닥 했으면 이 도로를 따라 직진할뻔? 하였다는...ㅋㅋ
마침 길건너 보이는 올레리본!!!!!!
아이야~~~~
도로를 따라가야하나 잠시 망설이던 중에 길건너로 보였으니 말이지 아무 생각없이 맹하니 도로따라 갈뻔~~~~ㅋ
그러나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었다.
풀이 무성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능~~~~
비는 오지 않으나 훔뻑 젖은 풀...금방 신발이 축축해진다. 고어텍스가 아닌 일반 트레킹화의 단점이 비오는날은 영 아니라는거...
방수가 안되니 그냥 발등으로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런 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ㅠ
이건??
어떻게 지날 방법이 없어 쩔쩔매고 있자하니 지나던 마을분이 동복리마을운동장쪽으로 돌아가란다.
돌아 가면 다시 올레길과 만난다고...
감사합니다~~정말 만나는거죠? 쓸데없는 확인을 재차하며 되돌아 나왔다.
이곳으로 가면 운동장이 나오긴 하는건가?(살짝 의심을 하면서...)싶을만큼 외지고 외진 숲길을 한참 걷다보니 떡하니 나타났다.
동복리마을운동장은 손질 잘된 파란 잔디를 자랑하는 훌륭한 운동장이다.운동장은 마을에서 가까워야한다는 나의 편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길을 걸으려는 찰나에????
물을 피해 돌아왔건만 이건 아예 수영장수준이다.ㅠㅠ
이참저참 젖은 신발....에라 모르겠다.
최대한 피할 수 있는데까지 피해서 지나가기? 수북한 풀들중에서도 그나마 발을 디딜수 있는 곳을 찾아서....이건 묘기수준이다.
한번 젖은 몸은 두번 젖지않는다...울땅의 구호를 오늘에 맞게 고쳐 쓴다면? 한번 젖은 신발은 두번 젖지 않는다!!!
(사실 어제는 빗속에 걷느라 신발이 젖었다면 오늘은 젖은 풀과 웅덩이 땀시 젖게된다. 어제 푹 젖은 신발을 신문지가 없어 대신에 정보지를 구해 구겨넣어 트레킹화를 밤새 말끔하게 말려 놓았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그냥 젖었다는.....엉엉엉~~~)
벌려진동산입구에서 잔뜩 긴장을 하게된다. 보이나???
저 엄청난 풀들!!!!
벌려진동산이란?
두마을로 갈라지는 곳, 혹은 가운데가 벌어진 곳이라고해서 벌려진 동산이라 부른다고.
나무가 우거져 있고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넓은 공터가 있으며 아름다운 옛길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고...
나무가 우거져 있고....나무가 우거져 있고...ㅠ
한여름엔 풀도 엄청 우거져 있고...ㅠ
그나마 위로가 되는건 소요시간이 20분이라는 친절한 설명...
그래 20분이란다...가보자 지금 어쩔것인가?
한여름 올레길은 절대 비추다!
여름 올레길의 복병?
한껏 수북하게 자란 풀들과 비오는 날의 함정 물웅덩이!!!! (사실 올레꾼이 많이 다니는 코스는 이 정도는 아닐것이다...)
오잉 어렵사리 빛의 속도로 벌려진 동산을 빠져나오고 있는데 이건 뭥미???
철조마....앙??? 철조망 맞지?
철조망 밖에 보이는 올레 표식...참 당황스럽네!
철조망도 새것으로 보이는걸 보니 최근에 친것 같다. 사유지인가? 사유지라도 글치 이건 뭐?
올레길은 사유지를 내놓은 곳이 많은데 그 사이 맘이 바뀐건가?
혹시 전기가 흐르게 해 놓은건 아니겠지? 쑈쌩크탈출하듯이 철조망을 간신히? 넘어 오며 별아별 생각을 다했다. 후덜덜~~~
그러고는 한참을 웃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 웃었는지는 나도 모름....ㅋ
점점 줄어드는 km에 위안이 되었다.
날이 좋은 때라든지, 계절이 지금이 아니라면 정말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일 것 같다.
함께면 더욱 좋겠지만 혼자라도 숲향기 맡으며 한껏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호젓한 길일것 같다.
그러나 우거진 숲길이라 사실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걷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길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벌려진동산을 빠져 나오니 포장된 길이 어찌나 반가운지....
누가 포장된 길을 싫어라 한단말인가?
그러나 것도 잠시...으헝헝헝....
그 와중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같은 작품?을 발견??ㅋㅎㅎ
우와아~~~
문주란이다~~~~
예전에 오래도록 문주란을 키웠더랬다. 20년도 더 묵은 문주란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 줘버린 화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만...ㅠ
지금 아파트가 새로 지은 아파트다보니 확장형이라 베란다가 없어 화분을 어데두고 키울수가 없어서였다.
그 문주란도 새주인밑에서 이렇게 예쁘게 피었을까? 훌쩍...
이건 뭬야??
쫌 징그럽게 생긴 나무열매에도 눈길 한번주고...휑 지나친다.
아직은 새파란 감귤...
저 멀리 보이는 불길한 느낌의 웅덩이???
어데 우회할 수 없을까 두리번두리번...
역시 나의 직감은 맞았다. 이건 완전 수영장 수준이다. 오늘 최대의 난코스에 진입을 하다.
달리 우회로를 찾을 수 없어 풀쩍풀쩍 되는대로 최대한 가장 자리로....가장 자리로.....ㅠㅠ
아...저 끝이 너무 멀구나...
저 멀리 풍차가 보였는데...사진엔 없....다
아하~~~
오늘이 8월15일 광복절이다~~!!
반가운 마음은 태극기 때문이 아니라 숲을 완전히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이다.
그래그래 이제 다 왔구나 다 왔어!!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김녕포구로 가는 길....
제목 '나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네' 출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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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네
그냥 있을 수는 도저히 없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 올 이름
내 안에 뜨거운 노래로 남아 있는 이여.../이정하 '길의 노래2'중에서
19코스 종점인 김녕포구에 도착을 한다.
오잉?
종점에 서있는 저 것은 멀리서 보니 주판을 세워놓은 것처럼 보인다.
뭐지??
아~!
제주바람을 나타낸 작품이란다...
잠시 감상하고...
오전 9시20분에 게하를 출발하여...
지금 시간 오전 11시40분.
김녕포구에서 19코스를 마치며 셀카로 나홀로 사진을 찍어 인증샷!!!
고생은 좀 했지만 뿌듯한 저 표정!! 아니...어색한 표정...ㅎㅎㅎ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21코스시작점인 해녀박물관으로 갈 참이다....20코스는 다음번 숙제로 남겨두고...
비는 가늘어졌고 혹시 그칠려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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