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로키 트레킹 2일차/ 요호국립공원 Iceline Trail 본문

해외 트레킹/캐나다 로키트레킹

로키 트레킹 2일차/ 요호국립공원 Iceline Trail

다보등 2015. 9. 20. 15:39

로키트레킹 2일차/요호국립공원 Iceline Trail(13km 5시간)

 

 

 

 

 

 

 

2015년 8월29일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고 각자 도시락을 싼다. 현지 산악 가이드 박대장님이 이른 아침부터 우리들의 아침을 준비한다.것도 한식으로다가...그는 일정내내 대부분의 우리들의 매끼니를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했다. 매식이 아니다보니 설거지도 해야하고 처음엔 당황스럽다가 황당하다가 불편하다가 점점 그의 방식에 익숙해지고 누가 뭐랄것도 없이 나름의 질서가 생기게 되었다. 탄탄한 팀웍이 생겼다고나 할까?

 

 

 

 

 

어제에 이어 로키트레킹 2일차인 오늘은 록키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Takakkaw 폭포를 즐기면서 걷는 아이스라인 트레일이란다. 어제 루이스 호수 트레일도 근사했는데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의 로키를 만날까? 한껏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출발을 한다.잠시 가던 차가 작은 주차장에 멈추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많은 차들이 주차를 하고 있고 사람들이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서둘러 우리도 그 곁에 합류를 한다. 마침 꼬불꼬불 꼬리를 물고 기차가 느리게 산을 오르고 있다. 워낙 산이 높고 험해 지그재그로 어렵사리 올라 터널을 통과한단다. 곳곳에 나선형 기차길을 만든 내역이 적힌 사진과 글이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오늘의 주 목적지인 요호국립공원 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우선 254m의 Takakkaw폭포부터 구경을 하고 오르기로 한다.요호국립공원에 속한 아이스라인 트레일은 타카카우 폭포를 마주한 건너편 산을 걷는 것이란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처럼 여기저기 하얗게 피어있는 에델바이스는 참 이국적이고 낯설다. 잠시후 폭포에서 나는 요란한 물소리는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마치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듯 바위산 꼭대기에서 폭포가 시작된듯 보인다. 저 바위산 위쪽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거대한 폭포가 생길 수 있었나 궁금했다.

 

 

 

 

 

 

 

 

 

 

 

 

 

 요호국립공원 Iceline Trail 입구에서 아쟈!!!

 

 

 

 

 

 

아이스라인 트레일을 오르며 건너편으로 보이는 Takakkaw폭포의 위쪽이 엄청난 빙하지대이다. 아하~ 폭포 위쪽이 빙하지대였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곳도 역시 빙하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이란다. 빙하가 녹아 폭포의 수량이 많아지니 웅장한 폭포를 즐길 수는 있다만...자꾸만 사라져 가는 빙하에 신경이 쓰인다.

 

 

 

 

해발고도 2~3,000m를 오르내리는 6~8시간의 산행시간, 1천미터의 고도를 올릴 것을 요구하는 녹녹치 않은 루프형태의 길이란다. 깔딱 고개로 시작되는 남부부터 시작하여 화끈하게 치고 올라 빙하를 밟고 위스키 온더 록 한잔씩을 마시는게 오늘의 미션이다. 숨가쁘게 한 시간도 넘게 올라온 뒤라 잠시 양지바른 곳에 앉아 휴식을 가질 참이었다. 그런데 유리영님이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직진을 한 모양이다. 남편인 글래스맨님이 놀라서 허둥지둥 찾으러 되돌아 길을 내려갔다.놀란 우리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박대장님은 위쪽 길에서 역으로 쫓아가고...놀란 가운데 우리는 그대로 진행을 하기로 했다. 오늘의 악몽은 이로부터 시작이 된다.ㅠ

 

 

 

 

 

 

 

 

 

 

 

 

끝없이 펼쳐진 설산 거벽의 파노라마, 로키의 아름다움에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탄성이 흘러 나온다. 그리고 시작되는 빙하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너덜지대이다. 빙하 녹은 물은 작은 호수를 만들고  작은 개울을 만들어 졸졸 흘러내리는 물은 그대로 떠 마셔도 상관없겠다. 빙하는 멀찌감치 밀려나고 삭막하고 거친 너덜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이 거대한 바위들이 빙하로 인한 산물이려니 알몸을 드러낸 모습은 흉하기 그지없구나. 참 씁쓸한 모습이다. 지구 온난화의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길을 잃었던 유리영을 데리고 금방 뒤쫓아 올줄 알았던 박대장이하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질 않고, 앞쪽 4명의 일행은 뒤도 안돌아보고 앞만 보고 가버려 보이질 않는 상황. 가운데 낀 우리 5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멘붕상태였다. 빙하를 스쳐오는 바람은 거세고 차갑다. 바람이 심상치 않다. 하늘엔 시커먼 구름이 잔뜩 몰려 온다. 좀전에 만났던 서양인들은 비올 것 같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앞으로만 자꾸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되돌아 갈 수도 없고....길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가다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앞서간 일행의 뒤를 쫓아 저 고개만 넘어보자 저 고개 하나만 더 넘어보자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어 가는 시간...

그런데도 뒤에서 와야할 사람들도 안 보이고...앞서 간 사람들도 안 보이고...상도동 언니는 불안한지 돌아가자고 재촉한지 한시간도 더 된것 같다. 진퇴양난...환장할 노릇이었다.

 

 

 

 

 

 

 

 

 

 

 

오후 3시무렵...너무 늦었다. 어데서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바람이 거세 적당한 장소도 없다. 이래선 안되겠다 하산을 하자하여 다시 되돌아 가기로 결정을 하고 돌아섰다. 올라 온 길을 생각하면 하산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 걷기 시작한지 채 10분도 안되어 박대장을 만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뛸듯이 반가움도 잠시 너도나도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을 했다. 몇시간동안의 불안했던 멘붕상태를 한꺼번에 하소연을 할려니 시끌시끌 야단법석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 길은 우려했던대로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빗속에 하게되었다. 고갈된 체력과 심상치 않은 날씨, 하산하는 길은 거센 바람과 차가운 비를 맞으며 묵묵히 말들이 없어졌다. 수만년 켜켜이 쌓인 세월의 높이에서 빙하의 냉기를 품은 바람은 차가웠고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세다. 그래도 박대장을 만나 늦었지만 점심을 먹었고, 빙하를 깨서 언더록 한잔씩 하자던 꿈은 사라졌지만 커다란 양주병을 지고 올라 온 성의가 감사하여 빙하없는 그저 보드카를 한잔씩 마셨다. 그 와중에 앞서갔던 일행 4명이 줄레줄레 눈앞에 나타났다. 반가움과 원망이 함께 터져나왔다. 그렇게나 손을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만 가자고 말리던 우리들의 행동이 그냥 잘가고 있다는 손짓으로 생각했단다. 그들도 역시 한고개만 더, 한고개만 더 하다보니 이렇게 대책없는 일이 되었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앞으로만 내뺐던 그들은 어쩌다 보니 점심도 먹지를 못했단다.  참 이 날은 다들 뭣에 씐날인 모양이다...

 

 

 

 

 

 

 

 

 

 

비를 흠뻑 맞고 내려 온 길이지만 정말 많이 힘든 날이었지만...체력이 고갈되어 스틱들 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마지막 타카카우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해맑은 사진을 찍었다.이제 반백의 나이... 기억력을 쇠퇴시키는 요즘 돌아서면 잊혀질까 열심히 사진으로나마 남겨본다. 죽기전에 꼭 한번은 봐야 한다는 로키의 한 정상 릿지에서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그래서 더욱 잊지못할 강하게 각인된 트레일이 되었다.

에효 정말 이 날은 사연도 많고 참...다들 뭣에 씐날이 맞는 것 같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