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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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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겨울 티벳

32시간 칭짱열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라샤로~

다보등 2016. 2. 23. 15:01

32시간 칭짱열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라샤로~~

 

2015년 12월 5일

어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중국 청도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늦은 시간 시안(西安)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유하였다. 이른 새벽 시안역에서 오전 5시 58분 라샤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표는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은 하였으나 실명 좌석표로 바꿔야 해서 새벽 4시쯤 숙소를 나섰다. 이 년 전 여름 중국 실크로드 여행으로 들렀던 시안역이 생각이 났다. 그때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인산인해였던 서안역 광장은 조용하다. 기차표를 바꾸고  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일행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하였으나 나는 당최 입맛이 없다. 이 신새벽에 무얼 먹는단 말인가... 어데서 커피나 한잔 했으면 좋겠으나 딱히 파는데도 없고...ㅠ

 

라샤까지는 32시간이 걸린단다. 남미 볼리비아를 떠나 칠레 산티아고를 가는 버스는 25시간이 걸렸었다. 이번엔 버스가 아닌 기차이긴 하나 그 날 이후 육로로서는 가장 오랜 시간 이동인 셈이다. 처음 예정은 북경에서 출발이었으나 탑승역을 시안으로 바꾸어 그나마 32시간이다. 북경남역에서 출발하는 칭짱열차는 46시간이 걸린다. '46시간 2박 3일' 보다야 '32시간 1박 2일'이 훨 견딜만한 것이겠지? ^^;;

 

 

 

 

 

 

열차표에는 내 여권번호랑 이름이 적혀있다. 이름하여 '티켓 실명제'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차표 구하기가 아주 힘들다. 탈 사람은 많고 열차는 한정되어 있어 위.변조나 사재기가 흔하기 때문에 이런 실명제를 하게 된 이유란다. 이 표는 열차 안에서 역무원이 플라스틱으로 된 빨간 좌석표로 바꿔주고 역무원이 보관하고 있다가 목적지 전 역에서 다시 플라스틱 열차표는 처음 것으로 바꾸게 된다. 만약 새벽에 내려야 하는 사람이 깜빡 잠이 들었다 해도 목적지를 지나칠 염려는 없다. 역무원이 깨워서 플라스틱 티켓을 수거하고 종이 티켓으로 바꿔주니까... 억수로 편리한 방법인 것 같다.

 

 

 

 

한 칸엔 마주 보는 3층으로 6인실이다. 1층은 괜찮지만 2,3층은 허리를 굽혀야 앉을 수 있므로 잠잘 때 말고는 앉아 있기가 너무 불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층 칸이나 복도 간이의자에서 시간을 보낸다. 복도 간이의자는 등을 기댈 수 없어 오랜 시간 앉아 있으려면 허리도 아프고 암튼 억수로 피곤하다. 그런데 라샤로 갈 때는 자리가 아래칸이라 다행이었다만... 열흘 후 다시 시안으로 돌아올때는 2층칸이라 무지막지 힘들었다~ㅠ (결론은 이 칭짱열차를 왕복으로 탔다...ㅠ)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어 컵라면이나 차를 타 마실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중국내 기차는 대부분 이렇게 온수가 나온다.)

 

 

 

내가 탄 칸을 담당하던 역무원과 함께....

역에 기차가 정차를 하면 역무원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기차칸 입구앞에 서있는다.

타는 이들의 기차표를 확인하고 플라스틱표로 바꿔주는 일을 한다.

 

 

 

 

 

중국의 서부지역에 위치한 시닝역에 도착을 하였다. 서울역의 4배에 달한단다. 시닝역 주변에는 큰 빌딩들이 즐비하고 아파트들이 한창 건설 중이었다. 중국 칭하이성의 성도이자 행정, 경제, 교통, 문화의 중심지이다. 특히 이곳은 중원에서 서역으로 가는 비단길의 길목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도 고속도로나 철도로 상하이, 칭다오, 북경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거쳐야 하는 중국 서부지역의 교통 중심지이다. 

 

 

나는 지금 칭짱열차를 타고는 있지만  칭짱열차는 이 곳 시닝역에서 본격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칭짱열차가 된다. 칭짱철로(靑藏鐵路)는 칭하이성(靑海省) 시닝과 티베트 자치구 (西藏 自治區) 라샤를 연결하는 철도로 1,956km의 기찻길이다. 그 이름인 칭(靑)과 짱(藏)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북경에서 라샤까지는 4,064km. 북경역에서 거얼무까지 2,922km, 거얼무에서 라샤까지는 1,142km를 달리는 그 길을 우리가 하늘길(天路)이라 부른다. 시닝에서 거얼무까지 800여 km에 달하는 구간은 지난 1984년 이미 개통되었다. 2005년 10월 28일 거얼무에서 라샤까지, 세계 철도 역사에 최고 높이를 기록한 고원지대를 통과하는 1,142km의 철도길을 완공했다. 철도가 지나는 일부구간은 땅이 얼어붙는 동토지역 약 500km로 이 구간은 특수공법에 의해 건설되었다. 특히 해발 4000m 이상은 산소가 절대 부족하여 고산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동토지역 건설과 산소문제를 해결하는데 4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건설공사는 4년밖에 걸리지 않았음에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7월 1일 세상에 주목을 받으며 칭짱철도를 정식 개통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고산에서 볼 수 있는 초원지대이다. 칭짱열차가 운행하는 구간의 평균 해발이 4,500m이다. 라샤가 해발 3,650m에 위치해 있으니 백두산보다 1,000m나 더 높은 곳이다. 기차안에서 고도적응을 하면서 가니까 라샤에 가면 적응하기가 좀 수월할까?

 

 

 

칭짱 철도의 기록은?

1. 세계 최고 높이 철도 :칭짱철도는 4,000미터 이상 고지대 구간이 960km되며 가장 높은 곳인 탕구라산 야커후 지점은 해발 5,072미터

2. 세계 최장 길이 철도 : 칭짱철도 '거얼무에서 라샤'구간은 고비사막, 늪지대, 설산, 초원을 지나며 총 길이 1,142km

3. 세계 최장 동토위  철도 : 칭짱철도는 얼어붙은 땅 550km를 지나감.

4. 세계 최고 높이의 동토지역 최장 터널 : '펑휘산 터널'의 고도는 4,905m

5. 세계 최장 길이 동토고원 터널 : '쿤룬산' 터널은 총길이 1,969m

6. 세계 최고 높이 철도역 : '탕글라山역'은 해발 5,068m에 위치

7. 세계 최고 높이 철도기지 : '안둬' 철도기지는 해발 4,704m임
8. 세계 최장 동토고원 철교 : '칭쉐이허'대교의 총길이는 11.7km임

9. 동토고원 철로 중 세계 최고 속도 : 칭짱철도의 동토지역의 통과 속도는 시속 100km이고 이 지역을 벗어나면 120km까지 속력을 냄.

 

 

 

 

시닝역에서 탄 옆칸의 회족 母子...

15개월 된 아기... 사진을 찍자고 하면 표정을 어찌나 재밌게 짓는지 아기 때문에 많이 웃었다.ㅎㅎ

 

 

 

 

 

 

 

한족 여자와 남자(서로 일행은 아니다)는 우리랑 같은 칸을 썼다. 남자는 下칸, 여자는 上칸(3층)이어서 여자(이름을 알려줬는데 잊었고...)는 잠잘 때 말고는 내내 밑에서 지냈다. 그들은 한국동전 10원과 100원이 재밌다며 사진을 찍었다. 기념으로 가지라고 했더니만 사양을 했다. 허긴 가져가 봐야 엇다 쓰겠나 싶었다. 남자는 무슨 세일즈맨이라고 했다. 그는 거얼무에서 내렸고 여자는 라샤까지 함께 갔다. 처음엔 서먹하였으나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가다보니 그냥 친해졌다. 1박 2일의 기차여행인지라 나름 먹을 것을 잔뜩 가져온 그들에게 삶은 계란이며 소세지, 과일, 과자 같은 것을 얻어먹었다. 나는 보답으로 한국에서 가져간 초코파이, 누룽지 등을 나눠주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으나 만국 공통어 손짓발짓으로 말이다.

 

 

 

 

 

 

점심을 컵라면으로 하였길래 저녁은 식당칸으로 가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메뉴판을 봐도 잘 몰라 다른 사람들이 먹는걸 컨닝하여 주문을 하였다. 고기볶음 같은....(그런데 어찌나 양이 많은지 반도 못 먹고...ㅋ)

 

 

 

 

기차는 밤새 해발 4천에서 5천미터를 넘나들며 달리고 달린다. 비행기처럼 칭짱열차도 어느 순간 산소를 내보내준다. 기차 안에서는 그다지 고산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도가 높아지며 미쳐 산소가 나오기 전에 자다가 가슴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어 자다 깼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역시 목이 타서 잠이 깨곤 하였다. 그러나 산소가 나오기 시작하며 심한 증세들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나는 심하게 고산증을 앓는 건 아니지만 처음 며칠은 두통과 어지러움, 심장 두근거림 정도의 고산증을 앓게 된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산이라는 부담은 떨쳐낼 수가 없다. 고산에 오면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인 타는듯한 목마름으로 물을 옆구리에 끼고 살아야 한다. 지금은 평균 해발고도 4,500m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리는 하늘 열차를 타고 라샤로 가는 중이다.

 

 

<산소가 나오는 곳이다.>기차안에 산소가 나오므로 고산증을 그나마 덜 느끼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의 사연 많았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열차는 밤사이 이 구간에서 제일 높은 고도인 5,072m 탕구라 산맥을 지나왔다. 이곳에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역인 탕구라 역이 (해발 5,068m) 있다. 기념으로 내려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는데 아쉽게도 이 역을 지날 때는 한밤중이었다. 탕구라 산맥은 백두산과 비교하면 높이가 두 배 가까이 된다. 날은 밝았으나 기차는 계속 달리고 해발은 4천대에서 내려갈 줄 모른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붉은 기운을 받아 살아 나는 황토고원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눈앞에 보이는 산들의 모습은 사납지 않은 두리뭉실한 순한 모양의 봉우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이른아침에 어데 먹을 게 있을까 싶은데 연신 머리를 박고 뭔가를 먹고 있는 야크와 양, 소가 많이 보였다. 겨울 초원은 푸르른 초원이 아닌 누렇게 뜬 사막 같은데 야크들이 풀을 뜯는 걸 보니 그래도 초원은 초원인 모양이다.

 

 

 

 

 

 

 

해발 4,513m 나취역에 도착을 하였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멀리 둥글게 순한 산들이 나란히 함께하고 그 산과 들이 온통 누런 황토고원이다.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것 같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벽녘엔 화장실 갔다 와서 자리에 눕다가 문득 차창밖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별이 총총한 아름다운 밤하늘을 혼자 보긴 너무 아까워 자칫 자고 있는 중국인들을 흔들어 깨울 뻔하였다.

 

 

 

 

 

 

 

중국 국토의 23%를 차지하는 티베트고원은 얼마나 넓은지 가도가도 끝이 없다. 황토고원 간간이 나타나는 집들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누워서 경치를 감상하는 자체가 그대로 멋진 여행이 된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 차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또 왜그리 파란지...

 

 

 

 

 

 

 

 

 

 

 

 

 

 

 

누워서 문득 차창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니 정말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 기차는 은하철도 999처럼 은하수를 건너서 라샤로 가는 구나....

 

『♬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 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드디어 기차여행이 끝나는 모양이다. 기차는 라샤외곽으로 들어서고 있다. 휘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이 인상적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얄롱창포'라고 한다. 카일라스에서 발원하여 방글라데시까지 이어지는 2,900여 km의 강은 평균고도만 해도 4,000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흐르는 강이란다.

 

 

 

 

 

 

 

드디어 32시간 만인 오후 2시 무렵 티베트 성도 라샤에 도착을 하였다. 라샤역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입이 떡 벌어졌다. 중국은 통이 커도 너무 크다!

하늘기차 안에서 공급되는 산소로 보호를 받다가 느닷없이 아무 보호장구도 없이 3,600m의 라샤에 도착을 하고 보니 그제서야 숨이 차다. 일단 천천히 라샤역 밖으로 나왔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여권검사, 퍼밋검사 등 다시 한번 신고를 하고  역을 빠져나왔다. 역사 못지않게 큰 광장 한가운데는 오성기가 서있고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광장으로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러려면 뭣하러 이래 큰 광장을 조성했을꼬?

암튼 나는 드디어 라샤에 왔다. 오랜 기차여행과 고산증으로 퉁퉁 부은 모습이긴 하나 컨디션 최고다!!ㅎㅎㅎ

2015년 12월 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