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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겨울 티벳

라샤 포탈라궁에서 순례자가 되어보다

다보등 2016. 3. 2. 18:36

라샤 포탈라궁에서 순례자가 되어보다

 

 

 

 

 

 

2015년 12월7일

티벳 도착 이틀째 상쾌한 아침이 밝았다. 밤에는 전기방석덕에 나름 따뜻하게 잘잤다. 그러나 이 곳은 3,670m의 고원인지라 온 몸을 옥죄이는 곳이다. 숨이 차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밤새 물을 마시느라 잠을 설쳤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뻐근하다. 그러나 뭐 이 정도는 가벼운 고산증세이므로 컨디션은 좋았다. 조식을 오전 8시30분에 했다. 중국식도 티벳식도 아닌 아메리카 스똬일이었다. 빵과 계란후라이, 커피, 사과 등...생각보다 훌륭(?)했다. 오전 9시30분 포탈라 궁으로 출발을 하였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본디 산의 이름이란다. '포탈'은 '붉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라'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붉은 산...포탈라...

 

 

 

 

이른 아침의 포탈라 궁 주변은 코라를 도는 사람들로 붐볐다. 어제 라샤에 도착을 하자 만난 포탈라 궁의 한산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따뜻한 아침이고 궁 주변에 많은 인파들로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랄까....

 

 

 

 

 

세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오체투지...

바로 지척에서 직접 눈으로 보자하니 이유없이 그저 송구할 따름이다. 무얼위해 기도하는 걸까?

 

 

 

 

 

 

 

우리는 포탈라궁 입장을 위해 정문으로 들어섰다. 입장료는 100위안이었고 관광시즌이 아닌지라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높은 자리에 위치한 포탈라 궁은 흰벽에 붉은색, 노란색의 색감이 아름답다. 파란 하늘까지 더해지니 그 아름다움이 뛰어난 것 같다. 포탈라 궁은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다.아름답기까지 하다. 포탈라 궁은 그야말로 지엄한 궁인지라 나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구경하겠다고 언감생심인 곳이지만  주인인 14대 달라이라마는 인도땅 다람살라로 망명중이고 이 곳은 현재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관광지화된 왕궁이지만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을 엿 볼 수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포탈라 궁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왕궁이다. 은근한 계단으로 이어지는 입구로 올라 선다. 전체 궁높이가 13층이란다. 고원의 라샤에서 13층을 걸어 올라야 한다. 해발 3,650미터의 라샤에서는 쉬엄쉬엄 움직여야한다. 아직 고산에 미쳐 적응도 안되었으므로. 계단을 오르려니 가쁜 호흡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최고 높이의 8000미터의 히말라야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무시할만한 고도가 아니다. 가슴은 연신 두방망이치고 지속적으로 머리는 편두통으로 지끈거린다.

 

 

 

티벳인 가이드...

 

 

 

 

 

포탈라 궁의 규모는 상당하다. 궁 안에만 1,000여 개의 방들이 있다. 그 방들은 법당, 침궁, 영탑전, 독경실, 요사채 등의 기능을 한다. 복잡한 내부는 미로와도 같다. 이 많은 공간중 관광객이나 순례객에게 허락된 공간은 20여 개소에 불과하다. 관람이 허용되는 공간들은 주로 역대 달라이라마의 흔적이 남이 있는 곳들이다. 포탈라 궁의 가장 큰 특징이 여기에 있다. 포탈라 궁은 역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는 공간들이 모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5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고 기도하던 공간 그 너머에는 7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다음은 8대 달라이라마의 공간이다. 수많은 왕궁들이 포탈라 궁 내부에 존재한다.

 

 

 

역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던 공간들은 넓지 않다. 작고 비좁은 침실과 법당 등이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투르판 왕국의 전설적인 왕 송첸캄포가 처음 사원을 건립했다. 1645년 5대 달라이 라마 때 본격적으로 증축되어 종교,정치의 중심지가 됐다. 포탈라 궁의 가운데 붉은색 건물 홍궁이 바로 그때 지어진 부분이다. 이 후 수세기에 걸쳐 증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한다.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포탈라 궁의 특징 중 하나로 내부에 스투파를 지어 놓은 것이다. 스투파는 부처님이나 고승들의 사리를 모셔 놓는 사리탑으로 보통 사리탑은 건축물 외부의 특정 공간에 세운다. 그러나 포탈라궁은 궁전 내부에 지어 놓았다. 그 양식은 인도나 스리랑카, 동남아권과 다를 바 없지만 규모면에서나 화려함에서나 5대 달라이라마 것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황금 3,721kg과 보석 1만여 개로 외부를 치장하였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원내부에서는 티벳인들의 지극한 신앙심에 경외심이 절로 일었다. 부처님이나 역대 달라이 라마들에 지극 정성으로 공양물을 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외감이 일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신앞에서 경직된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장난스러운듯 보이는 기도조차 경박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신앙은 자연스런 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 밝고 따뜻한 모습이다.

 

 

 

 

 

 

 

 

 

중국돈 1위안보다도 작은 1각짜리는 이 곳 라샤에 다 모인것 같다. 각 불전함마다 혹은 돈을 꼽을 수 있는 귀퉁이 어디라도 1각짜리 지폐가 수북하다 못해 넘쳐나 바닥에까지 뒹굴고 있었다. 어떤이는 1각짜리가 수북한 불전함에서 잔돈으로 바꿔 가기도 한다. 정성스레 들고 온 공양물 중에는 수유버터가 있었다. 액체로 된것을 보온병에 담아 온 이도 있고 고체형태의 덩어리 수유버터를 가져 온 이도 있었다. 법당에 올리는 수유버터는 특별히 연기나 냄새가 나지 않는 버터를 써야하며  흘러넘칠듯이 찰랑거리는 버터속에 잠긴 심지는 꺼질듯 꺼지지 않고 붉은 빛으로 타고 있었다. 그 신비스러움이라니!! 포탈라 궁을 다 돌아보는데는 두세시간이 걸린것 같다. 어두컴캄한 법당을 빠져 나오자 갑자기 눈이 부시다.

 

 

포탈라 궁에서 내려 다 보이는 라샤 시내의 모습....

 

 

 

 

 

 

 

포탈라 궁을 돌아 나오며 정신이 맑아진것 같은 기분이다. 어쩔 수 없는 관광객의 입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순례자들과 함께 참배하는 경외심이 가슴 밑바닥에서 밀려 올라왔다. 잠시나마 고산증세도 느낄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저녁을 먹고 포탈라궁 야경을 보자하고 다시 포탈라궁으로 갔다. 12월의 밤이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로 춥지는 않았다. 낮과는 달리 주변이 조용한 포탈라궁은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높은 언덕위에 자리한 모습으로 웅장하고 경위롭다. 낮의 포탈라 궁도 멋지지만 밤 포탈라 궁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잠시 주변을 서성거리며 걸어다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까지는 다섯 정거장 정도이다. 낮이라면  걸어도 될 거리이나 밤인지라 버스를 탔다. 편두통으로 잠시나마 잊었던 고산증을 느끼게 된다.

 

 

 

 

 

 

포탈라 궁 주변 상점들이 화려한 야경으로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