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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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즈에서 가장 춥고 가장 무더운 도시 나린
3년전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중앙아시아 5개국을 한달 동안 다녔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절반도 풀어내지 못하고 멈추어 있던 중앙아시아 여행기를 다시 시작하려니 참 새삼스럽다. 두꺼운 먼지를 이고 긴잠을 자고 있는 폴더를 열어보니 잊은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사진속에서 스물스물 되살아 난다. 생소한 도시들과 낯선 이방인이었던 우리를 반가이 대해주던 친절한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3년전 여름날의 카라코람 하이웨이 여행은 긴 거리 이동과 뜨거운 날씨탓으로 고생도 많았고 더군다나 양고기를 많이 먹는 그네들의 음식이 내겐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때 참 행복하게 다녔다. 그랬다 고생은 하였으나 정말 행복하게 다녔던 지난 기억을 되살려 보기로 했다...^^
2013년 8월3일
초원의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촐폰아타로 가는 길...인구 50만의 나린시를 지나야 한다. 우리는 환전을 위해 나린시에 잠시 내렸다. 중국에서 키르기즈스탄으로 넘어 왔으니 너나없이 환전을 해야했지만 토요일이었고 돈을 환전해줄 곳은 없었다. 난감한 상황에 어찌해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가운데 마침 교민 한분을 만났다. 한국인임을 단박에 알아채고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우리 사정을 듣고 집에 있는 돈으로 얼마간 환전해 주었다. 키르기즈에 온지 8년 되었다며 남편이 선교사이며 나린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단다. 이슬람권에서의 선교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두 분이서 살고 있는 아파트는 소련으로부터 독립되기전 70년대 지어진 집으로 낡고 비좁은 아파트였다. 그러나 인근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인것 같아 보였다. 감사하게도 정수해 놓은 물 4리터짜리 생수를 두병이나 주셨다. 보답으로 가지고 있던 김을 나눠드렸더니 어찌나 고마워하던지...떠나는 우리에게 토마토를 사서 손에 들려 주셨다. 동양인 보기도 쉽지 않은 곳에서 더군다나 고국사람을 만나니 우리도 반가웠지만 부인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치였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촐폰아타로 출발을 하였다.
카쉬라밧 카라반 사라이를 떠나 촐폰아타로 가는 길은 황량한 고산지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키르기즈는 평균 해발이 2,700미터에 해당하리만큼 높은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국토 길이가 동서로 900km,남쪽으로 425km이며, 국토의 면적은 한반도 버금간다.
얼핏 차창밖으로 스치는 저것은 마을이 아니고 공동묘지이다.
지루할 즈음 자동차는 어느 작은 도시로 들어섰다. 도시가 나타난 것 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나린이라는 도시라고 한다. 나린 주는 전체가 최저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70퍼센트가 산악지역이다. 그 중 해발 3천 미터에 자리 잡은 도시 나린은 키르기즈 민족 약 4만 5천 명 정도만이 사는 소도시이다. 키르기즈스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무더운 도시란다. 가장 추울 때는 섭씨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하며, 연 평균 온도가 섭씨 영하 6도이다.
이 곳 나린에서 일행들은 환전을 할 참이었으나 토요일이라 환전을 할 수가 없었고 사설환전소도 문을 닫은 상태...일행들 모두 조금씩 환전을 할려고 해도 금액이 크다보니 어디서 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라 난감하였는데 마침 한국인임을 알아 본 교민이 반갑게 알은체를 한다. 우리도 반갑고 놀라웠다. 여행중이라는 말과 환전을 못해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자기가 조금은 해 줄수 있는데 집에 가야하니 남자가 아닌 여자가 따라 갔으면 좋겠다 한다. 나랑 영숙이랑 둘이서 그 분을 따라 집으로 갔다.
짙은 회색빛 나린강 물이 거칠게 흐르는 다리를 건너갔다. 키르기즈의 전역 4만 개의 강 중에서 가장 힘센 강으로 키르기즈의 수력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강이란다. 4만개나 되는 강이라니? 키르기즈는 중앙아시아 천산에서 발원한 강들의 고향이란다.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강인 시르 다르야와 아무 다르야를 잉태시키거나 간여한 강들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도달한 부인의 집은 언덕위에 키작은 아파트 몇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얼핏봐도 오래된 낡은 아파트임을 한눈에 알겠다.
70년대 지어졌다는 오래된 아파트는 아마도 소련 점령하에 지어진 집일 것이다. 키르기즈스탄은 1864년 제정 러시아에 정복되었다.러시아 혁명후 소비에트 투르키스탄공화국의 일부가 되었고 1926년 키르기스자치공화국, 1936년 키르기스스탄공화국을 거쳐 소련이 붕괴되면서 1991년에 분리 독립하였다.
두 분이 생활하는 아파트는 좁고 낡았다. 내부는 흡사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 곳에 온지는 8년되었다 한다. 남편은 나린대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선교사라고 했다. 이슬람권에서의 선교는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많은 위험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길을 택해 이국만리에서 고생하는걸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고국으로 돌아가서 편안한 삶을 누리셨으면 싶었다. 부인은 여행할려면 물도 귀할 것인데라며 정수해 놓은 4리터짜리 물 두 통을 주셨다. 급구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달리 드릴게 없어서 가지고 있던 김을 내어 드렸더니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길을 재촉하여 나린시를 뒤로 하고 차는 도로위를 달리고 또 달린다. 포장된 길이긴 하나 길이 패여서 비포장이나 진배없는 길이다. 뽀얀먼지, 덜컹거리는 차,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이다. 종일을 달리고 달려도 통 도착할 기미가 안 보인다. 덜컹거리는 좁은 차안에서 종일 버티고 있으려니 엉덩이도 아프지 허리도 아프지 여기저기 온 몸이 저리다. 종일 변변찮은 식사를 한지라 배도 고프지만 어디서 군것질거리 하나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오후 늦은 시간 드디어 촐폰아타에 도착을 하였다. 긴 장거리 이동으로 힘은 들었으나 그건 그 것이고...우선 늦어도 너무 늦은 점심부터 챙겨먹고 서둘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산정호수 이식쿨 호수로 직행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해 있고 최대 깊이가 700m에 이르는 호수는 남미의 티티카카호수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이다. 겨울에도 얼지않는 따뜻한 호수. 그래서 이름도 이식 쿨 '뜨거운 호수'인가? 키르기즈스탄의 유일한 관광호수 이식쿨로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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