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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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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키르기즈스탄

하루 머물렀던 치치칸

다보등 2016. 9. 12. 09:56

하루 머물렀던 치치칸

 

 

 

 

 

2013년 8월6일

어제그제 이틀동안 시가지 이곳 저곳을 그저 느긋하게 기웃거리며 돌아 댕기던 비쉬켁을 뒤로하고 또 다른 미지의 도시로 이동을 한다.

주어진 시간은 많았으나 바삐 다니며 무언가를 하나라도 챙겨봐야하는 그런 도시는 아니었다. 건물이나 주택보다 공원이 훨씬 많아 쾌적한 도시라는 인상을 주었던 비쉬켁...

로마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키르기즈의 제 2 도시 오쉬(Osh)로  가기위해선 도중에 하룻밤을 묵고 다시 이동을 해야한단다. 그 중간기점이 치치칸이며 그 곳엔  오후 2-3시경이면 도착한단다.

 

뜨루-아슈 3586m 패스

오뜨맥 3330m 패스

알라-벨 3184m패스를 넘어 오후 1시 치치칸에 도착했다.

 

발음도 쉽지않은 3천미터가 넘는 고갯길 세 곳을 넘어 왔다. 구불구불 꼬부랑 고갯길의 진수를 보여 준 초원 길은 장관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엔 풀을 뜯고 있는 말들과 유르트의 모습은 진정 컴터 바탕화면이었다. 한혈마, 적혈마..말이 유명한 곳이라더니 정말 멋진 갈색 말들이 초원을 질주하고 있었다.우리를 태운 차는 씽씽 앞으로만 내달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휙휙 뒤로뒤로 밀려났다.

 

 

 

 

 

 

 

 

 

 

 

 

 

 

 

 

 

 

 

 

중앙아시아의 야생마를 '프르제발스키'라고 한단다. 이는 중앙아시아를 서구 세계에 알린 니콜라이 미하일로비치 프르제발스키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준가리아, 티베트, 몽골 등을 여행하면서 유럽 세계에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그 과정에서 중앙아시아의 야생마를 그의 성을 따서 명명했단다. 안타깝게도 순수한 야생마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몽골의 야생마는 2000년대를 들어 보호를 위해 다시 복원한 것이라고...

 

 

 

 

 

 

 

 

 

 

 

 

간간히 나타나는 유르트 그리고 작은 노점...유목민들이 파는 낯선 음식에 관심이 쏠렸다. 유르트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팔고 있는지라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여 기어이 차를 정차시켜 비닐봉지에 든 것을 하나 샀다. 봉지속에는 하얗고 동글동글한 그리고 딱딱한 것이 들어있다. 쿠루트라고 했다.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양식중 하나라고 한다. 건강식이겠으나 야릇한 냄새(?)와 신맛이 나는 것으로 내 입맛엔 아니올씨다이다.ㅠ

 

 

 

 

 

비닐봉지에 담아 팔고 있는 하얗고 동글동글한 <쿠루트>

유목민들은 말젖, 양젖, 소젖 등 여러 가축의 젖으로 다양한 쿠루트를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쿠루트는 유목민의 일상 식단 메뉴에 언제나 포함되어 있다. 쿠루트를 만들어 겨울을 준비하며 건조시켜 먹거나 물에 녹여 먹는다. 쿠루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패트병에 담긴 유목민의 건강음료 <쿠미스와 아이랑>

유목민이 즐겨 먹는 음식중 하나인 양의 젖으로 만든 아이랑이다. 암말의 젖을 발효시킨 쿠미스 역시 즐겨 마시는 축제음료이다. 발효시켜 증류한 우유는 유목민이면 누구나 즐기는 건강음료이기도 하다.

 

 

 

 

 

 

 

 

 

잠시 화장실도 이용하고 기름도 넣고...주유소에서 쉬었다간다.

휴게소도 아닌 그늘도 없는 그저 달랑 주유기만 있는 주유소이다.

 

 

 

 

 

 

 

 

 

 

 

 

 

 

 

 

 

드디어 치치칸의 숙소에 도착한 모양이다.

야호~~!

차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살것 같다~~^^

 

 

 

 

초원으로만 이루어진 산이 끝도 없이 이어지더니 어느메쯤부터는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고도가 많이 낮아진 모양이다.

잠깐 졸았나 싶은데 목적지 치치칸에 도착을 하였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싸여있고 계곡의 물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 일행을 한꺼번에 재워줄 수 있는 숙소가 없단다. 이 곳엔 트윈이 7개뿐이므로  300미터 지점에 있는 숙소로 21명이 가야한단다.우선은 명단에 있는 앞 번호대로 우리 6명은 이 곳 숙소에 배정을 받았다. 물소리 요란한 가운데 가방을 방에 밀어놓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된장을 풀은 물에  마른미역을 넣고 끓여서 빵과 함께 먹었다. 좋았다~~^^

점심을 먹은 후 잠시 쉬었다 오후 4시쯤 주변 산책을 하기로 한다. 한시간 남짓 정말 꿀잠을 잤다.

 

 

 

 

 

 

 

 

숙소를 기점으로 위로 100m, 아래로 100m 정도 거닐 수 있다더니 헛말은 아니었다. 자동차 도로와 계곡이 전부였다. 산을 오를 수도 평지가 있어 멀리 나갈 수도 없는 U자 계곡에 갖힌 신세였다. 그러니 계곡물을 벗삼아 놀 수밖에...거센 물살 한켠에 여울져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니 의외로 그닥 차지않다. 물속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놀았다.

숙소로 돌아와 법정스님이 쓴 책을 펼쳐들고 오랜만에 활자와 교감을 가졌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러시아 글자 일색인지라 읽을 수 없는 문맹이었다.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이렇게 클 줄이야~ㅎㅎㅎ

계곡으로 캠핑 온듯한 느긋하고 평화로운 한나절...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어제 산 단무지와 김치가 진가를 발휘했다. 비가 내린다. 유르트에 도착한 저녁에도 비가 오더니 치치칸에서 또 바람불고 비가 온다. 처마밑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비를 감상하다. 이런게 왜 이렇게 좋을까?ㅎㅎ

 

저녁을 먹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숙소로 마실을 나갔다. 오늘은 숙소가 세군데로 나뉘었단다.

 

 

 

위쪽에 숙소를 둔 방여사가 우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저녁 식사자리에 초대를 했다. 우이동계곡 스타일로 계곡을 끼고 평상이 설치되어 있다.

음식만 다르다뿐이지 딱 우리네 계곡 분위기?  잠시후 주문한 음식들이 차려졌고 라면으로 저녁을 한 우리네 밥상에 비해 화려한 저녁상이긴하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그저 물소리를 배경으로 수다로 배를 채웠다.

 

깜깜한 밤길을 걸어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이곳에서도 맥주파티가 한창이다. 잠시 앉아 분위기를 즐기다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그냥 얼굴만 씻고 자기로 한다. 이불이 눅눅해서 침낭을 꺼내 침낭속으로 들어가니 포근하니 딱 좋다.

낮에 이동하며 졸았고, 숙소에서 낮잠도 잤건만 그럼에도 눈이 절로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