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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악, 금강산 화암사 숲길/4.1km, 2시간소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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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악, 금강산 화암사 숲길/4.1km, 2시간소요

다보등 2021. 3. 8. 23:12

금강산 신선봉, 설악산 울산바위와 푸른 동해바다를 함께 감상하면서 걷는 숲길 '금강산 화암사 숲길'을 3월 첫 주말에 갔더랬다. 화암사가 있는 지역은 북설악이라 부르지만 옛날에는 금강산의 영역이었다고. 신선봉은 남한에 있는 5개의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다. 본래 신선대를 거쳐 신선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졌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이 확대되면서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였다. 하지만 신선대(성인대)에 올라 울산바위와 동해를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장엄한 설악산과 금강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곳이다.

 

속초 화암사는 미시령에서 가까운 곳이다. 일주일전 갑작스런 폭설로 미시령고갯길에서 많은 차량들이 밤을 세운 뉴스가 보도되었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산에는 거의 1m의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화암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오르면 400m남짓 거리에 화암사 숲길 수바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수바위에서 화암사로 이어지 숲길이다. 스틱과 아이젠, 스패츠를 착용하고 수바위방향으로 올라갔다. 눈이 없을 때는 계단이었을 길이었겠으나 눈으로 덮혀 계단은 간데없다. 계단 보다는 오히려 걷기가 수월하다. 수바위를 지나 성인대 방향(화암사숲길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구간도 많아서 아이젠 없이는 오를 수 없는 길이었다. 쌓인 눈을 보면 한겨울같으나 기온이 따스하여 나무에서는 빗방울처럼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나 점점 성인대로 갈수록 상고대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한겨울 상고대보다는 규모가 작은 아기자기한 상고대이다. 3월의 숲길에서 이렇게 많은 눈속에 산행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같은 화암사 숲길이었다.

 

수바위(쌀바위)

전설에 따르면 이 바위 밑에 위치한 화암사는 만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시주를 청하기 어려웠는데, 어느 날 스님 두 분의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 끼니 때 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 고 얘기하자, 잠에서 깬 스님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수바위에 올라 노인이 시킨 대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두 사람 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고 그 이후로는 식량 걱정없이 편안히 불도에 열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화암사를 찾게 된 한 객승이 화암사 스님들은 시주를 받지 않아도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걱정 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 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 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에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을 흔들었더니 쌀이 나왔던 구멍에서 피가 나왔고 객승의 욕심에 산신의 노여움 때문인지 그 후로 수(穗)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오전 10시 15분 출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수바위를 뒤로하고...

 

출발한지 1시간이 못미쳐 신선대에 도착을 하였다. 눈속이라 어디 쉴만한 곳도 없어 내쳐 올라 생각보다 빠르다.

 

수바위에서 올라온 방향
북설악 신선대(성인대)

신선대에 오르면 울산바위의 웅장함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데 보지를 못했다. 아쉽 ㅠ

이 곳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알려지지 않은 명소로 고성과 속초를 아우르는 특급 전망대로 꼽힌다

 

북설악 신선대(성인대)

설악산 능선과 속초시, 동해의 푸른 바다도 보지 못하고 화암사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화암사에서 성인대까지 이어진 순화코스이다.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딱 걷기 좋은 숲길이다.

다른 계절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맑은 날 울산바위를 보려 또 와야하나 하는 생각?

 

하산길에 뒤돌아본 신선대

 

얼마나 부지런히 걸었는지 두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화암사 숲길!

눈 덮인 설악을 바라보며 겨울과 작별을 고한다.

어느 좋은 날, 신선대에서 미쳐 보지못한 울산바위를 보러 다시 찾아갈 지도 모를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