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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성삼재-노고단-화개재-뱀사골/지리산 본문

산행일기

성삼재-노고단-화개재-뱀사골/지리산

다보등 2021. 5. 4. 10:33

4월30일, 용산역에서 밤10시45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비몽사몽간에 4시간여를 달려 구례구역 오전3시08분에 도착하였다. 비가 내리고 있는 한밤중의 구례구역에는 기차에서 내린 의외로 많은 사람들로 잠시 붐볐다.

택시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바삐 떠나는 틈새에 우리도 막 떠나려는 버스를 타고 구례구역을 출발을 하였다. 이 한밤중(?)에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니!! 대부분 구례구역에 이런 신새벽에 내리는 사람들은 지리산엘 가기 위해서인지라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버스가 운행을 하는 모양이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

 

지리종주를 위해 구례구역에 내린 적이 세번있었다.(마지막이 2016년이었다) 그니까 세번의 지리종주 경험이 있다. 그때는 신새벽에 서울을 떠나 구례구역에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성삼재를 이동을 하였었지만 이번처럼 한밤중(?)에 구례구역에 내리긴 처음이었다.

등산복차림의 산객들 실은 버스는 구례구역을 떠나 중간에 버스터미널에서 잠시 정차하였다가 성삼재로 이동을 하였다.

성삼재 휴게소는 이른시간이라 문이 굳게 닫혀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드렌턴을 비추고 출발을 하는 뒤를 따라 우리도 서둘러 비옷을 챙겨입고 출발을 하였다(오전 4시 30분경). 한치 앞도 안보이고 마치 눈을 감고 걷는 것 같은 어둠속을 헤드렌턴에 의지하고 걷는다. 참 오랜만에 온 지리산인지라 약간의 셀레임을 안고 30여 분을 부지런히 걸어 노고단 대피소의 흐릿한 불빛이 반갑기 그지없다.

 

오전 4시30분, 성삼재를 출발하여 안개와 어둠속을 해드렌턴에 의지하며 걷는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노고단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사이 밖이 환해졌다.

다행이 비는 걱정할 수준을 아니다.

노고단고개에서 오전 5시45분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 산행코스는 성삼재-노고단대피소-반야봉(험한 날씨로 패스)-삼도봉-화개재-뱀사골 긴거리의 하산이다.(8시간 소요)

다행히 어둠은 가셔서 시야 확보는 되나 안개가 심하여 어딜봐도 그냥 뿌옇다. 세번의 지리종주 중 두번은 비와 함께였었다. 그러니 비와 지리산은 낯설지 않은 길이다.ㅎㅎ(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지리산 철쭉은 이제 피기 시작이다. 마침 눈에 띄게 많이 핀 곳이라 어렵사리 휴대폰을 꺼냈다.

슬슬 손이 시려오기 시작을 하였다. 종일 손이 너무 시려웠다.

 

이 와중에 족두리풀꽃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만 사진이 션찮다.

워낙 꽃이 작고 바닥에 붙어있어 험한 날씨에 찍기가 더욱 어려웠다.

 

쥐오줌풀

임걸령샘에서 시원한 지리산물을 한바가지 들이킨다.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임걸령샘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라...

 

산벚꽃도 이제사 하나둘 피어있다.

반야봉이 오늘 코스에 들어있었으나 날씨탓으로 돌리고 잠시 망설이다 지나쳤다.

아쉬운 마음을 얼레지꽃으로 달래고...얼레지꽃이 군락을 이룬 장관을 보고 또 본다.

 

삼도봉에서 간단한 간식을 하나씩 먹었다. 바람불고 비오는 와중이라 삼도봉엔 슬쩍 눈길 한번, 사진 한장 찍고 자리를 뜬다.

발밑에 노란제비꽃이 예뻐서 그 와중에도 사진을 찍었다.

 

 

어마어마한 계단을 내려오니 화개재이다. 안개 자욱한 화개재에선 앞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시간은 오전 9시15분이다.

여기서 직진하면 연하천대피소방향이다만 우리는 좌측 뱀사골로 하산한다.

뱀사골 하산길이 9.2km(헉!), 신새벽부터 걸어온 길보다 더 긴 길을 내려가야 한다.

사실 뱀사골계곡은 지리산 많은 계곡중 아름답기로 으뜸이라지만 하산하다보니 아름다운 계곡이고 뭐고 계곡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바라며 걸었다. 길은 거의 내내 돌길이라 더욱 힘들었다.

 

괭이눈도 종류가 많더라...

비가오다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다 우박이 내리다 오늘 지리산의 날씨는 예사롭지가 않다.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가 지나온 길에 눈이 제법 쌓였다고 하더라. 아마도 뱀사골로 하산하는 시간에 위쪽에선 눈이 내린 것 같다.  비옷을 입은 관계로 방한이 되어서 춥지는 않았으나 얇은 장갑을 낀 손은 종일 너무 시려워서 호호불면서 걸어야했다.

 

 

오전 10시5분, 비를 막아줄 지붕도 없는 막차쉼터에서 빵이랑 커피를 마셨다.

산위에서 겨울같은 나무들을 보았다면 여기서는 초록초록한 나무들이다.

 

병꽃이 이맘때 피는 꽃인가?

오늘 가장 많이 본 꽃중 하나이다.

붉은병꽃나무가 함께 있어 눈길을 끈다

 

물푸레나무

와~~여기까지 오는데 8시간이 걸렸다. 뱀사골 하산길(9.2km)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내내 돌길이었다.

악명높은 길이라더니 참말 그랬다.

이제 뱀사골계곡의 도착점인 반선이 2.1km남은 지점에서 와운교를 건너 와운마을로 향한다.

오늘 숙소가 와운마을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