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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신장위구르 허무(禾木)촌의 꽃할아버지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정통 실크로드 신장자치구

신장위구르 허무(禾木)촌의 꽃할아버지

다보등 2021. 8. 20. 10:54

2014년 8월 6일

새벽 5시30분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허무(禾木)촌엘 가기로 한 날이다. 오고가고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새벽같이 가야한다고 했다. 차는 도로포장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질주한다. 언듯 들으니 나중에 허무촌에 오는 관광차들은 이 포장된 넓은도로를 이용하여 허무로 들어갈 거란다. 도로를 넓히고 포장을 한다는 건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셈이다. 그나저나 새벽이라 많이 춥다. 지금이 8월인가 싶은 그런 날씨이다. 꽁꽁 얼것 같은 차안에서 덜컹거리는 그 와중에 졸다깨다 그렇게 허무로 갔다.

근데 이게 웬일?

세시간 정도 걸린다는 허무에 한시간 반만에 도착을 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서로 당황스럽다. 

허무마을은 아직 잠에서 덜 깬듯 하였다.

 

카나스풍경구에는 카나스와 허무(禾木), 바이하바가 있는데 바이하바는 키르키스탄과 국경이 근접한 곳이라 중국인 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어제 카나스호수를 둘러 보았고 오늘은 허무촌엘 온 것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들이닥친 우리들에 객잔 주인도 당황해 한다. 이렇게 새벽같이 올줄 미쳐 몰랐을 것이다. 우리도 역시...

객잔 여주인이 따끈한 차를 준비하는 동안 객잔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한쪽 벽면에 낙서가 가득하길래 나도 늑대 머리위에다 낙서를 했다. 

 

 

일정엔 분명히 허무 방문이 있었는데 인솔자가 길이 공사중이라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가 대형버스(사실 느닷없이 카나스로 오면서 갑자기 버스가 바뀌었다)라서 더더군다나 진입이 안된단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우리는 기어이 가야한다고 버티었다. 결국은 인솔자가 빠진 상태로 내일 새벽에 우리끼리 갔다오라며 9인승 승합차 두 대를 수배해 주었다. 차비를 따로 내야했다. 너무 기막혀서 다들 갔다와서 가만 안둔다며 벼르며 우리끼리 허무로 온 것인데 그 망할 인솔자가 말한 것보다 너무 이른 시간에 허무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를 허무에 가지 못하게 할 심산이었는 모양이다. 당최 알 수 없는 놈이다.

 

 

차도 마셨겠다 이제 마을 뒤편에 있는 산에 올라 허무마을을 조망하기로 하고 허무강을 건넜다.  산쪽으로 나무데크가 깔려있어 길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맑은 물이 거침없이  콸콸 흐르는 계곡으로 자작나무들이 시원스레 쭉쭉 자라고 있다. 풍경이 좋다.

 

 

허무강을 건너는데 꽃이 움직이는지 사람이 움직이는지...

얼굴이 보이질 않을 만큼 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른 아침 꽃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는 낯선 모습이긴 하였다. 반갑게 인사하는 우리를 만난 할아버지는 처음에 어리둥절 하시더니 우리가 누군지 상황 파악이 빠르시다. 관광객이 아님 누구겠어?ㅋ

사진을 찍어도 되냐니까 환하게 웃으시며 허락한다.

어찌나 호탕하게 웃으시는지...사진을 찍는 우리도 따라서 한바탕 웃었다는...ㅎㅎㅎ

 

이 먼 중국의 북쪽끝에서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를 흥얼거리게 된다.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 오지

이눔하고 물벼락 내리시네

천둥처럼 고함을 치시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네

하하하하 웃으시네~~~♬

웃음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구름모자 어디로 갔나요

바람결에 날려 갔나요

뒷춤에 감추셨나요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공연히 혼쭐만 났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건강하게 잘 계시죠?

 

 

♣ 허무(禾木) : 카나스호수에서 동쪽으로 약 70km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해발 2,300m에 이르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해발 1,100m의 분지이다. 분지 안쪽으로 흐르는 허무강과 무성한 흰 자작나무숲으로 다시 한번 애워싸여 있다.

카나스의 소수민족 마을인 허무촌은 징기스칸의 후예라고 하는 투와족이고, 그 외의 주민은 몽고족과 카자흐족이다.